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를 깊이 하면 유혹이 와도 휩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혹에 휩쓸리지 않는 더 좋은 길이 있습니다. 탕자처럼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며 사는 것입니다. 우리 마음에 고마운 사람들이 많아지면 함부로 사는 것이 힘들어집니다. 멋대로 살아서 그분들의 마음에 아픔을 남기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지식이나 정보를 가르칩니다. 그런데 성경은 인간 마음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으며 어디로 흘러가는지에 대해 가르쳐 줍니다. 이것을 우리는 마음의 세계라고 부릅니다. 성경에 나오는 탕자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내용으로, 많은 문학가들이 수많은 문학 작품들 중에서 최고로 인정합니다. 짧은 이야기 속에 인간의 가장 어두운 면과 가장 밝은 면이 잘 그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아버지에게 두 아들이 있었습니다. 둘째 아들이 아버지에게 자신에게 돌아올 재산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는 재산을 받아 먼 나라로 가서 방탕하게 살다가 재산을 다 허비하고 말았습니다. 먹고살려고 돼지를 치는 일을 했는데, 마침 그 나라에 흉년이 크게 들어 먹을 게 귀했습니다. 그는 돼지가 먹는 쥐엄열매라도 구해서 먹어 보려고 했으나 그조차도 얻기 어려웠습니다.

탕자는 어느 날 굶주려 죽어가던 자리를 뒤로 하고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아버지를 만나면 자신이 죄를 지었으니 품꾼의 하나로 여겨 달라고 간청 드릴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잃어버렸던 아들이 돌아왔다며 제일 좋은 옷을 입히고, 손에 가락지를 끼우고, 발에 신을 신기고, 살진 송아지를 잡아 큰 잔치를 벌인다는 것이 줄거리입니다.

이 탕자 이야기는 우리의 인생을 그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마음을 가질 때 탕자처럼 고통스럽고 비참한 곳을 향하게 되고, 또 돌아온 탕자처럼 언제 행복한 자리에 앉게 되는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치우친 욕망을 따라가는 사람들

아버지가 나중에 나눠줄 재산을 둘째 아들이 지금 달라고 요구한 것은, 어차피 받을 재산 일찍 받아서 사업을 해볼 자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에게서 독립해 사업을 하겠다는 계획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둘째 아들은 아버지를 떠나 먼 나라에 가서 그의 뜻대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유혹에 빠져서 가지고 간 재산을 다 탕진하고 불행해졌습니다. 둘째 아들에게 무엇이 잘못되었을까요? 그는 자신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조건들이 얼마나 갖추어져 있는지 모른 채, 돈만 가지면 성공하고 행복해질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둘째 아들 탕자처럼 돈을 많이 가지면 행복해진다는 생각에 이끌립니다. 그런데 미국의 어느 언론사에서 복권 당첨으로 하루아침에 부자가 된 사람들이 그 후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조사해 보았다고 합니다. 그 결과, 대부분 이전보다 훨씬 불행해졌다고 합니다. 돈이 없을 때에는 성실하게 일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큰돈을 가지게 되자 여러 욕구들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좋은 집도 사고 싶고, 좋은 차도 사고 싶고….

그 욕구들을 제어하지 못하고 정신없이 돈을 쓰다 보니 많았던 돈이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돈만 없어진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은 알코올 중독자가 되고, 어떤 사람은 사치가 심해져 빚더미에 올라앉고, 사는 것이 너무 괴로워서 자살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마음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많은 돈이 생겨 삶이 망가진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데에 돈은 필요합니다. 그 돈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반대로 돈을 많이 가져서 겪는 어려움이나 고통도 심합니다. 돈이 있어서 방탕해지고, 돈이 있어서 죄를 짓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사람들 대부분은 ‘돈만 있으면 행복할 것 같은’ 치우친 생각에 휩쓸립니다.

우리 생각이 한쪽으로 휩쓸릴 때

사람은 누구나 어딘가에 휩쓸릴 수 있으며, 한번 휩쓸리면 혼자 힘으로는 빠져나오는 것이 어렵습니다. 저도 휩쓸리는 것을 경험해본 적이 있습니다.

