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이트 대표 유종휘

“사무실 동료부터 소비자까지, 사람들과 만나는 게 좋아서요.”

모나이트 본사에서 만난 유종휘 대표. 졸업 후 취업이 아닌 창업을 택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첫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이었다. ‘모나이트’는 마스크팩 메디힐 생산업체인 코나스코스메틱의 벤처기업으로 ‘자연주의 클렌징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론칭 2년차인 ‘모나이트’는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해나가고 있으며, 베트남과 인도 등 동남아 시장도 공략 중이다. 의미심장한 그의 한마디에 남다른 장사 철학이 궁금해졌다.

부족해도 행복할 수 있구나

유종휘 씨의 아버지는 제법 큰 화장품 공장을 운영하셨다. 높은 빌딩, 수백 명의 직원들, 커다란 기계들이 있는 멋진 곳이었는데, 경영난으로 결국 문을 닫았다.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그는 10평 남짓한 곳에서 아버지, 어머니와 나란히 서서 스틱쉐도우 부품을 조립해 납품하는 일을 해야했다.

“처음엔 아버지가 밉고, 하늘을 원망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많은 걸 배웠더군요. 사업이 잘 되었을 땐 네 식구가 만날 시간도 없고, 각자 살기 바빴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신 후, 가족이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가며 사이가 돈독해졌죠. 가족끼리 둘러앉아 소박한 식사를 함께 할 때면 ‘돈이 좀 없어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도 했고요. 또, 그 시기에 아버지와 일하고 대화도 많이 나누며 자연스레 아버지가 오랜 세월 몸담고 계셨던 화장품 업계에 대해 어깨너머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어요.”

그가 처음부터 창업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 시절, 진로 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답이 아니라면 어떤 일을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그를 본 친구가 ‘나를 벗어나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삶이 행복하다’며 그에게 해외봉사를 추천했고, 그해에 남미 파라과이로 해외봉사를 떠났다.

소중한 사람들이 남아 행복했던 시간

“파라과이에서의 첫 번째 활동은 청소년 센터를 건축하는 일이었어요. 처음엔 성실히 봉사에 임했지만 일주일이 지나니 한계가 오더군요. ‘예쁜 어린이들과 사진도 찍고 즐겁게 어울리는 활동을 기대하며 왔는데, 먹을 것과 물도 부족한 데다 날씨도 덥고 일이 너무 힘들어!’ 불평불만이 쏟아졌죠. 그때부턴 옆에 있는 사람들이 나보다 일을 더하는지 덜하는지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어요. 그중 ‘프란시스코’라는 현지인 친구가 가장 얄미웠어요. 프란시스코는 봉사센터에서 지내며 봉사하는 현지인이었는데, 제가 볼 땐 우리에게 일만 실컷 시키고 자기는 편하게 쉬는 것 같았거든요.”

파라과이센터 건축봉사를 함께 했던 현지 친구들. 즐거운 일뿐만 아니라 궂은 일도 같이하며 소중한 추억을 쌓았다.
파라과이센터 건축봉사를 함께 했던 현지 친구들. 즐거운 일뿐만 아니라 궂은 일도 같이하며 소중한 추억을 쌓았다.

하루는 우연히 프란시스코의 고향에 따라갈 일이 생겼다. 쓰러져가는 그의 집에 도착했을 때, 유종휘 씨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프란시스코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후 지내온 삶을 덤덤히 이야기했다. 늘 장난치는 프란시스코의 모습이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의 속사정을 알게 된 후로 프란시스코와 무척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그 후 파라과이에는 가정이 불행하고 치안이 불안정한 까닭에 크고 작은 아픔을 지니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건축봉사는 여전히 힘들었지만 파라과이 사람들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니 견딜 만했다.

“파라과이 사람들은 제가 현지어로 인사를 건네기만 해도 무척 기뻐했어요. 특히 제가 컵 하나로 돌려 마시는 차 ‘떼레레’를 좋아했는데, 그 모습을 보고 굉장히 좋아했죠. 파라과이에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한국으로 돌아와 봉사활동을 되돌아보니, 제가 했던 일보다는 소중한 사람들이 마음에 남았더라고요.”

