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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나에 대해 생각해보았어요반정부 시위 속에서 문을 열다 아이티 ‘드림 대안학교’
김소리 기자 | 승인 2020.01.08 08:56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대안학교가 문을 열었다. 개교한 시점이 반정부 시위로 혼란한 시기여서 학교의 설립 배경이 궁금하다. 정규학교도 문을 닫고 시민들은 불안감에 휩싸인 때, 이 학교 학생들은 분위기에 맞지 않는(?) ‘희망콘서트’를 열었다고 한다. 절망에 익숙한 아이티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일으키기 시작한 ‘드림 대안학교’ 이야기를 들어본다.

포기하지 마! 선생님이 함께 걸어가 줄게

‘꿈꿔봤자 소용없겠다.’ 내가 처음 아이티에 왔을 때 들었던 생각이다. 밥 한 끼 먹기 힘든 형편에서 살고, 공부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아이티에는 정말 많다. 하루는 의사가 되고 싶어 하는 똑똑한 내 친구 ‘수까이나’가 말했다. “나 이제 곧 졸업인데, 돈이 없어서 대학에 못 갈지도 몰라. 계속 공부하고 싶은데….” 전기가 끊겨 공부하기도 힘들었던 그날 밤, 수까이나의 처진 어깨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한국에서 여느 학생처럼 열심히 공부했고 선생님이 되기를 꿈꾸며 교육학부에 진학했다. 하지만 대학에서 1년을 보내는 동안 꿈에 대한 확신이 희미해져 갔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일까? 무엇이 가치 있는 일이지?’ 고민하던 중에 해외에서 봉사하며 새로운 경험도 하고 삶의 방향을 정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아이티에 왔다.

그런데 아이티에 있는 동안 나라 사정이 계속해서 안 좋아졌다. 극렬한 반정부 시위 때문에 일상생활이 힘들어지고 학교들이 문을 닫자, 선교사님이 학교를 세우자는 말씀을 하셨다. 처음에는 조금 놀랐지만 아이들이 꿈꿀 기회마저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던 나는 선교사님 의견에 대찬성하며 교사로서 함께하기로 했다.

선교센터에서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아카데미 수업에 교과목과 특별활동을 추가해 매일 수업을 하기로 프로그램을 짜고 본격적으로 학교를 시작했다. 첫 번째 시간에 각자의 꿈과 목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막연하지 않게 좀 더 구체적인 꿈 설정을 해보기 위해 마인드맵을 그려 가며 생각하자 간호사, 건축가, 비행기 정비사, 선생님 등 다양한 꿈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일이 없었던 학생들이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마음으로 그리는 연습을 하는 게 너무 보기 좋았다.

교사로서 매일 수업을 꾸려나가는 일은 무척 부담스러웠다. 프랑스어로 수업을 하기 때문에 나부터 공부해야 했는데, 한국에서 배웠던 것들을 기억해 세계사, 수학, 영어, 음악, 한국어 등 할 수 있는 건 뭐든 했다. 수업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열심히 배우는 학생들을 보면 힘이 났고, 무엇보다 학생들이 변화하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공부는 어렵고 재미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학생들이 수업 시간이 되면 어느새 모여와 제자리에 앉고 노트를 펴서 궁금한 걸 물어보며 배워가는 걸 보는 맛이란! 하루가 다르게 내 마음에도 꿈이 자라났다. 학생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계속 달려가도록 도울 것이다. 아이티는 포기할 수밖에 없는 조건들이 가득한 나라다. 나는 학생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이곳에서 ‘마음을 이끌어 주는 선생님’이 되는 꿈이 생겼다. 학생들에게 지식만을 전달해 주는 선생님이 아닌, 밝고 건강한 마음을 보여주고 그들을 행복한 길로 안내해주는 그런 선생님 말이다. 한 학생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선생님이 되는 것은 정말 가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러기 위해 드림 학교에서 학생들과 더불어 더 많이 배우고 꿈꿀 것이다.
글 | 오다혜(교사, 대학생 봉사자)

이제는 꿈이 다가와 제게 말해요

학교에서 세계사와 세계 지리를 배우는데, 매우 흥미롭습니다. 또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알아야 할 기본적이고 중요한 자세들을 배우는 시간도 즐겁고요. 저는 늘 제 머리가 안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공부를 포기하고 지내왔어요. 그런데 ‘나도 배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죠. 매주 시험도 치르는데 어느 날은 제가 1등을 했어요. 이후부터 공부가 점점 더 재미있어 지고, 더 어려운 공부도 하고 싶어졌어요.

저는 비행기 정비사가 되는 게 꿈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비행기를 보면 멋지다는 생각에 설렜죠. 꿈을 이루려면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아요. 놀고 싶을 때마다 꿈이 제게 다가와 “그냥 앉아 있지 말고 뭐라도 배워!”라고 속삭인답니다. 선교사님께서 제게 항상 말씀하세요. 목표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다르다고요. 저는 아주 똑똑한 사람은 아니지만 드림 학교에서 목표를 갖게 되어 행복합니다. 제프

처음, 나에 대해 생각해보았어요

아이티에서는 매년 있는 진학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 학년으로 올라갈 수가 없어요. 평균 50점을 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학비를 또 내고 그 학년을 다시 다녀야 하죠. 저는 형이 일을 해서 제 학비를 내주고 있어요. 새벽 일찍 일하러 나가죠. 그런데 부끄럽게도 시험에서 여러 번 떨어져 진학하지 못하곤 했어요. 당연히 공부하기가 싫었고요. 빨리 돈을 벌어서 내가 사고 싶은 것들을 사고 즐기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학교에 다니면서 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아무런 꿈이 없는 내 자신을 볼 수 있었고요. 요즘은 선생님이 되는 꿈을 꿔요.

그리고 그 꿈 때문인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답니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게 됐고, 공부나 친구들과 하는 활동들이 재미있어졌어요.
조넬

김소리 기자  sori35@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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