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홍 국제마인드교육원장

1970년 9월, 세계 역도 선수권대회가 열린 미국 오하이오주의 어느 체육관. ‘세계에서 가장 힘센 사나이’를 가리는 이 대회에서 관중들의 시선은 한 사람에게 쏠려 있었다. 소련에서 온 바실리 알렉세예프였다. 그해 1월에 세계 신기록을 세운 그는 당대 110kg 이상급의 최강자였다. 관중들의 관심사는 단 하나, ‘알렉세예프가 용상에서 몇 파운드를 들어올리느냐?’였다.

역도에서 용상聳上이란 역기를 일단 가슴까지 들어올렸다가 머리 위로 들어올리는 종목이다. 당시에는 운동의학자와 트레이너들을 중심으로 ‘인간이 용상으로 들어올릴 수 있는 무게는 500파운드(약 227kg)가 한계’라는 것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대회가 시작되고 모두가 기다리던 알렉세예프의 차례가 되었다. 그러나 전광판에 표시된 역기의 무게를 본 관중들의 표정은 기대에서 실망으로 돌변했다. 알렉세예프가 들어올릴 무게는 499파운드였던 것이다. 그로서도 인간의 한계로 여겨지는 500파운드를 들어올리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알렉세예프는 499파운드를 가뿐히 들어올렸다. 관중들은 아쉬움이 반쯤 섞인 탄성과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그 순간, 누구도 예상 못한 내용이 장내 방송을 타고 흘러나왔다. 주최측의 실수로 역기의 무게가 잘못 측정되었으며, 알렉세예프가 실제로 든 무게는 499파운드가 아닌, 501.5파운드라는 것이었다.

이후 1970년 그해에만 알렉세예프를 제외하고도 6명이나 되는 선수들이 500파운드 이상을 들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현재 역도 용상의 세계 최고기록은 582파운드에 이른다. 과거 인간의 한계로 여겨지던 것을 훨씬 뛰어넘은 수치다.

최초로 500파운드를 들어올린 남자 바실리 알렉세예프
최초로 500파운드를 들어올린 남자 바실리 알렉세예프

육상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찾을 수 있다. 핀란드의 파보 누르미Paavo Nurmi는 1920년부터 1928년까지 올림픽에 3번 출전해 9개의 금메달을 거둔 전설적인 육상선수다. 1923년에는 1마일(약 1.6km)을 4분 10초에 달려 세계 신기록을 달성했다. 이후 30년 넘게 이 기록이 깨지지 않으면서 사람들은 누르미의 기록을 ‘인간의 한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인간이 1마일을 4분 이내에 달릴 경우, 어마어마한 운동강도와 긴장으로 심장과 허파가 파열되고, 뼈가 부러지며, 근육·인대·힘줄이 파열된다’는 것이 당시 운동학자들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1954년 영국의 로저 배니스터가 1마일을 3분 59초에 주파함으로써 ‘마魔의 4분’ 벽을 보기 좋게 깨트려 버렸다. 물론 그의 신체는 멀쩡했다. 그리고 배니스터가 신기록을 세운 그해에만 1마일을 4분 안에 주파한 선수가 23명이나 등장했다.

1954년 영국의로저 배니스터가 최초로 1마일을 3분 59초에 주파하다
1954년 영국의로저 배니스터가 최초로 1마일을 3분 59초에 주파하다

바실리 알렉세예프와 파보 누르미의 사례는 우리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한계라고 믿는 것이 과연 진정한 한계인가?’라는 질문이다. ‘용상 500파운드’나 ‘1마일 4분 10초 주파’는 진짜 한계가 아닌, 인간의 관념 속에 존재하는 잘못된 생각에 불과했다. 그 생각은 우리 삶을 가둬놓고 변화와 발전을 가로막는다. 새해를 맞는 여러분 앞에 놓인 ‘한계’는 진정한 한계가 아니라, 생각 속에 존재하는 허상일 뿐이다.

글 | 김재홍(국제마인드교육원 원장)
디자인 |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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