내가 창업을 택한 이유

한국에 돌아온 후 그는 함께 활동했던 해외봉사단원들과 함께 뮤지컬 팀을 꾸려 활동했다. 팀 리더를 맡아 하면서, 힘들고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는 건 어디서든 행복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취업해서 열심히 하면, 잘하는 ‘유종휘’로 남겠지만 제 옆에 사람들은 별로 남지 않겠다 싶더군요. 허무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끝에 사람이 남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고민 끝에 취업을 접고 아버지에게서 화장품 만드는 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텅빈 사무실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많은 일들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어렵게 만들어 온라인 판매를 시도했으나 제품을 열 개도 팔지 못한 채 재고로 떠안기도 했다. 그런데 2015년에 생각지 않았던 협력업체를 만나 메디힐 마스크팩 생산 공장을 시작했고, 사업이 성공하면서 회사는 안정을 찾아갔다.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연구실 내부. 매주 한두 번씩 꼭 연구팀과 미팅을 하며 제품 피드백 공유 및 신제품 개발을 진행한다.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연구실 내부. 매주 한두 번씩 꼭 연구팀과 미팅을 하며 제품 피드백 공유 및 신제품 개발을 진행한다.

“화장품 업계는 제조업과 유통업 두 가지로 나뉘어요. 아버지는 제조업에 오랫동안 종사하신거고요. 사실, 저는 아버지와 함께 일하면서도 제조보다는 유통이나 마케팅 쪽에 많은 관심을 가졌어요.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손님들을 직접 만나서 제품에 대한 만족도도 들어보고, 개선해서 다시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2015년도부터 ‘모나이트MORNIGHT’를 구상했고, 2년에 걸쳐 제품을 개발했어요. 2018에 정식 론칭했죠.”

고등학생 때 클렌징폼을 만든 기억을 되살려

‘모나이트’의 주력 상품은 곡물 클렌징폼이다. 기초화장품의 경우 브랜드의 영향력이 굉장히 크지만, 클렌징 제품이나 색조 화장품은 브랜드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제품이어서, 브랜드가 유명하지 않아도 질 좋은 제품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

“고등학생 시절에 피부 트러블로 고민이 많았어요. 어느 날 TV에서 곡물 세안으로 피부가 좋아졌다는 내용의 방송을 접한 뒤 속는 셈치고 따라해봤더니 그 무엇으로도 진정되지 않던 피부가 조금씩 진정되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때부터 집에서 쓰던 클렌징폼에 팥, 율무 등을 많이 섞어 나만의 수제 곡물 클렌징폼을 만들어 사용했고, 피부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죠. 그때 경험을 살려 ‘더 리얼 클렌져’를 개발했습니다.”

고등학생 때 수제 클렌징폼을 만들었던 경험 때문인지, 제품에도 꿀이나 호박 등 천연재료를 그대로 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제품 개발에만 2년이 걸렸던 이유도 천연재료 제품의 짧은 유통기한을 보완하기 위해 고민했기 때문이라고.

2018년,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뷰티박람회를 참가해 현지 바이어들로 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18년,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뷰티박람회를 참가해 현지 바이어들로 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제품 개발 이후에는 홍보에 주력했다. 초기에는 다양한 이벤트, 후원 등을 진행해 제품을 거의 무료로 뿌리다시피 하기도 했다. 소비자들과의 만남도 자주 가지며 피드백을 꼼꼼히 받았고, 상품에 관한 고객 반응은 100% 그대로 쇼핑몰에 모두 공개했다. 주변에선 ‘이러다 남는 거 하나도 없겠다’라며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3만 명 가량이 고객으로 남았다. 그는 특별한 경영철학을 세운 적은 없다고 말했지만 그에게는 늘 ‘사람을 남기는 것’이 우선이었고, 그것이 많은 사람들이 제품을 신뢰하도록 만들었다.

동문 선후배들이 오길 원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

그에게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묻자, 두 가지를 꼽았다.

“앞으로 ‘클렌징폼’하면 모나이트가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현재까진 총 6가지 종류의 클렌징폼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앞으로 50가지 이상 개발할 예정입니다. 두 번째 목표는 해외봉사를 다녀온 동문들과 함께 동업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입니다. 제가 해외봉사를 다녀왔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나 강하고 깊은지 알거든요. 동문 선후배들이 오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 속에서 시작된 ‘행복한 삶’에 대한 고민, 피부문제로 고민하며 쌓았던 곡물 클렌징 폼 레시피, 해외봉사에서 발견한 함께하는 행복. ‘모나이트’는 유종휘 씨의 크고 작은 삶의 이야기들이 모여 만들어진 브랜드였다. 사업을 하며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사람이 좋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기자는 생각했다. “다른 건 몰라도 제품 하나는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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