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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2019 키워드
김소리 기자 | 승인 2019.12.11 11:04

2019년이 지나갑니다. 올해 가장 즐거웠던 일, 소중한 사람,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 키워드로 정리해보세요. 2019년은 점점 멀어지지만 키워드는 마음에 남아 우리를 오래도록 행복하게 해줄 겁니다.

키워드 1 어른
김동은

‘어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어렴풋이 실마리를 찾은 것은 올해 2월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학과 서울 상경을 목전에 두고 있던 때, 다른 건 몰라도 성인이 어른의 동의어가 아님은 깨달았다. 한 것 없이 나이만 먹는다는 게 이런 뜻인지…. 나이는 생각보다 쉽고 허무하게 앞자리 수 2를 달았다. 나이가 들면서 겁이 많아지는 이유는 책임감과 짊어져야 할 몫이 커져서일까? 문득 겁이 났다. 성인이라는 지위도 부담스러운데 장차 더 나이를 먹으면 얼마나 많은 중압감이 생길까 싶었다. 그런 모든 중압감과 책임감을 견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물음에는 이상하게 바로 답이 나왔다. ‘괜찮은 어른이 되어야겠다!’ 괜찮은 어른에 대해 생각하다가 나이에 맞도록 ‘그릇’을 키워야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릇이란 ‘마음의 키’라고 생각한다. 외적인 키는 청소년기를 지나면 멈춰버리지만 내면의 성장은 개인의 노력과 의지만 있다면 백발노인이 되어도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러기 위해 내가 첫 번째로 다짐한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주저 없이 하자’였다. 나 스스로에 대해 잘 안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좋아하는 거 딱 하나는 꼽을 수 있었다. 문학이었다. 내가 선택한 학과이니만큼 제대로 공부해 보기로 했다. 입시 때 가진 시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시 동아리에 들어갔고 열심히 시를 썼는데, 사람들에게 과분한 인정도 받고 유익한 조언도 얻었다. 덕분에 지금은 시를 대하는 태도나 사유가 많이 확장된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무엇보다 처음에 가졌던 목표를 이루었다는 게가장 뿌듯하다.

괜찮은 어른이 되기 위해 두 번째 목표로 정한 것은 ‘긍정적인 사람이 되자’였다. 첫번째 목표를 실행하면서 얻은 뜻밖의 수확이었다. ‘고민하지 말고 일단 하자!’는 생각으로 저지른 모든 일에서 배울 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고, 아주 힘들 때는 스무 살이라는 나이를 떠올렸다. 그러면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나는 또 한 뼘 더 성장했고, 성장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여기면 짐짓 여유도 생겼다. 물론 후회의 자국들이 진하게 남기도 했지만….

나의 올해는 이게 다가 아니다. 자랑스러움만으로 한 해를 꽉꽉 채우는 사람이 어디있을까. 사실 나는 외면했다, 트라우마는 시뿐만 아니라 소설에도 있었다는 것을. 어쩌면 나는 의도적으로 소설을 기피하며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무책임한 낙관에 기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렇듯 나 자신을 향한 애틋함과 원망, 미안함과 고마움 그 사이에서 앞으로도 나는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할 것이다. 나이를 먹는다고 그 모든 과정에 덤덤해질까? 내가 하는 말과 행동에 항상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 아버지는 아니라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내가 그토록 바라는 괜찮은 어른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어른이 될 나에게 부탁할 말이 있다. ‘나이를 먹으면서 달라지는 것들에 통탄하기보다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내면에 여유를 지닌 사람으로 세상을 살아가길 바란다!’

글=김동은
문예창작학과에 다니는 김동은 씨는 긍정적이고 따뜻한 삶을 희망한다. 생각이 많지만 웃음도 많은 점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으며, 많은 사람들 가슴에 울림을 전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대학생이다.

키워드 2 콘서트
김서영

#1 아카펠라 도전

대학생이 되어, 알고 지내던 봉사단 선배들의 권유로 ‘청춘콘서트’라는 해외봉사 홍보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나도 2학년이 되면 해외로 봉사활동을 다녀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기 때문에 미리 정보도 얻고 마음의 준비를 할 겸 해보기로 했다. 여러 분야의 일 중에 나는 ‘아프리카 스테이지’ 팀에 속해 아프리카 춤과 노래를 연습했는데, 1학기 때는 주로 선배들의 경험담을 듣고 아카펠라와 함께 단순한 안무를 배웠다. 선배들이 세계 각지에서 한국을 알리고 현지 언어를 배워 친구들도 사귀며 활발하게 교류하는 모습이 너무 멋져 보이고, 나도 하루빨리 도전적인 경험을 하고 싶어져서 즐겁게 함께했다.

