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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 인간의 영적 나침반을 제거한 자유주의 신학
이한규 | 승인 2020.03.17 16:18

기독교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유럽의 경우, 주일에 교회 나가는 사람의 수가 유럽 전체 인구의 5%도 안된다는 통계가 있다. 기독교를 대신할 무엇인가가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1980년대 말부터는 교인이 모이지 않는 종교 시설들을 개축, 변경하려는 붐이 서유럽에서부터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장엄한 교회 건축물들은 더 이상 예배의 장소로 남아 있을 수 없었다.

겉모양은 교회인데 실내는 사무실, 극장식 식당, 호텔, 레스토랑, 나이트클럽, 댄스 교습소, 쇼핑몰로 바뀐 경우가 허다하다. 서유럽의 이런 흐름은 미국으로 이어져 교회 건축물의 용도 변경이 가속화되고 있다. 물론 교회 건물 자체를 신성시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인간 내면의 영적 나침반이 사라지면서 생기는 것이기에 무심히 넘길 수는 없는 것이다.

현대 자유주의 신학을 처음 제시한 신학자 슐라이에르마허

20세기 초반, 무신론을 주장하는 공산정권이 들어서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경험하면서 사람들의 삶에 점차 신앙의 원칙과 가치가 무너져갔다. 특히 요즘젊은이들은 삶 속에 종교가 없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절대 자유가 보장되는 자기만의 삶을 영위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런 가치관의 변화는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에서 출현한 자유주의 신학

18세기에 들어 개인의 자유와 이성理性의 능력을 신뢰하고 강조했던 계몽주의, 합리주의, 낭만주의 등의 사조가 일어났고, 이러한 사조에 영향을 받아 기독교의 전통적인 진리를 재해석하려는 신학자들이 일어났다. 이들이 정립한 새로운 신학을 ‘현대 자유주의 신학’이라고 한다. 감성의 신학자라고 불리는 독일의 슐라이에르마허가 자유주의 신학을 처음 탄생시킨 사람이다. 그는 성경을 있는 그대로 믿으려 하지 않고 인간의 경험과 이성에 적합하게 이해하려고 했다. 그후 자유주의 신학은 독일을 비롯해 유럽 신학계를 주도해 나갔다.

전 세계로 퍼진 자유주의 신학의 영향

1920년대까지 유럽 신학계를 풍미한 자유주의 신학은 미국으로 건너가 복음주의 신학으로 출발했던 하버드대학과 예일대학을 휩쓸었다. 복음주의의 보루였던 프린스턴대학도 이의 영향을 받아 1929년에는 대부분의 교수진이 자유주의 신학 사상을 받아들였다. 그로 인해 복음주의 신학자였던 그레샴 메이천 교수는 그를 따르던 교수들과 함께 프린스턴대학을 떠나야 했다. 이후 자유주의 신학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한국으로도 건너와 우리나라 많은 신학자들도 이를 받아들였다. 문제는, 자유주의 신학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면서 그것을 여과 없이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피츠버그 세인트 존 침례교회가 맥주를 파는 선술집으로 개조됐다.
프랑켄스타인 술집으로 바뀐 유럽의 교회.

기독교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값없이 베푸시는 사랑과 은혜를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인간이 자신의 행위와 상관없이 예수 그리스도가 인류의 죄를 위해 죽고 부활한 사실을 믿음으로써 구원받는 것을 본령本領으로 한다.

그런데 교회사를 보면 이런 기본적 믿음의 토대가 변질되면서 중세 약 1000년의 암흑기를 지나는 동안 여러 개혁자들이 종교개혁을 부르짖지 않으면 안될 만큼 기독교는 빗나가 있었다. 당시 개혁자들은 ‘오직 성경, 오직 그리스도, 오직 은혜, 오직 믿음, 오직 하나님께 영광’ 등 다섯 가지 강령을 내세웠는데, 그들처럼 성경에 기록된 구원의 복음을 진리로 믿어온 사람들을 보통 ‘정통 복음주의자’라고 부른다.

정통 복음주의와 자유주의 신학의 차이

전통 복음주의와 자유주의 신학은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만 각기 다른 개념과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다. 특별히 자유주의 신학자들은 인간의 이성과 과학을 진리의 척도로 간주하여 ‘성경이 하나님의 영감에 의해 기록되었다는 것, 그리스도가 동정녀에게서 탄생했다는 것, 몸이 부활했다는 것’ 등 초자연적인 사실을 믿지 않는다. 성경을 이해하기 좋은 방향으로 자의적 해석을 하는 것이다. 심지어 성경을 하나님이 기록했다는 기본 사실조차 부인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하여 정통 복음주의자들은 ‘전통적으로 믿어온 성경과 기독교의 기본 교리를 자유주의 신학자들이 부인하고, 인간 중심의 윤리적인 종교, 합리적인 종교로 기독교를 변질시켰다’며 비판했다.

종교개혁에 앞장선 마틴 루터.

20세기 중엽 이후 미국의 복음주의적 교회들은 자유주의자들을 포용하는 진영과 배척하는 진영으로 다시 나누어졌다. 자유주의를 거부해야 한다는 쪽을 ‘근본주의 Fundamentals’라고 불렀고, 자유주의자나 로마가톨릭 사람들과도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다며 수용하는 쪽을 ‘신복음주의’라고 불렀다. 후에 ‘신복음주의’는 ‘복음주의’라는 말로 대체되었고, 지금의 보수주의 신학자들 중 대다수는 자유주의자들의 입장을 수용하는 사람들이다.

근본주의자들을 ‘편협하고 화합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평하는 자유주의자들은 오늘날 로마가톨릭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기독교뿐 아니라 다른 종교에도 구원의 길이 있다’는 종교 다원주의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영향력이 사회 전반에 만연해지면서, 요즘 젊은이들은 절대적 가치를 지닌 신앙을 불편하게 여기고, 의무를 수반하지 않은 자유로운 삶을 추종한다. 성경에서 떠난 신학 교리가 기독교를 잠식한다고 우려하는 기독교인들은 16세기 종교개혁자들이 부르짖었던 것처럼 성경을 진리의 절대적 기준으로 삼고 ‘다섯가지 강령’의 정신으로 돌아가 기독교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성경을 그대로 믿어야 하는가, 해석해서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성경을 그대로 믿지 않고 인간의 합리성이 가미된 해석이 많아질수록 우리의 삶은 기독교 본령에서 점점 멀어질 것이다.

글=이한규
국어교육을 전공하고 다년간 중고교 교사로 근무했다. 현재 그는 마하나임 바이블 트레이닝 센터의 교수로 있으며 저서로는 <창조주를 기억하라> <이단을 누가 만드는가> 등이 있다.

이한규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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