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그랬다.
칠칠치 못한 나는 걸핏하면 넘어져
무릎에 딱지를 달고 다녔다.
그 흉물 같은 딱지가 보기 싫어
손톱으로 득득 긁어 떼어내려고 하면
아버지는 그때마다 말씀하셨다.
딱지를 떼어내지 말아라 그래야 낫는다.
아버지 말씀대로 그대로 놓아두면
까만 고약 같은 딱지가 떨어지고
딱정벌레 날개처럼 하얀 새살이
돋아나 있었다.
지금도 칠칠치 못한 나는
사람에 걸려 넘어지고 부딪히며
마음에 딱지를 달고 다닌다.
그때마다 그 딱지에 아버지 말씀이
얹혀진다.
딱지를 떼지 말아라 딱지가 새살을 키운다.


글=이준관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시가, 1974년 월간 <심상>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면서 지금까지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동시로 ‘씀바귀꽃’ ‘우리나라 아이들이 좋아서’, 시집으로 ‘열 손가락에 달을 달고’ ‘가을 떡갈나무 숲’ ‘부엌의 불빛’ 등 다수의 책을 출판했다. 대한민국 문학상, 방정환 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김달진 문학상, 영랑시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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