돌아온 별들의 이야기 ⑥ 내가 만난 사람들

조건으로 친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짐바브웨 서수빈

외모 콤플렉스가 있었던 나는, 외모를 가꾸는 것에 대한 관심이 컸다. 하지만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는 날씨 탓에 나를 가리는 옷이나 화장과는 이별을 해야 했다. 민낯이 부끄러웠던 나는 사람들을 잘 쳐다보지 못했다. 그때, 고개를 푹 숙인 나에게 함께 지내는 7살짜리 여자아이 ‘그레이스’가 다가와 말했다. “언니, 웃는 게 정말 예뻐. 내가 슬플 때 언니 눈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 고마워!” 그리곤 내 손에 한 움큼의 옥수수 알들을 쥐어주었다.

그레이스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예쁘게 꾸민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그레이스를 만난 후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는 것은 그런 외적 조건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알았다.

좁고 허약한 마음에서 벗어나다
볼리비아 한지은

‘우유니 사막’이 너무 예뻐서 꼭 가고 팠던 볼리비아. 하지만, 나는 볼리비아에서 점점 의기소침해지고 말수가 줄어들었다. 사람들이 내가 하는 스페인어를 비웃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루는, 한 친구가 나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때 그동안 참고 있었던 감정들이 폭발하면서 섭섭했던 점들을 솔직하게 다 이야기했다.

친구들은 내 말에 놀라며 친해지고 싶어 장난을 쳤을 뿐이라고 무척 미안해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갑자기 창피해졌다. 늘 불만 가득한 내 표정을 보며 답답했을 친구들을 생각하니 너무 미안했다. 그날 이후, 나는 볼리비아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대화 할 수 있었다. 서툰 내 스페인어 실력은 여전했지만 친구들의 마음을 알고 나니 문제될 것이 없었고 자유로웠다.

절친은 시간에 비례하지 않아
미국 박은희

영어 캠프를 하러 코스타리카에 갔을 때, 다니엘이라는 친구와 무전여행을 떠난 적 있었다. 다니엘은 영어를 썩 잘했고, 많은 대화를 하면서 친해질 수 있었다. 가끔씩은 다니엘 집에 놀러가 스페인어를 배우기도 했고, 가족들과도 가까워질 수 있었다. “나는 너의 코스타리카 엄마야.” 한달 간의 코스타리카 여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날, 친구의 엄마가 날 안아주며 해준 말이다. 그때 해외봉사에 와 그립던 엄마의 품이 느껴져 마음이 따스했다.

난 네가 이곳에 온 것만으로 행복해
케냐 박재현

케냐 굿뉴스코 지부는 항상 일이 바쁘게 돌아간다. 종종 힘이 들 때면 한껏 지쳐 복잡한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 먼저 다가와준 친구가 있었다. 웃을 때 가지런한 이가 잘 보이는 '차차'였다. “난 네가 이곳에 온 것만으로 행복해.” 차차의 그 한마디는 지친 내 마음에 큰 힘이 되었다. 이후 우리는 가까운 친구가 되고 힘들 때 기쁠 때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되었다.

소영을 보러 한국으로 갈게요
남아프리카 공화국 김소영

나는 매주 목요일, 교도소에서 한 시간씩 한국어 아카데미를 진행했다. 처음엔 재소자라고 생각하니 조금 무서운 마음도 들었지만, 그들이 내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들과 웃으며 즐겁게 대화하다 보니 금세 친해졌다. 순수한 그들을 보니 ‘어쩌다 이곳에 오게 되었을까?’하고 마음이 아팠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마지막 수업이 다가왔다. 그날, 학생들이 내게 울면서 했던 한마디가 아직도 기억난다. “소영, 너를 보러 한국으로 갈게!” 그들의 순수한 미소와 맑은 눈물을 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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