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학번 신입생_우소정

초등학생 때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에 여행을 갔다가 한 카페에서 독특한 디저트를 만났다. 독일의 전통 과자 ‘슈니발렌’으로, 초콜릿으로 뒤덮인 과자와 망치가 놓여 있었다. 어색한 도구 대신 이를 사용해 과자를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일어나 과자를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런데 내 이가 부러질 것 같았다. 그제야 망치의 용도를 깨달았다. 나는 망치로 과자를 한참 부순 후 한 조각을 맛볼 수 있었다. 그날 배운 교훈은, ‘어떤 것은 깨져야만 달콤함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 진학할 고등학교를 결정해야 했던 때, 나는 힘든 중학교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친구들의 따돌림으로 깊게 남은 상처와 부모님과도 좋지 않은 관계 때문에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힘들기만 했다. 나는 결국 삶을 포기하려고 했다.

그날도 숨죽여 울고 있는데 캄캄한 내 방에 불을 켜고 언니가 들어왔다. “소정아, 나도 너처럼 학교 폭력으로 아프기도 했고, 삶을 포기하고도 싶었어. 그런데 우리 학교에 와서 친구들, 선생님들과 마음을 주고받다 보니 마음이 밝아지고 행복해졌어. 너도 우리 학교에 와서 행복을 배우면 좋겠어.” 언니는 자신이 다니는, 산 속에 있는 기숙형 학교의 지원서를 남기고 학교로 돌아갔다.

언니가 한 말이 마음을 울려, ‘행복을 배울 수만 있다면 산 속에서 사는 것쯤은 괜찮겠다’는 다짐으로 나는 그 고등학교에 지원해 합격했다. 그리고 중학생 때보다 행복하게 지냈다. 그런데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첫 모의고사를 보던 날, 한 친구가 조심스럽게 나를 불렀다. 자주 말하던 사이가 아니었기에 순간 두려웠다. 친구는 담담하게 말했다.

“소정아, 나는 네가 좀 감정적이고 친구들을 무시하는 듯한 말을 하는 것 같아서 평소에 많이 불편했어. 그런데 이번에 선생님과 이야기하면서 그런 편견 때문에 너의 장점을 보지 못했던 것 같아. 나도 부족한 사람인데 말이야. 이제 고 3이어서 우리가 함께하는 마지막 해인데, 서로 마음을 나누면서 지내면 좋겠어.”

나도 내 성격을 고치려고 노력하고 노력했기에 낙심이 되었다. 하지만 친구들에게 그런 친구로 남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어떤 친구인지, 단점은 무엇인지, 어떤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는지’ 적어 달라고 친구들에게 설문지를 돌렸다. 설문지를 돌려받은 날은 모처럼 집에 가는 날이었다. 가는 길에 문구점에 들러 작은 편지지를 여러 장 샀다.

그날 저녁, 친구들이 쓴 글들을 읽었다. 내 성격 때문에 상처받기도 했지만 고친다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따뜻한 위로들이 적혀 있었다. 나를 품어주는 친구들이 고마워, 울며 하나하나 편지를 썼다. 서툴지만, 처음으로 내 속마음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다.

부족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을 뿐인데, 친구들은 그런 내 모습을 오히려 더 좋아했다. 그제야 어린 시절에 먹었던 슈니발렌이 떠올랐다. 딱딱해서 그대로 먹을 수 없었던 과자가 바로 나였다. 망치로 그 과자를 부수었던 것처럼, 친구들이 내게 해준 이야기들이 딱딱한 내 마음을 부숴주어 나는 비로소 친구들과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날 이후, 수험생활을 하면서 힘들기도 하고 울기도 했지만 친구들이 늘 내 곁에 있어서 나의 학창시절은 너무나 행복했다.

글=우소정
좋은 친구들을 만나, 인간관계에 대한 상처와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는 우소정 씨. 잠재력을 발견한 그녀는 '신재생에너지분야 교수'라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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