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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즈음에내 마음을 말하다 ②
김소리 기자 | 승인 2020.01.17 10:44

벌써 내 나이 오십 하고도 셋이 되어간다. 젊었을 때는 단풍꽃이 피고 서리가 내리고 지붕 위에 한 뼘씩 눈이 쌓여도 마냥 즐겁고 아름다워 보였다. 요즘은 봄이 되어 따듯해지고 갖가지 꽃이 피면 보람되고 뭔가 이루는 한 해가 되길 바라며 파이팅을 외쳐보다가도 가을 문턱에서 기온의 변화와 지는 낙엽에 가끔 생각에 잠긴다. 추위가 오는 것이 싫어서라기 보다 한 살 더 먹는 데 대한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내가 나이를 먹는 동안 두 아들은 어느새 성장하여 대학생이 되었다. 첫째는 군대에서 제대해 2학년으로 복학을 앞두고 있고 둘째는 이제 2학년에 올라간다. 그러고 보니 둘 다 2학년이다. 늘 두 학년씩 차이가 났는데 똑같이 2학년이라니! 약간 우습기도 하다. 나는 딸 없이 아들만 둘이다. 흔히 딸 낳고 아들 낳으면 금메달, 아들 낳고 딸 낳으면 은메달, 아들만 둘이면 목메달이라고 한다. 내가 그 목메달인데, 그 말이 어디까지나 우스갯소리로 들리는 이유는 두 아들이 커가면서 어쩌다(^^;;) 말썽은 부려도 마음이 자라는 것을 볼 때면 대견하고, ‘저놈들이 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한번은 큰아들이 학교에서 선배에게 맞고 왔다. 큰아들은 억울하면 잘 울어서 편들어 주느라고 “아들! 아빠가 그놈 잡아서 혼내줄까? 아니면 선생님께 다 이야기할까?”라고 했는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빠, 괜찮아요. 억울한 일을 당할 수도 있죠. 저도 선배가 되면 후배한테 그렇게 할지도 몰라요.”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억울함을 참지 못하는 아이였는데, 욱하는 감정을 가라앉히는 것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사실 가끔 ‘아이들이 크면서 어려운 일들을 소화해내지 못하고 극단적인 행동을 하면 어쩌지?’ 하는 염려를 했던 터라 아들의 대답이 뭔가 모르게 마음을 안심시켜주었다.

큰아들은 남부 아프리카의 ‘레소토’라는 나라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1년간의 활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날부터 얼마나 많은 말을 하던지! 몇 날 며칠을 레소토 이야기만 들어야 했다. 그러던 아들이 군 입대를앞두고 얼마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다. 직장은 아니어도 한 달 일하고 급여를 받아오는 날이어서 내심 기대를 했는데, 엄마에게 용돈 조금 주고 통닭 한 마리 사와서 즐겁게 먹은 것이 끝이었다. ‘남은 돈이 꽤 될 텐데 어디에 쓰려는 걸까?’ 궁금하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레소토에 다 보냈다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갖추어지지 않은 나라에서 열심히 봉사하는 후배 봉사단원들이 생각나서 그랬다나…. ‘아빠는 챙겨주지 않다니!’ 하는 서운함보다는 대견함이 더 컸다. 누군가를 배려하기 시작하고, 자신이 노력하여 얻은 것을 더 소중한 무언가를 위해 아낌없이 주는 아들 마음이 부모인 나는 참 좋아보였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었을 때는 몸이 크는 것만 보였는데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나 대학생이 되면서 부쩍 마음이 자라는 것이 보인다. 엄마 뱃속에 착상이 되면서부터 초고속 성장을 해온 몸은 거의 성장을 멈추었고, 이제 마음이 초고속 성장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동안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하기 위해 가능한 좋은 음식을 먹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들의 마음이 더 건강해지도록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나도 뒤늦게 철이 드나 보다. 아이들이 잘 자라서 만족스러운 직장에 들어가 행복하게 살기만을 바랐는데, 그것은 아주 막연하고 아이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바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입시를 준비할 때도 공부하라고 다그친 적은 별로 없지만 대학생이 된 지금은 더욱 그렇다. 어떤 일이든 해보라고 권하고, 어렵다고 꽁무니를 빼기보다 나아가다 넘어져서 상처가 나더라도 도전해보길 바라며 자주 “그래, 그거 해보면 좋겠다!”고 말한다.

아마도 내가 그렇게 살지 않아서 하는 말일 수도 있다. 오늘도 두 아들에게 이렇게 당부하는 이유는 내가 공부를 많이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라기보다 ‘나는 어떤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후,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정을 다 쏟아 부딪혀 나갔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면서 아쉬움이 남기 때문일 것이다.

글=박미수
대학에 다니는 두 아들을 둔 아버지가, 성장한 아들을 보며 느끼는 행복과 아들에게 당부하고픈 말을 담아 기고해주었다.

김소리 기자  sori35@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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