한번은 수련회 장소 옆에 있는 강에서 모터보트를 타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강폭이 그다지 넓지 않아서 중간에 강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수영을 좋아해서 저는 헤엄쳐서 강을 건너려고 했던 겁니다. 수경이 없으니 앞을 보지 않고 언덕이 있는 쪽으로 부지런히 수영을 했습니다. 얼마 뒤 ‘이제 언덕에 거의 왔겠지’ 하고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언덕이 없었습니다. ‘그 사이에 누가 언덕을 훔쳐갔나?’ 싶어 둘러보니, 제가 반대 방향으로 헤엄쳐가고 있었습니다. ‘엉뚱한 방향으로 갔구나’ 하고 다시 언덕 쪽으로 방향을 바꾼 뒤 헤엄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뒤 ‘이제는 다 왔겠지’ 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또 언덕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반대 방향으로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이상해서 주위를 살펴보니, 강물의 큰 줄기가 있는데 옆에서 작은 줄기가 흘러들어와 소용돌이를 만들고 있었고 그 속에 제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소용돌이치는 물을 따라 제 몸도 돌았던 것입니다.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려고 힘을 다해 헤엄을 쳤지만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몇 번 하다 보니 힘이 다 빠져서 ‘아, 이렇게 죽을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제가 내린 보트가 천천히 가고 있어서, 그쪽을 향해 “나 좀 도와줘요!!” 하고 소리쳤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보트가 와서 저를 건져주었습니다.

사람의 몸만 소용돌이에 휩쓸리는 것은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도 휩쓸립니다. 한번은 제가 보이스피싱을 당할 뻔했습니다. 어느 토요일 오후에 전화를 받았는데, 어느 백화점에서 제 카드로 350만 원이 결제되었다는 겁니다. 카드를 제가 가지고 있다고 하자 혹시 아내가 가지고 가지는 않았느냐고 물었습니다. 아내도 제 옆에 있다고 하자 “이상하네요. 그럼 경찰에 신고할까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라고 했더니, 5분 후에 전화가 걸려와 경찰이라고 하면서 이것저것 물었습니다.

“혹시 주민등록증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신 적이 있습니까?

“그런 적은 있습니다.”

“그럼 누군가가 선생님의 주민등록증으로 통장을 개설했을 겁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통장과 도장을 가지고 집에서 가까운 OO은행으로 오십시오.”

그 사람의 말을 따라 은행으로 가면서 ‘난 나이가 많아서 어수룩한데 혼자 가는 게 좀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의 어느 목사님에게 전화해서 상황을 이야기하고, 은행에 다니는 성도가 있으면 와서 나를 도와주면 좋겠다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가는 길에 파출소가 보이길래 ‘파출소는 이런 것 물어보라고 있는 것이지’ 하고 들어가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경찰관이 “할아버지, 그거 사기입니다! 가면 안됩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때 은행으로 오라고 했던 사람이 제게 전화를 걸어와서 왔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사람인 것을 알고 경찰관이 제 전화기를 건네받았습니다.

“여보시오! 당신 누구요?”

“당신은 누구요?”

“나, 경찰관이오.”

그러자 그쪽에서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누가 제 이름으로 카드를 만들어 350만 원을 사용했다는 것은 일어나기 힘든 일인데, ‘내 통장에서 그 돈이 빠져 나간다’는 쪽으로 마음이 쏠리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찬찬히 생각해 보면, 경찰이 바로 연락 온 것도 이상하고 토요일 오후에 은행 문이 닫혔을 시간에 은행으로 오라고 한 것도 이상하고…. 이상한 점이 하나둘이 아닌데도 생각이 한쪽으로 쏠리니까 그 사람의 말을 따라 통장과 도장을 들고 은행으로 가는 것입니다.

둘째 아들은 돈만 있으면 자신이 잘될 것이라는 생각에 휩쓸려 아버지를 떠났습니다. 그곳에는 아버지 집에 없는 즐거움이 있어서 행복해질 것 같았지만, 그 즐거움은 얼마 후 고통과 후회와 절망으로 바뀌었습니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자기 마음에 드는 생각을 쉽게 믿고 따라간 결과였습니다. 누구든지 사고하지 않으면 탕자처럼 잘못된 욕망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배가 고파서 식당에 가면, 이틀이나 사흘 고민할 필요 없이 먹고 싶은 음식을 그냥 시켜서 먹으면 됩니다. 그러나 건강이 나빠지면 아무 음식이나 그냥 먹을 수 없습니다. 어떤 음식이 몸에 좋은지 생각해서 먹어야 합니다. 인생을 산다는 것은 몸이 아픈 사람이 음식을 먹는 것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대로 사는 것은 정말 위험합니다. 유혹에 휩쓸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형편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면

