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범죄자 인도법안(송환법) 철회를 위해 백만 인파와 함께 시작된 홍콩 시위는 그 불씨가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송환법은 철회되었으나 시위대의 세부 조건(송환법공식철회, 경찰의 강경진압에 관한 독립적조사, 시위대 ‘폭도’규정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들이 수용되지 않아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평화 시위’로 시작한 이번 시위를 홍콩 경찰들은 ‘폭동’으로 간주, 최루탄, 물대포, 실탄사용 등 과잉 진압에 들어가며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시민들의 경찰을 향한 신뢰는 이미 바닥이 드러났으며 이는 반정부감정을 더욱 격양시키고 있다.

현재 홍콩 도심 역시 주요 버스노선 및 지하철역 폐쇄, 장애물로 교통마비, 주요대학의 격렬한 시위로 인해 홍콩시민들은 혼란스런 상황에 놓여있다. 최근 홍콩이공대학교에서 일어난 시위는 경찰과의 격렬한 대치 끝에 학교 건물이 훼손되고 시위대 수백 명이 검거되었다.

홍콩의 시위대 (사진=the Guardian)
홍콩의 시위대 (사진=the Guardian)

이렇게 장기화된 홍콩 시위는 사회 전반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홍콩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2분기와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특히 홍콩 주산업인 관광 및 금융은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

홍콩은 일국양제(一國兩制, 하나의 국가 두 개의 제도) 체제를 시행하고 있다. 1997년 영국으로 부터 홍콩을 반환받으면서 50년 동안 '시장 경제 체제', '사법권 독립', '자치 행정'을 약속했는데 시위대는 이를 중국이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나, 중국은 오히려 일국(하나의 국가)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 하여 두 사이의 갈등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홍콩 내부적으로도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는 시위대 탓, 시위대는 정부 탓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상하의원은 모두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며, 지난 21일 홍콩의 기본적 자유를 억압하는 데 책임이 있는 자에게 미국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홍콩인권 민주주의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국제사회에서도 이번 시위에 주목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홍콩 시위는 내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더 거세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관심 역시 커지면서 홍콩을 여행경고국가에서 여행자제국가로 지정했다. 가장 안정적이고 환상적이었던 나라가 혼란의 나라로 변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도 절망감이 흐르고 있다. 가족 간에도 시위를 지지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어 서로에 대한 반목과 불신이 커졌다.

홍콩이 바라는 민주화는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자세히 들여다보면, 홍콩시위에 참여한 시민 중 대부분 20~30대가 주를 이룬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안정된 삶을 약속받지 못해 불안한 그들은 더욱 자신들의 존엄을 지키고 미래를 결정할 권리가 자신에게 있다는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자 하고 있다. 암울한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절망감이 만연하지만 다른 한 편에선 오랫동안 안일에 빠져있었음을 돌아보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번 시위를 통해 더욱 발전되고 새로운 국가로 변할 기대를 갖고 있다.

홍콩=이은석 글로벌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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