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Adieu아듀 우울증 ①

블랙독Black Dog

영국의 작가 새뮤얼 존슨이 처음 우울증을 검은 개에 비유했다. 이후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린 처칠은 “평생 날 따라다닌 검은 개(블랙독)가 있다”며 우울증과 블랙독의 비유를 대중화했다. 현재는 영어사전에서도 ‘블랙독Black Dog’을 ‘우울증, 낙담’으로 설명할 만큼 널리 쓰인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화제다. 기자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하나만 생각했다, ‘화목한 부모 아래서 자라 평범한 가정을 이룬 30대 여성 김지영에게도 심각한 우울증이 찾아올 수 있다’고. 우리나라 성인 4명중 1명은 우울증을 겪는다고 한다. ‘난 괜찮은 걸까?’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우울증을 겪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는 더 이상 미뤄둘 질문이 아니다. 내 마음 속 우울, 제대로 알고 떠나보내자.

우울증 실태
우울증, 대체 얼마나 많길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들 중에서도 한국은 국민들이 우울감을 경험한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2015년 통계청에서 발간한 ‘한국사회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 가운데 ‘최근 한 달 간 우울감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3.2%였다. 이는 독일(12.4%), 노르웨이(9.5%) 등과 함께 가장 높은 수치다. OECD 평균(10.7%)보다 2.5%포인트 높으며, 스위스(4.0%)의 3배 이상이다.

‘우울감’을 넘어 우울증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8년 기준 75만 1,930명에 달한다. 이는 2014년의 58만 6,916명 대비 27.8% 증가한 수치다. 우리나라 인구를 5천만 명으로 어림잡았을 때 국민 100명 중 15명이 우울증 환자라는 의미다. 우울증을 포함해 공황장애·불안장애·우울증·조울증 등으로 범위를 넓히면 환자 수는 170만 5,619명에 이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4~2018년 정신관련 질환 진료환자 현황’에 따르면 연령대별 공황장애·불안장애·우울증·조울증에 따른 진료증가율에서 20대가 1위를 기록했다. 20대 환자는 2014년 10만 7,982명 대비 2018년 20만 5,847명으로, 90.6%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종합의견

각종 통계자료에서 보듯 우울증을 비롯,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각종 정신관련 질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 국가적으로도 시간과 비용 손실을 초래할 뿐 아니라, 개개인의 행복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해결이 시급하다. 우울증 치료를 위해서는 빠른 진단과 꾸준한 치료가 꼭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그 심각성을 간과하거나 남의 이목을 의식한 나머지 상담 및 치료를 기피한다는 점 또한 심각한 문제다.

우울증, 제대로 알자
우울감과 우울증의 차이

우울감은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지만 우울증에서 느끼는 우울감은 일상적인 우울감과 차이를 보인다. 단순하게 우울 증상의 경중 정도로 판단할 수 있는데, 정상적인 슬픔이나 우울한 기분은 시간이 지나면 회복된다. 1~2주 안에 별 탈 없이 회복된다면 병적인 우울증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병적인 우울증은 정상적인 우울에 비해 지속 기간이 길며 보통 6개월 이상 지속된다. 기분만 저하되는 것이 아니라 수면, 행동, 의욕, 동기, 신체활동 전반적으로 정신기능이 저하되고, 증상이 하루 종일, 그리고 매일 지속된다.

우울증에 걸리면 예전에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들로는 극복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노래를 부르거나 친구와 영화를 보는 걸로는 즐겁지 않게 되어 이 기분이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고 극복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울증 테스트를 들어가기 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우울증에 걸린 K군

K군은 한국에서 중국으로 유학을 가 북경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한 엘리트였다. 중국에서도 줄곧 공부를 잘했다. 하지만 영어로만 듣는 수업을 들었다가 자신의 한계를 만난다. 시험을 쳤는데 100점 만점에 7점을 맞은 것이다. 국가에서 장학금을 받고 있었던 그는 장학생에 탈락할까봐 조바심이 났고, 두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휴학을 택하기로 한다. 중국에선 우울증을 앓고 있으면 휴학이 가능했기에 병원에서 우울증 검사를 받았고, 놀랍게도 k군은 실제 우울증 환자로 판명되었다. 이처럼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내 마음은 괜찮을까?
우울척도(CES-D) 테스트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난 1주일간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한 날을 헤아려 해당하는 숫자에 표시하세요. 단, 너무 오래 생각 하지 마시고 솔직하게 응답해주세요.