#2 역동적인 무대를 위해

그림 | 김서영

2학기 때는 보다 역동적인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모두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데 주력했다. 팀장 언니도 처음에는 막막해했지만 어느 한 사람의 의견으로는 좋은 공연을 할 수가 없어서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래와 안무를 구상했는데, 아이디어가 점점 발전하면서 구성이 짜임새 있어졌다.

#3 밤새 계속된 녹음 작업으로 마음을 나누다

녹음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함께 녹음하는데 1명이라도 실수하면 다시 해야하고 잡음이 들어가면 안 되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지친 중에도 심혈을 기울여 작업해서 녹음을 완성하면 얼마나 뿌듯하고 기분이 좋던지! 서로를 격려하며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리허설을 하고 피드백을 받아 늦은 시간까지 동선을 다시 짜고 안무를 수정하기도 했지만, 우리가 준비한 프로그램들을 흥미롭게 볼 사람들을 생각하니 설레었다.

#4 대망의 무대에 서다

그림 | 김서영
그림 | 김서영

대망의 ‘청춘콘서트’가 열린 날, 사람들이 과연 우리가 준비한 아프리카 스테이지를 좋아할지 떨렸다. 그런데 우리가 하는 춤을 따라 추고 손뼉을 치며 너무 재미있어하는 것이었다. 아프리카를 멀게만 느끼는 대학생들에게 친숙한 느낌으로 소개하고, 또 해외봉사에 도전해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는 게 좋았다.

청춘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올해 총 6번 무대에 올랐다. 대학생들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는 경험 자체로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고, 특히 문제 상황에서 포기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차근차근 일을 진행해나가는 선배들을 보며 배운 점이 많았다. 다른 팀인데도 아이디어를 내주며 힘을 주었던 선배들도 고맙다. 나의 대학 1학년 시절을 빛나게 해준 청춘콘서트 파이팅!

글=김서영
화장품 연구원을 꿈꾸는 풋풋한 대학 1학년생. 화가인 아버지 덕분에 자연스럽게 그림과 가까워졌고, 그림 그리기가 취미가 되었다. 선배들과 해외봉사 홍보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즐거웠던 일들을 소개하는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주었다.

키워드 3 영어
양호성

올 초에 행사 스태프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내가 담당한 일은 프로그램 순서에 따라 마이크와 강연대를 옮기고 무대 옆에서 대기하며 필요한 일을 보조하는 단순한 업무였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개최한 행사였고 무대에서는 사회자와 통역사가 함께 진행했다. 무심코 통역사를 지켜보던 나는 그에게서 엄청난 매력을 느꼈는데, 사회자나 강연자가 관객과 잘 소통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해준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때 나는 무대 뒤에서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나만을 위한 영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영어를 공부하자! 통역사가 되자!’였다. 실제 내 영어수준은 외국인 앞에서 겨우 입을 떼는 정도였지만 그 일을 계기로 ‘세계 최고 통역사’라는 명확한 목표가 세워졌고, 그때부터 마음속으로 ‘나는 세계 최고 영어통역사다!’라고 주문을 외고 다녔다. 이후 나의 관심은 온통 영어였다.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을지 지인들과 매스컴을 통해 알아봤고, 그 결과 영어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두가지 핵심 키워드를 찾아냈는데 바로 ‘쉐도잉shadowing’과 ‘꾸준함’이다.

쉐도잉이란 영어 발음을 듣고 그대로 따라하는 영어공부법으로 주로 미드나 영화를 보고 연습한다. 꾸준함이 필요한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영어실력은 창틀에 먼지 쌓이듯 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미드를 한편 선정해서 계속해서 따라하고 또 따라했는데, 6개월을 그렇게 해도 변화가 없는 것 같았다. ‘무엇이 문제일까?’ 주위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분석도 해보았다.

프리 토킹을 꾸준히 하기 위해 양호성 씨가 만든 교내 스터디 모임 ‘굿모닝 클래스’의 수업 모습.

그런데 내가 간과해온 것 1가지가 있었다. 다름 아닌 ‘프리 토킹’이었다. 영어가 늘기 위해서는 영어에 최대한 자주 노출되어야 했고 일상처럼 영어를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프리 토킹을 한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돈을 투자해야 하는 건가?’ 나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주어진 환경을 개선하여 영어 공부와 프리 토킹을 꾸준히 할 수 있을까?’ 나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학교 안에서 영어회화 클래스를 열기로 결정했다. 주 3회 2시간씩, 내가 수업이 없는 시간에 클래스를 열어 영어 공부 환경을 조성하였다. 촛불 하나보다 촛불 여러 개가 더 오래 타는 법! 꾸준함과 프리 토킹을 둘 다 잡기 위함이었다.

