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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첫 간호사 실습내 마음을 말하다 ③
김소리 기자 | 승인 2020.01.17 10:47

2019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유학하며 간호학을 전공하는 나는 드디어 3학년 1학기를 맞았다. 이번 학기가 특별한 이유는 병원 실습과정이 있기 때문인데, 간호사들이 환자를 실제로 어떻게 돌보는지 모르는 나는 걱정이 많이 되었다. 수업을 영어로 듣는데도 너무 새로운 내용이어서 다른 언어로 배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실습이 시작되었다.

첫날, 나와 한 학기 동안 같이할 교수님들과 8명의 친구들을 만났다. 그리고 간호사로서 해야 할 가장 기초적인 역할에 대해 배웠는데, 예를 들어 침대 커버 교체하기, 환자 대·소변 갈아주기, 환자 식사 관리하기와 같은 일이었다. 이런 일들에 익숙해지면 다음 단계로 투약, 주사 놓기, 링거 관리 등을 하게 된다고 했다. 미국 간호사들은 보통 1주일에 3~4일, 2교대로 일한다. 학생들은 1주일에 한 번 병원에 가서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실습을 했는데, 미국에서는 학교 수업과 실습을 학기 중에 병행하기 때문에 방학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학기 중에 공부해야 하는 양이 무척 많다는 것이 어려운 점이다.

처음에는 환자들과 다른 간호사들에게 말을 걸기가 너무 부담스러웠다. 유학생이어서 영어도 유창하지 않고 실습생인 내가 말을 걸면 귀찮아 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규 간호사는 아니지만 자격증을 취득해서 간호사들을 돕는 보조 간호사PCT, Patent Cooperation Treaty 분들과 일하면서 말을 거는 데 조금씩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학생들은 기본적인 간호사 역할을 보조 간호사들에게 배우며 함께 일해야 했다. 그분들 중에 자메이카 사람들이 몇 분 있었다. 내가 자메이카에서 얼마 동안 지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현지 언어를 사용했더니 굉장히 좋아하며 갈 때마다 “그레이스~” 하고 내 영어이름을 부르며 반겨주었다. 한번은 교수님이 그런 장면을 보시고 “보조 간호사들이 너를 좋아하는 건 네가 임무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의미야. 아주 잘하고 있는 것 같은 걸!” 하셔서 용기를 얻었다.

이 이야기는 가슴 아픈 일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일이어서 이야기하고 싶다. 하루는 내가 담당하는 어느 아주머니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러 갔는데, 아침식사로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메뉴의 음식이 나왔다며 기분이 상해 있었다. 그리고 뭐라도 챙겨드리려고 곁에 서 있는 나에게 “꺼져! 나는 이거 먹기 싫단 말이야!”라고 소리치는 것이었다. 아주머니는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기 때문에 음식을 꼭 먹어야 해서 다시 한번 “아주머니, 조금이라도 드셔야 해요. 제가 음식을 다시 주문할 수 있게 도와드릴게요” 하자 “그냥 내버려 두고 꺼져!”라고 했다. 할 수 없이 전화기만 가져다 놓고 조용히 나왔다.

그 다음 주에 아주머니를 다시 만났지만 아주머니는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으셨다. 나도 아주머니에 대한 감정이 썩 좋지는 않아서 별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입원실을 나왔는데, 그날 오후에 아주머니가 갑자기 심장마비 증세를 보이면서 몸이 차가워졌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모두 모여 심장충격기를 사용하며 아주머니를 살리려 했지만 아주머니는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처음 내 눈앞에서 사망하는 환자를 보니 수많은 생각들이 교차했다. 잘 아는 아주머니도 아니고 오히려 안 좋은 기억이 있는 분이었지만 죽음을 맞는 환자를 대하니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생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고 숙연해졌다. 멍한 표정으로 서있는 나에게 한 간호사가 다가와 “좋은 경험은 아니지만 곧 익숙해질 거야”라는 말을 했다. 나는 ‘이런 일에 익숙해지고 싶지는 않아’라고 되뇌며 그날의 장면을 마음속에 새겼다.

간호사 첫 실습과정을 보내며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꼈다. 차트는 어떻게 보며, 환자들은 어떻게 대하는지, 간호사들끼리는 어떻게 도우며 지내는지…. 무엇보다 현장 경험을 통해 두려워하지 않고 뭐든 해보겠다는 용기가 싹터서 기쁘다. 병원에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들과 지내면서 언어나 관계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한 단계 성장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글=김은혜
뉴욕에서 간호학 첫 실습과정을 거친 김은혜 씨는 생명에 다루는 직업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는 기회를 가졌다고 한다. 함께 실습한 친구들과 의료진들에 대한 고마움도 표현했다.

김소리 기자  sori35@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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