만약 누구든지 유혹에 휩쓸려 삶이 망가졌다면, 자신이 잘못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자신이 형편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빨리 알수록 행복을 누리는 시간이 당겨지고, 모르면 모를수록 돼지우리 같은 삶을 오래 살아야 합니다. 탕자는 자신의 모습을 비로소 깨닫고 아버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아버지는 탕자가 돌아옴으로 인해 제일 좋은 옷과 가락지와 신발을 사용하고 송아지를 잡았지만 결코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기쁨과 행복으로 여겼습니다. ‘저 골칫덩어리가 또 왔네. 애먹겠네’ 한 것이 아니라, 죽었던 아들이 살아왔다고 기뻐했습니다. 어느 부모나 자식을 향한 마음이 이와 같을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어떤 잘못도 덮어주는 부모님의 사랑이 있습니다. 또한 우리 주위에는 인생의 참 지혜를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자신이 형편없다는 사실을 발견한 사람들은 부모님의 사랑이나 참된 지혜를 받아들입니다. 전에는 자신이 잘났다고 여겼기에 자기 생각만 따라서 살았지만, 이제는 주위 사람들의 좋은 것들을 받아들여서 삽니다. 탕자가 아버지의 것을 받아서 행복해진 것처럼 주위에 있는 좋은 것들을 받아들일 때 우리 삶이 좋아집니다. 또한, 자신이 누리는 행복이 자신으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습니다. 마음이 날카롭지 않고 평안하고 부드러운 사람이 됩니다.

유혹에 넘어지지 않는 또 다른 이유

우리가 사고를 깊이 하면 유혹이 와도 거기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혹에 휩쓸리지 않는 더 좋은 길이 있습니다. 탕자처럼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며 사는 것입니다. 우리 마음에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들이 많아지면 함부로 사는 것이 힘들어집니다. 멋대로 살아서 그분들의 마음에 아픔이나 고통을 남기고 싶지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원주 통신훈련소 고시과에서 복무했는데, 업무 중 하나가 교육받는 사병들의 시험 점수를 매기는 일이 었습니다. 매주 다섯 개 반이 졸업하고, 각 반에서 1등에서 5등까지는 자신이 원하는 후방 부대로 배치되었습니다. 당시엔 연필로 답을 썼기 때문에 제가 지우개로 지우고 정답으로 고쳐주면 얼마든지 시험점수를 조작할 수 있었습니다. 매주 많은 교육생들이 돈을 들고 저를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제의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제가 양심적이거나 진실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당시 저는 전도하는 것이 정말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제가 죄로 인해 고통하다가 예수님의 피로 내 죄가 다 씻어졌다는 사실을 안 뒤, 그 사실을 전할 때 다른 사람들도 죄를 사함 받고 새로워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쁨은 그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만약 유혹에 넘어가 돈을 받고 부정을 저지르면 부대에 있는 병사들에게 전도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나를 구원하신 예수님을 섭섭하게 하고는 기도할 수 없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깨끗하고 청렴해서가 아니라, 돈보다 소중한 것이 있었기 때문에 유혹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한번은 교관인 어느 대위님이 저를 찾아와서 “박옥수, ROC OOO기 OO번 1등 만들어!”라고 했습니다.

“저, 그것 못합니다.”

“만들라고 하면 만드는 거지!”

“대위님이 하십시오. 저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

“너, 죽을래?”

“대위님, 이 사실을 교수부장에게 이야기하면 대위님이 어려워집니다. 제가 이야기는 안하겠습니다. 그러니 그만하십시오.”

사랑하는 분과 소중한 일이 있어서 부당한 요구에 당당할 수 있었습니다.

나를 기다려주는 주위 분들을 바라볼 때

아버지는 집을 나간 둘째 아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자신이 실패한 것을 경험하고 온 아들은 그 아버지의 마음을 만납니다. 돌아온 아들은 이전의 둘째 아들이 아닙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아버지와 함께 지내는 것의 기쁨을 아는 아들입니다. 자신이 아버지를 무시한 것을 알고, 자신의 실수와 악을 알며,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아들, 그래서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온 아들은 사랑을 전하고 행복을 전하는 사람이 됩니다.

사람은 다 자신을 믿고 함부로 행동했던 적이 있으며, 그로 말미암아 고통스럽게 지낸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자신이 형편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발견한 사람은 이제 눈을 밖으로 돌려 자신을 기다려주는 주위 분들을 보게 됩니다. 우리 주위에는 언제나 우리를 기다려준 부모님이나 멘토가 있습니다. 그분들과 마음으로 만난 사람은 행복해집니다.

박옥수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이며 목사, 청소년 문제 전문가, 마인드교육 권위자이다. 그는 사람의 마음이 흘러가는 길, 곧 성경에서 찾은 마음의 세계를 젊은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 생각한다. 마인드북 시리즈로 <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 <마음을 파는 백화점> <내 안에 있는 나 아닌 나> <마음밭에 서서> <내가 왜 그랬을까> 등 5권을 집필했으며, 최근엔 <마인드교육 교사를 위한 전문가 과정>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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