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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산다? 난 함께 산다!
김성훈 기자 | 승인 2019.11.22 21:54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도 1인 가구의 비중은 29.8%로 2017년까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부부+자녀 가구를 넘어섰다. 580만에 육박하는 1인 가구는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로 자리 잡았다.

1인 가구가 늘어가는 세태를 반영하듯 요즘 편의점을 둘러보면 하나씩 포장되어 있는 과일부터 삼겹살, 곱창과 가정 간편식 등 전자레인지로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제품을 쉽게 볼 수 있다. 실제로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보다 편의점에서 소량으로 포장된 음식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조 6,058억 원이었던 가정간편식 국내 출하 실적은 2017년 2조 7,421억 원으로 약 70% 급증했고, 2022년에는 5조 원을 웃돌 전망이다.

이처럼 ‘혼자 사는 사람들’은 사회 전반의 소비 트렌드와 생활환경을 바꾸고 있다. 배달업체가 호황을 누리고 퇴근 후 즐길 수 있는 취미 클래스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뿐인가? 소형 주택도 수요에 맞춰 증가하고 개인에 맞춘 인테리어도 인기가 많다. 특히 1인 가구의 가장 큰 장점을 꼽자면 단연 자유이다. 누군가의 간섭을 받지 않고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분야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1인 가구는 받아들여야 하는 새로운 문화임은 틀림없지만, 오히려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혼자 살면 편할 걸 알지만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고 함께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는 지금 3명과 함께 산다
최지나 기자

집에서 막내로 자란 나는 어렸을 때부터 큰 방을 향한 갈망이 있었다. 항상 2살 많은 오빠가 큰 방을 썼는데 비좁은 내 방과는 달리 오빠 방에 있는 커다란 침대는 어린 시절 나의 로망이었다.

나 혼자 산다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러 서울로 왔다. 나름 25살의 첫 독립, 좁은 원룸이었지만 햇볕이 잘 들어오는 집이었다. 드디어 온전한 내 방이 생긴 순간이었다. 주말이면 늦잠도 자고, 내가 원하는 대로 방을 꾸밀 수 있었다. 평일에 못했던 빨래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 먹었다.

하지만 혼자 산다는 건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내가 다니던 학원은 집에서 10분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아침 8시 30분부터 밤 11시까지 수업을 듣고 자습을 하는 시스템이었다. 11시가 넘은 시간에 혼자 걸어오다 보니, 10분이 30분처럼 느껴졌다. ‘원래 밤길이 이렇게 무서웠나?’ 싶고 괜히 현관 비밀번호를 누를 때면 누가 올까 싶어 주변을 둘러보며 눌렀다. 집에 들어가면 이런 불안이 끝날 줄 알았는데, 불을 켜고 집에 아무도 없는지 확인한 후 에야 비로소 긴장이 풀렸다. 한 번도 혼자 살아보지 않아서 그런지, 혼자 산다는 건 꽤나 불안했다.

주말도 점점 따분해졌다. 처음엔 재밌고 편했던 것들도 시간이 지나니 변했다. 할 일을 다하고 나면 더 이상 할 게 없어 침대에 누워 핸드폰만 했다. 분명 내가 살던 똑같은 한국인데 만날 사람도 없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었다. 가끔 통화를 할 때면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통화를 마치면 다시 웃음도 없어졌다.

한번은 거울을 보고 나 스스로에게 “오늘도 파이팅!”하며 내 머리를 스스로 쓰다듬었다. 옷을 입을 때도 “오늘은 뭐 입지? 이거 입을까? 아니다 이게 좋겠다” 하며 나에게 이야기했다. 혼잣말에 대해 별 생각 없었는데, 한 번은 집을 나서면서 ‘내가 이야기를 한 게 얼마 만이지?’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손가락을 펴 세어보니 5일, 내가 5일 동안 아무와도 이야기를 하지 않고 지냈던 것이다. 하도 이야기를 안 해서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대답하고 있었다. 혼자 사는 친구들에게 내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들도 그렇다며 맞장구를 쳤다. 오랜만에 집이라도 가면 엄마를 붙잡고 한참을 이야기해서 엄마가 왜 이렇게 말이 많아졌냐는 이야기도 들었단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어느새 2년 반 정도 혼자 살다 보니 혼잣말을 하는 것도 줄어들고 나름 혼자 사는 즐거움을 찾기 위해 취미도 만들었다. 같이 공부하는 친구와 쉬는 날엔 등산도 갔다.

그때가 좋았지

한번은 기숙사를 같이 썼던 친구가 지방에서 올라와 우리 집에서 하룻밤을 잤다. 단, 하루였는데도 친구와 함께 있는 시간이 불편했다. 평상시라면 내 일정에 맞춰 일어나 씻으면 되는데, 친구가 있으니 서로 일어나는 시간도 맞추고 씻는 시간도 맞추었다. 같이 자려니 침대도 좁고, 밥을 먹을 때도 공간이 비좁아 괜히 미안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나 이제 누구랑 같이 못 살겠다’는 생각이 딱 들었다.

그런데 친구가 집으로 돌아가면서 나에게 한 이야기를 했다. “난 결혼하기 전까지 다시 너랑 살아보고 싶어. 기숙사에서 같이 살았을 때 진짜 재밌었는데 그치? 오랜만에 같이 지내니까 그때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네. 우리가 언제 다시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이제는 누구랑도 같이 못 살겠다고 생각한 나와는 달리 친구는 예전에 같이 살던 그때를 떠올리며 그리워했다. 기숙사에 살 때 우리 방에는 만화책 전집이 있었는데, 수업이 끝나 방에 가면 친구들은 이미 내 방에 와서 만화책을 꺼내 읽고 있었다. 가끔씩 피곤해서 침대에 눕고 싶다가도 이미 와 있는 친구들과 만화책도 읽고 수다도 떨고 고민을 나누다 보면 피곤해도 즐겁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친구 이야기를 듣고 그 시절을 생각해 보니 함께 살 때 정말 행복하고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난 함께 산다!

나는 지금 3명의 룸메이트와 함께 산다. 한 명은 만화와 게임을 좋아하고 다른 한 명은 선생님이라 새벽부터 출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 교안을 만든다. 또 다른 친구는 유치원 교사인데, 집에 오면 아이들에게 가르칠 동요를 부르며 율동을 만든다. 하나부터 열까지 공통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인지 생활 패턴이 달라 부딪힐 때도 있고 좁은 공간이기에 샤워 시간도 4명이 겹치지 않게 정하고 빨래나 청소 날짜도 조율하는 등 여러 가지 신경쓸 점들도 있다. 최근에는 수납공간이 부족해 다 같이 대청소를 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늦게 올 룸메이트도 먹길 바라며 남겨 놓는 것, 내가 야근으로 늦게 집에 들어오면 어두워 불편할 나를 위해 작은 불을 켜 두는 배려는 지친 밤 따뜻한 위로가 된다. 아무리 바빠도 서로의 생일엔 다 같이 모여 축하하고 맛있는 야식도 먹는다. 특히 아플 땐 옆에서 간호도 해주고, 집에 가는 길이 무섭다고 전화를 하면 마중을 나오기도 한다.

요즘 내 주변엔 혼자사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린 인간人間, 서로에게 기대어 살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서로를 생각하고 함께 사는 삶을 한번 맛보면 나처럼 ‘혼자 살긴 어렵겠다’는 마음으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김성훈 기자  kimkija@itomorro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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