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수에게 보내는 편지
캐나다 이한서

종수야, 처음에는 너를 대하기가 어색했지만 곧 가까워질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친해지지 않았지. ‘다른 언어를 쓰는 외국인도 아닌데 같이 지내는 게 왜 이렇게 힘들고 불편하지?’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동갑내기에 공통점도 많은 우리 사이에 거리가 생기는 게 이상했지만 어떻게 좁혀야 할지 알 수가 없었어.

절친이 되는 비결로 ‘먼저 크게 싸우라’는 조언을 하는 이한서(사진 가운데),이종수 단원은 다르면서도 비슷한 ‘인생 친구사이’다.
절친이 되는 비결로 ‘먼저 크게 싸우라’는 조언을 하는 이한서(사진 가운데),이종수 단원은 다르면서도 비슷한 ‘인생 친구사이’다.

1년을 같이 지내야 하는 친구와 사사건건 의견이 맞지 않으니 나중에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졌지. ‘종수와는 절대 친해질 수 없고, 친해지고 싶지도 않아!’라고 생각한 거 아니? 그래서 네가 말만 하면 날카롭게 반응했지. 결국 쌓인 게 폭발했고, 우린 멱살을 잡고 거친 욕설을 퍼부으며 싸우고 말았어. 다행히 지부장님이 대화의 자리를 만들어주셨지. 처음으로 너와 마음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들을 한 것 같아. 그 시간이 좋았고, 서로 터무니없는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게 느껴졌어.

종수야, 처음부터 잘 통하는 친구는 없나 봐. 너무 다르지만 상대방의 마음에 맞추어가면서 ‘절친’이 되는구나. 너와 싸우면서 사람들에게 마음을 여는 법을 배웠어.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가까워지지 못할 사람은 없다는 것도 알게 됐고. 캐나다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많은 걸 배워가고 있지만 너를 통해 내 주위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는 걸 배우게 되어 너에게 너무 고맙다!

무전여행 길에서 느낀 것!
보츠와나 고영재

뭔가 새로운 걸 느껴보고 싶어서 해외봉사단에 지원해 아프리카 보츠와나에 왔다. 설레기도 했지만 걱정스럽기도 했는데, 이유는 언어문제 때문이었다. 처음 얼마 동안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서 조용히 지내다가 서툴더라도 표현해봐야겠다는 생각에 현지 친구들에게 영어로 말을 걸었다. 그런데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가르쳐주기까지했다. 몇 번의 대화에 용기를 얻어 말을 계속하다 보니 사람들과 금세 가까워졌고, 나중에는 장난도 치면서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냈다.

마할라페 지역을 방문해서 아이들에게 한국 이야기와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잊을 수 없는 시간을 보냈다.
마할라페 지역을 방문해서 아이들에게 한국 이야기와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잊을 수 없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한번은 무전여행을 떠났다. 오래 걸어야 하고 잘 곳, 먹을 것도 정해지지 않은 채 다니는 여행이었지만 보츠와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어디서 머물러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무렵, 한 현지인이 우리 봉사단 학생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청했다. 외국인 손님들을 초청하기에 가정형편이 꽤 괜찮은 집인 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아주 가난했다. 어렵게 사는 중에 우리에게 먹을 것, 잘 곳을 제공해주고 따뜻하게 대해준 것이었다.

나는 내게 여유가 있을 때 봉사할 수 있고, 친구를 맞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부족한 상황에서 줄 수 있는 게 진정한 친구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만나는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었고, 마음속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소중한 친구들을 많이 사귄 아프리카에서의 시간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

‘루쎄로’ 언니와 함께하는 행운
멕시코 용두올

멕시코에서의 친구라면 ‘루쎄로’ 언니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루쎄로는 봉사단 센터에서 나의 룸메이트인데, 나보다 나이가 8살 많다. 처음에는 언니와 지내야 하는 게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지내면 지낼수록 배울 점이 많은 언니라는 걸 알게 됐고, 언니가 어떤 일을 한 방향에서가 아니라 폭넓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어서 우리 둘은 점점 가까워졌다.

두 달 동안 지내게 될도시 몬테레이로 떠나기전 루쎄로(사진 왼쪽)와헤어지는 게 아쉬워서 한 컷!
두 달 동안 지내게 될도시 몬테레이로 떠나기전 루쎄로(사진 왼쪽)와헤어지는 게 아쉬워서 한 컷!