또한 영어를 잘하는 친구를 설득하여 코치로 섭외하고 ‘굿모닝 클래스’라는 이름으로 회비를 받고 클래스를 진행하였다. 회비까지 받으며 본격적으로 운영하는 클래스는 처음이기에 ‘과연 내가 클래스 운영을 잘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멈춘다면 영어실력은 다시 제자리걸음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걱정을 뒤로하고 시작한 클래스는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너무 잘되었다. ‘영어에 대한 열정’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참여하는 학생들은 서로 쉽게 가까워졌다. 현재 나는 클래스에 참여하면서 매시간 나의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고 새롭게 동기부여를 받는 경험을 하고 있다. 현재 수준에 만족해하지 않고 미래의 ‘세계 최고 통역사’ 양호성을 바라보며 공부한다.

‘영어열정’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져서인지 참여한 학생들과 쉽게 가까워지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대학에서의 마지막 학기가 지나가는데, 때늦은(?) 영어 열정에 ‘좀 더 일찍 시작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느끼곤 하지만 4학년인 내가 새내기처럼 역동적이고 알찬 대학생활을 했다고 생각하니 만족스럽고 기쁘다. 내년에는 장교로 임관하는데, 임관 후에도 군대에서 즐거운 ‘굿모닝 클래스’를 시도해 볼 생각이다. ‘Practice makes perfect!’ 꾸준함이 실력이다. 나는 내 목표를 향해 꾸준히 달려나갈 것이다.

글=양호성
영어의 매력에 푹 빠진 양호성 씨는 틈만 나면 대학 캠퍼스 내 외국인과 대화를 시도한다. 목표없이 지냈던 지난날들을 아쉬워하며 마지막 학기를 알차게 보내고자 영어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진행한다고 한다.

키워드 4 오빠
송지현

어렸을 때부터 오빠와 나는 가장 친한 친구였다. 부모님이 늦게까지 일을 하셔서 항상 둘이 집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오빠가 요리도 해주고 놀이 상대도 되어주고, 언제나 같이 뛰어다니며 놀았다. 내 꿈은 선생님이 되는 거였는데, 학교놀이를 할 때 오빠는 늘 우리 반 학생이 되어주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학업 때문에 예민해졌는지 오빠가 귀찮게 느껴졌다. 장난을 치는 것도 싫고 내 신경을 건드리는 행동을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시비를 거는 것 같아 오빠에게 짜증만 냈는데, 그러면서 우리 사이는 점점 멀어졌고 내가 대학 4학년이 될 때까지 관계는 좋아지지 않았다.

‘오빠와 왜 이렇게 된 거지?’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오빠와 즐거웠던 때가 그리워 대화를 시도해보려고 했지만 기회가 잘 나지 않았다. 그러다 하루는 엄마에게 이야기했다.

단짝 친구 같았던 송지현, 송동현 남매. 어디든 같이 다니고 함께 놀며 즐거워 했던 기억들이 많다고 한다.

“엄마, 어렸을 때 오빠랑 정말 친했는데 요즘은 서로 말도 잘 안 해. 오빠가 밖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만나기도 어렵고.”

“지현아, 오빠는 엄마 아빠 사랑을 너만큼 받지 못했던 거 같아. 엄마도 아들을 처음 낳아서 어떻게 사랑을 줘야 하는지도 몰랐고. 오빠가 가족들의 관심을 더 많이 받고 싶어서 장난도 치고 그랬던 거 같은데, 너도 너대로 예민해서 짜증을 낸 거지. 오빠 마음을 조금만 이해하면 다시 친해질 수 있어. 오빠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너에 대한 마음은 똑같은 것 같거든.”

나는 전공이 보건행정학이어서 방학 중에 한 달간 병원실습을 해야 했다. 아침 일찍 병원에 가야 하는데, 오빠가 차로 데려다주겠다는 것이었다. 순간 조금 놀랐지만 오빠가 나를 생각해주는 게 고마워서 함께 출발했다. 처음 얼마 동안은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러다 오빠가 실습 때문에 긴장한 나에게 여러 가지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실 대부분 아는 이야기였지만, 오빠가 나를 걱정하며 조언해주는 게 싫지 않아 병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만 있었다.

그렇게 실습기간 차를 타고 다니며 오빠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오빠는 내가 건강하게 잘 다닐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고, 내가 실습하며 겪는 자질구레한 일들을 말하면 잘 들어주었다. 솔직히 그동안 오빠에게 미안했다. 막내딸이라는 이유로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나를 위주로 행동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오빠가 그런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사소한 이야기를 할 때 오빠가 귀 기울여 듣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오빠 덕분에 실습을 정말 잘 마쳤다. 피곤할 텐데도 이른 아침에 데려다준 오빠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고, ‘오빠는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둘도 없는 내 친구’라는 걸 알게 된 2019년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글=송지현
소심한 성격이었지만 대학생활 중에 여러 친구들을 사귀어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게 됐다는 송지현 씨. 그동안 오빠와 자주 대화하지 못했다며, 얼마 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사연을 보내왔다.

김소리 기자  sori35@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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