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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인류에게 어떤 기술로 기억될까?
고은비 기자 | 승인 2020.02.12 14:30

‘대형 마트에 가서 블루베리나 망고 등 음식을 살 때, 어떤 농장에서 재배되어 가공 및 유통되었는지 2.2초 만에 투명하게 볼 수 있다면?’ ‘등기부와 토지대장 등 총 18종의 증명서가 필요한 부동산 거래에서 별도의 증명서류 없이 원스톱 거래를 할 수 있다면?’ 이 모든 것을 실현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다.

10년째 뉴스에 등장해왔지만, 정작 블록체인 기술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이미 우리 실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으며,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앞으로 삶 속에 더 큰 변화를 줄 것이라 예측한다. 블록체인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어떻게 세상을 바꿔나갈까?

비트코인, 이메일 한 통으로 세계에 알려지다

2008년 10월, 전 세계 암호학자들에게 한 통의 이메일이 전송되었다.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을 쓴 프로그래머로부터 전송된 메일에는 ‘비트코인’이라는 새로운 전자현금 시스템의 동작원리를 설명하는 9페이지 논문이 첨부되어 있었다.

사토시가 공개한 ‘비트코인’은 기존의 화폐와 달리, 정부와 중앙 금융기관의 개입 없이도 안전하게 개인 대 개인P2P·Peer to Peer의 거래가 가능한 가상화폐였다. 이는 전 세계에 암호화폐 열풍을 일으키며, 200조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디지털자산이 되었다. 비트코인이라는 가상화폐가 개인 간의 거래에서도 안전성, 신뢰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우체국을 통해서만 편지를 주고받았지만, 인터넷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체국 없이도 이메일을 통해 개인과 개인 간에 편지나 서류 등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젠 한층 더 발전된 인터넷을 기반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등장하면서 돈, 저작권 등과 같은 ‘가치’가 은행과 같은 중앙기관의 중개 없이 개인 간에 거래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블록체인 기술은 AI와 함께 중요한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블록체인 핵심원리, 분산형 데이터 베이스

블록체인은 어떻게 P2P 거래를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 걸까? 블록체인의 가장 큰 특징인 ‘분산형 데이터베이스’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철수가 학교에 사과 10개를 들고 갔다고 하자. 이전에는 이를 신뢰할 수 있는 선생님이나 반장에게 맡겼다고 한다면, 이젠 이 사과를 교실 중앙에 두고 같은 반 학생 모두에게 이 사과의 주인이 철수 자신임을 밝혀 모든 사람들이 사과를 감시하도록 하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즉, 접근성을 제한하는 방법에서 벗어나 정보의 공유와 분산으로 안전성을 더욱 확보하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잇따라 연결한 모음chain을 뜻하는 ‘블록체인’은 블록에 데이터를 담아 체인 형태로 연결해, 수많은 컴퓨터에 이를 동시에 복제·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기술을 말한다. 가상화폐를 예로 들어 블록체인 원리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경우, ①A가 B에게 만원 송금을 요청하면, A의 계좌에서 1만 원이 줄어들고, B의 계좌에서 1만 원이 늘어나는 데이터를 담은 블록이 만들어진다. ②이때 네트워크상 모든 참여자에게 거래 내역이 전송되며, 참여자들은 거래 정보의 유효성을 상호 검증한다. ③참여자 과반수의 데이터와 일치하는 거래 내역은 정상 장부로 확인하며, 이렇게 검증이 완료된 블록은 이전 블록에 연결되고 ④그 사본이 만들어져 각 사용자의 컴퓨터에 분산 저장된다. ⑤A가 B에게 송금 완료, 즉 거래 때마다 거래 참여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대조해 데이터 위조나 변조를 할 수 없도록 한다.

기존 금융거래 정보는 ‘은행’이라는 단일 위치에 저장되어 있으며, 지정된 관리자가 존재한다. 은행에서는 이 중요한 금융거래 정보가 유실 혹은 변조될 위험을 막기 위해 보안에 막대한 투자를 하여 이중 삼중으로 복제를 해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는 당사자 간의 거래 정보가 참여자 모두에게 분산되며, 관리권한 역시 분산화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때 몇 가지 규칙과 장치를 두는데 이 덕분에 ‘참여자들이 올바른 행동을 했을 때 가장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네트워크가 설계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활용하게 되면, 더 이상 중앙에서 거래정보를 기록할 필요도, 보안에 막대한 인적·물적 투자를 할 필요도 없어지게 된다.

블록체인의 역사는 결국, 인간에게 달렸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등 세계 주요국들은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특히 금융, 유통, 제조, 보험, 개인인증 등을 중심으로 활용이 확대되는 추세다. 블록체인은 단순히 삶을 더 빠르고, 편안하게만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블록체인 개발자들은 탈중앙화 시스템을 구현함으로써 좀 더 평등한 세상, 투명하고 공정한 세상을 꿈꾼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앞으로 인류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블록체인 1세대로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되어가는 비트코인은 그 가치가 1천만 원까지 치솟았다 폭락하는 등 요동치면서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마약 구매에 비트코인이 활용되는가 하면, 여성 인권이 무시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 인권 운동에 핵심적인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지구촌’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정보의 공유가 쉬워졌다. 하지만 거짓 정보가 퍼트려져 잘못된 여론이 형성되기도 하고, 심각한 사생활 침해로 인한 범죄 등 역기능도 함께 따라왔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기술은 인류에게 선이 될까, 악이 될까?

필자는 ‘기술’ 그 자체는 중립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을 활용하는 인간이다. 인류는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해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하지만 역사가 말하듯, 새로운 기술은 늘 새로운 어둠도 함께 가지고 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선 지금, 블록체인, AI 등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와 발맞춰 인간의 마인드의 발전도 함께 이루어진다면 ‘인류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개발된 기술의 참된 의미가 무너지지 않고, 지켜지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지명근
이더리움 연구 개발 회사 온더의 해외사업 담당. 비탈릭 부테린을 포함한 여러 해외 연사들의 세미나 통역을 담당했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B4GS 모임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고은비 기자  press49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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