채점방법
4,8,12,16번 문항: 극히 드물다-3점, 가끔-2점, 자주-1점, 거의 대부분-0점
나머지 문항: 극히 드물다-0점, 가끔-1점, 자주-2점, 거의 대부분-3점
총점기준 0~20점: 정상적인 우울감, 21~40점: 주의가 필요한 우울감, 41~60점: 심각한 우울증

※ CES-D척도는 우울증 선별검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자가보고형 척도검사 중 하나입니다. 41점 이상의 경우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합니다. 질문지의 결과가 반드시 우울증의 진단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우울증에 걸리면 나타나는 결정적인 증상
현실감과 공감능력이 떨어져요

우울증에 걸리면 현실감과 공감능력이 좀 떨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머리로는 ‘같이 슬퍼해줘야 되는데…’ 하면서 잘 안됐던 일도 있어요. 처음엔 믿어지지가 않았어요. ‘내가 우울증이니까 이제 그만둬야겠구나’ 하는 식으로 판단을 하지 못하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끌려가는 거예요.

맡은 일이 진행이 안되고 판단력이 흐려져요

무슨 일이든 너무 힘들었어요. 내가 맡은 일이 있었는데, 거의 진행이 안되고 그랬죠. 자주 깜빡하고요. ‘우울증이니까 어떻게 해야 되겠구나’ 아니면 ‘일을 잠깐 쉬어야 되겠구나’ 하는 판단이 안 서요.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동료들이 권해서 결국 휴직을 했죠. 우울증에 걸리면 판단력도 떨어지는 듯해요.

무기력해지면서 잠이 많아졌어요

움직이는 게 귀찮더라고요. 무기력해지는 거죠. 그러니까 졸음이 쏟아졌어요. 활력도 없고 기운도 없고 주변 친구들을 만나거나 하는 일이 거의 없어지니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잖아요. 그러니까 웃음이 많이 없어졌죠. 가장 큰 문제가 잠이 많아진 거였어요. 평상시 같으면 어느 정도 자고 일어나서 움직여야 하는데 그게 안돼요. 계속 자고 싶었죠. 육체적으로도 그렇지만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힘들다 보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신체적으로 어디가 아프거나 하지 않았는데도 늘 어깨가 축 처져 있었죠. 거울을 보면 표정도 힘이 없어 보이고 무기력해 보이고 그렇더라고요.

무척 신경질적인 사람이 되었어요

제가 엄청 신경질적으로 바뀐 것 같아요. 사람들이 대문을 똑똑 두드리면 화를 내면서 “누구야!” 하고 반응했어요. “누구세요?”도 아니고 그냥 “필요 없어!” 그랬죠. 이런 식으로 신경질을 냈어요.

새벽에 눈을 뜨면 지옥이 몰려오는 느낌이었어요

어떤 날은 혼자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우울하고, 어떤 날은 불안하고, 또 어떤 날은 너무너무 슬퍼서 혼자 막 엉엉 울었어요. 특히 제일 심한 게 아침에 눈을 떴을 때예요. 눈을 딱 뜨면 지옥이 몰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어떻게 할 수가 없었죠. 찬송을 듣고 기도를 해도 소용이 없었어요. 너무너무 힘들었죠.

호흡곤란, 가슴통증도 모두 우울증 증세더라고요.

한번은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로 호흡곤란이 와서 새벽2시에 병원 응급실에 갔죠. 특별한 병은 없고 그냥 스트레스성 증상이라고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통증은 특별한 병명이 없는 건가 보다’ 그렇게 생각했죠. 그런 것조차 우울증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거예요. 얼마 전엔 가슴 통증이 너무 심해서 처음에는 ‘흉부외과를 가야 하나, 내과를 가야 하나?’ 고민을 했어요. 하지만 병원에 가서 ‘선생님 저 요즘 가슴이 너무 뻐근하고 아프고 힘들어요. 이거 혹시 다른 병이 아닐까요?’ 라고 물어보니 “그것도 우울증 증세입니다”라고 하더군요.

출처=우울증을 이겨낸 사람들(한빛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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