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는 떨어졌어’ vs. ‘10%는 아직 붙어 있잖아’

일본에서 가장 달고 맛있는 사과가 생산되는 아오모리현에 한번은 태풍이 불어닥쳐 수확을 앞두고 있던 사과의 90%가 떨어지고 말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애지중지 키운 사과들이 하루아침에 땅바닥에 나뒹구는 모습을 본 농부들은 깊은 시름에 빠졌다. 그때 땅에 떨어진 90%의 사과 대신, 아직 나무에 매달린 10%의 사과에 주목한 청년이 있었다.

‘이 녀석들은 보통 사과가 아니야. 거센 비바람을 이겨낸 행운과 기적의 상징이야.’

사과 수확기인 10월은 마침 고3 수험생들이 대학 입시를 치르는 시기였다. 청년은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에 ‘합격 사과’라는 이름을 붙여 시장에 내놓았다. 입소문을 타면서 합격 사과는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고, 급기야 없어서 못 파는 귀한 상품이 되었다. 동일한 상황에서 ‘땅에 떨어진 사과와 떨어지지 않은 사과 중 어느 쪽을 바라보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팩트보다 팩트를 보는 시각이 중요하다

우리가 인생을 사는 데 있어 객관적인 사실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 사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할 것인가?’라는 관점이 아닐까 싶다. 필자는 대학생 시절 교양역사 과목을 수강한 적이 있다. 첫 수업시간, 교수님은 ‘역사란 단순히 과거의 사실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관점의 중요성을 언급하셨다. ‘역사라면 이미 일어난 일이기에 불변의 객관적 사실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해석과 평가를 받는다니!’ 필자는 충격을 받았다.

독자들도 친구와 함께 똑같은 영화를 봤지만, 정작 그 감상이나 해석은 전혀 다른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특히나 요즘은 인터넷으로 온갖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다. 어떻게 생성되고, 어떤 방식으로 유포된 정보인가에 따라 때로는 온라인상에서 편이 나눠지기도 한다. 잘못 해석된 정보 때문에 선입견이 생기면 정작 중요한 진실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가능한 한 객관적인 사실과 정보를 받아들여 이를 토대로 스스로 판단을 내리면 좋겠지만, 사용자의 취향이나 성향에 맞는 정보만을 수집해 보여주는 인터넷의 편향성이 오히려 잘못된 판단을 부추기는 것 같다.

똑같은 상황에서 올바른 판단을 하는 팁

똑같은 사실도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고, 그 해석에 따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나’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흔히 운전자들은 자신보다 빨리 차를 몰고 가는 사람을 보면 ‘무슨 운전을 저렇게 험하게 해?’라고 생각하지만, 느리게 가는 사람을 보면 ‘아이고, 답답해’라고 생각한다. 우리 자신을 기준으로 삼는 성향이 우리도 모르게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감정도 내려놓거나 배제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의사도 가족이 수술을 받아야 할 때는 직접 집도하지 않고 다른 의사에게 맡긴다고 한다. 사람은 감정에 휩싸이기 쉬운 존재인 만큼 자칫 평정심을 잃고 실수를 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중대한 사안일수록 혼자 결정을 내리기보다 여러 의견을 객관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의사들만 하더라도 환자들을 진료할 때 개인적인 소견으로만 진단을 내리지 않는다. 환자의 병력病歷이나 증세가 비슷한 다른 환자들의 사례, 동료의사들의 조언, 기타 의학이론 등을 모두 반영해 원인을 찾아내고 치료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우리가 삶에서 닥치는 문제들의 해법을 찾을 때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다면

어떤 사회, 어떤 국가, 어떤 세대이건 대립과 갈등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구성원들끼리 관점과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령 기업만 하더라도 사장과 직원들 간에 의견이 대립하는 경우를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사장이라면 직원들이 더 오래 성실히 일하며 성과를 내주길 바랄 것이고, 사원들은 자신들이 한 일이 가급적 높은 평가를 받아 큰 보상을 얻길 원할 것이다. 물론 지금은 경영자가 된 필자도 사원일 때 똑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마음을 열고 대화하다 보면, 개인은 물론 조직에서 발생하는 문제나 갈등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문제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자세의 부재不在가 아닐까?

피사의 사탑에 올라가서 세상을 보며 ‘세상이 기울어졌다’고 말한다면, 색안경을 낀 채 세상을 보며 ‘세상이 어둡다’고 말한다면 그 얼마나 안타까운 일일까. 혹시 나도 모르게 갖고 있는 내 마음속 어그러진 선입견을 버린다면, 세상이 훨씬 새롭게 보일 것이다.

글=박천웅
국내 1위의 취업지원 및 채용대행 기업 스탭스(주) 대표이사. 한국장학재단 100인 멘토로 선정되어 대상을 수상했으며, (사)한국진로취업 서비스협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대기업 근무 및 기업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생들에게 학업과 취업에 대해 실질적인 조언을 하는 멘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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