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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아, 웃으면서 말해야지!”굿뉴스코 해외봉사 후기
임서영 | 승인 2020.02.19 15:12

한국으로 돌아가면 여러 친구들, 가족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미국에 오기 전, 내 생각 안에서는 그들 모두 자기 기준으로 나를 저울질하고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었다. 혼자 있는 것이 나에게는 훨씬 편했다. 이제는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마음을 열고 도움을 청하고 싶다. 마음 열고 이야기할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어린 시절부터 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표정한 얼굴과 말이 없는 것이었다. 고치려고 나름 노력을 기울였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대학생이 되면서 ‘꼭 고치자!’ 다짐했지만, 노력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저 사람이 날 이렇게 생각해서 나를 싫어하겠지?’라는 생각만 커졌다. 누군가가 그런 나의 단점을 지적해도 ‘노력해도 안 되는 걸’ 하는 생각만 들었다. 사람들을 만나는 게 점차 부담스럽고 우울했다.

평소 내게 많은 도움을 준 동료 봉사단원 은희와 함께(왼쪽이 임서영).

미국에 해외봉사를 와서도 내 단점은 여전했다. 같이 온 단원들이 “너는 무표정한 얼굴보다 밝게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예뻐”라고 했지만, 나를 위해서 해주는 이야기라고 여기지 않았다. 하루는 그 문제로 한 단원과 크게 부딪혔다.

“서영아, 네가 항상 말도 안 하고 화난 표정으로 쳐다보니까 다들 너를 불편하게 여겨.”

“그래서?”

“고쳐야지. 사회에 나가서도 그렇게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거야?”

“노력해도 안 되니까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어.”

“네가 힘들면 고치지 않아도 되는 거야?”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한다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났다. 대화는 말다툼으로 이어졌고, 서로 감정만 상한 채 끝이 났다.

미국에서도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동료단원들과 소통하는 게 부담스럽기 시작했다. 혼자 끙끙대다가 결국 봉사단 지부장님을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았다.

“저도 고치려고 해봤는데 잘 안 돼서 포기하고 살고 있어요. 사람들이 제 문제를 지적할 때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한다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나요.”

지부장님께 내 마음을 솔직히 말씀드리자 지부장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스스로 고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어. 그런데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조금만 열어봐. 네가 조금씩 변하는 걸 보게 될 거야.”

내가 마음을 열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긴가민가한 채로 시간이 흘렀다. 맨해튼에서 지내다가 11월이 되어 멤피스로 갔다. 그곳에서 콜린이라는 친구와 함께 지냈다. 콜린은 일명 ‘트러블메이커’였다. 어떤 일이든 자신이 이해되지 않으면 절대 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항상 다른 사람들과 충돌이 발생했다.

한번은 우리가 합창 연습을 하는데, 팀장이 콜린에게 주머니에서 손을 빼라고 했다. “왜?” 콜린이 말했다. 팀장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연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주머니에서 손을 빼라고 다시 말했다. 콜린은 “손 넣는 게 뭐가 문제야? 문제 될 게 아닌데 네가 문제로 만들고 있는 거지”라는 말을 반복했고, 결국 다툼이 일어났다.

하루는 팀장이 “여러분, 다 활짝 웃으세요”라고 했다. 모두 “네!”라고 대답했는데 콜린만 대답하지 않았다. 팀장이 다시 말했다. “콜린, 웃으세요. 알겠죠?” 콜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팀장이 계속 “알겠죠?”라고 했지만 콜린은 입을 떼지 않았다. 팀장이 “그냥 ‘Yes’ 하면 되는 거야. 어렵지 않잖아”라고 했지만 콜린은 입을 열지 않았고, 또 다툼이 생겼다.

그 후로도 이런 부딪힘이 몇 번 더 있었다. 우리는 콜린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콜린, 너는 항상 똑같은 문제로 사람들과 다퉈. 네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네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 너, 그거 고쳐야 해.”

우리가 계속 이야기하자 콜린이 울면서 말했다.

“고치려고 노력해도 안 되는 걸 어떡해!”

콜린의 말이 내 마음에서 메아리쳤다. ‘저거 내가 맨날 하는 말이잖아!’ 콜린과 내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콜린도 나처럼 우리가 자신의 노력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한다고 느끼겠구나. 많이 힘들겠구나.’ 콜린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때 한 친구가 콜린에게 말했다.

“네가 스스로 해서 안 되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 거야.”

멤피스에서 마지막날, 콜린(맨 왼쪽)과 함께 놀러 가서 찍은 사진.

꼭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적이었다. 자신의 기준으로 나를 저울질하고 거기에 맞추려고 하는 사람들이었다. 나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랬기에 친구가 콜린에게 한 말을 들었을 때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것 같았다. 머리가 띵했다.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내 생각이 틀렸구나!’ 나는 혼자 노력해서 변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변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었다.

그날 밤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문득 지부장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조금만 열어봐. 네가 변하는 걸 보게 될 거야.” 마음을 연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할 것 같았다. ‘나는 이러이러한 부분이 어렵고 잘 안 된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거구나. 도움을 청하는 거구나.’ 마음을 닫고 나 혼자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내가 바뀔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답답했던 부분의 답을 나랑 똑같은 친구 콜린을 통해서 마침내 찾았다. 생각해 보니, 내 주위에 내가 마음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 ‘다들 내 문제를 지적하고 나를 힘들게 하는 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사실은 모두 나를 도와주고 싶었던 거구나.’ 한 번도 갖지 못했던 마음이 들었다.

이제 나에게 있는 문제는 더 이상 나를 힘들고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행복했다.

물론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월드캠프, 음악캠프, 크리스마스 칸타타 등 행사가 많다. 그 행사들을 위해 종종 후원을 받으러 가거나 사람들을 초청하러 갔다. 사람을 만나러 들어갈 때에는 ‘꼭 웃으면서 말해야지!’ 하고 들어갔다. 하지만 나올 때에는 아무 표정 없이 나왔다.

합창팀장님의 생일날, 다 같이 준비한 깜짝 축하파티!

그런 나를 보고 다른 단원들이 “서영아, 웃으면서 말해야지. 화난 표정으로 말하면 어떡해?”라고 말해주었다. 이전 같았으면 “웃으려고 해도 웃어지지 않는 걸 어떡해!” 하며 짜증을 내고 마음을 닫았을 텐데, 내 입에서 다른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도와줘. 사실 나는…” 하고 내 마음을 설명했고, 그제야 내 마음을 안 단원들은 그냥 웃으라고만 하는 게 아니고 이런 방법 저런 방법으로 나를 도와주려고 했다. 그렇게 내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하니까 내 마음을 아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고, 지금은 모두 나를 도와주려고 한다. 참 행복하다.

이제 조금 있으면 한국으로 돌아간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여러 친구들, 가족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미국에 오기 전, 내 생각 안에서는 그들 모두 자기 기준으로 나를 저울질하고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대하는 게 부담스러워서 혼자 있는 것이 나에게는 훨씬 편했고 익숙했다.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다.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마음을 열고 도움을 청하고 싶다.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마음을 열고 이야기할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내 주위에 있다는 것이 고맙고 행복하다. 모두에게 마음을 닫고 살던 나에게 마음을 연다는 것에 대해서 가르쳐준, 내게 이 행복을 전해준 굿뉴스코 해외봉사단 친구들, 그리고 지부장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임서영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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