특히 언니에게 고민이나 힘든 일을 이야기하면 잘 들어준다. 듣고 난 뒤에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어 조언해주는데, 그게 너무 좋았다. 물론 우리 사이가 항상 좋았던 건 아니다. 내가 전혀 관심이 없는 일을 언니가 흥미로워하며 말하면 짜증이 났고, 불만이 있을 때는 각자 모국어로 말하며 심리전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걸 알기에 그것마저도 싫지 않았다.

언니는 내가 아플 때 성심껏 간호해 주었다. 나는 원래 건강한 편인데 멕시코에서 생활 패턴이 바뀌어서인지 자주 몸살을 앓았다. 한번은 40도 가까운 고열이 나고 온몸이 쑤셨다. 살면서 그렇게 아팠던 적이 없는 거 같은데, 루쎄로 언니가 밤새도록 나를 돌봐주었다. 약을 사다주고, 머리 물수건을 계속 갈아주고, 아침에는 죽까지 끓여주었다. 그런 언니가 내 룸메이트라는 것이 행운이다! 남은 기간, 언니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우유니 사막보다 아름다운 친구들
볼리비아 한지은

인터넷에서 우유니 소금사막 사진을 보고 너무 예뻐서 언젠가 꼭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스페인어를 전공하는 내가 대학 1학년을 마치고 해외봉사단에 지원했을 때 나라 선택을 두고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드디어 볼리비아에 가는구나!’ 기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모자가게 주인의 딸과 우연한 기회에 친해져서 귀여운 모자를 쓰고 포즈를 취했는데, 이렇게 멋지게 찍혔다.
모자가게 주인의 딸과 우연한 기회에 친해져서 귀여운 모자를 쓰고 포즈를 취했는데, 이렇게 멋지게 찍혔다.

하지만 볼리비아에서의 생활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랐다. 열정의 대륙 남아메리카에서 서툴지만 스페인어로 말을 걸면 사람들이 내 말에 귀를 기울일 거라 생각했고, 매사에 웃음이 넘치고 즐거울 줄 알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내가 하는 스페인어를 비웃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면서 나를 따돌리는 것 같았는데, 그러자 나는 점점 의기소침해지고 말수가 줄어들었다. 현지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었지만 알 수 없는 마음의 벽 앞에서 마음의 문을 잠그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하루는 몇몇 친구가 나에게 다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바람도 쐬고 밥도 먹고 오자고 했다. 나는 피하고 싶었지만 거절할 수 없어서 따라갔는데, 한 친구가 나에게 무슨 불만이 있느냐고 물었다. 내가 웃지 않고 늘 못마땅한 표정으로 지낸다는 것이었다. 그때 그동안 참고 있었던 감정들이 폭발하면서 섭섭했던 점들을 솔직하게 다 이야기했다. 친구들은 내 말에 놀란 표정을 지으며 “지은아, 그렇게 생각했다면 정말 미안해. 우리는 너와 친해지고 싶었을 뿐이야. 네가 스페인어를 하는 게 귀여워서 장난을 친 거고, 네가 하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할 때는 ‘지은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알아채려고 우리끼리 머리를 맞대고 의논한 건데, 네가 오해한 것 같아.”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갑자기 당황스럽고 창피해졌다. ‘친구들이 나를 비웃고 소외시킨 게 아니라고? 그럼 나 혼자 그렇게 생각한 거야?’ 늘 불만 가득한 내 표정을 보며 답답했을 친구들을 생각하니 너무 미안했다. 그러자 두터워 보이기만 했던 우리 사이의 마음의 벽이 신기하게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볼리비아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대화 할 수 있었다. 서툰 내 스페인어 실력은 여전했지만 친구들의 마음을 알고 나니 문제될 것이 없었고 자유로웠다. 놀리는 것 같았던 친구들의 웃음도 나를 향한 따뜻한 미소로 느껴졌다. 마음 하나 통한 것뿐인데 순식간에 많은 친구들이 생긴 것이다. ‘볼리비아에 오지 않았다면 내가 이렇게 좁고 허약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을까?’ 볼리비아에서의 시간들은 사소한 것 하나에 마음을 닫고 고민하며 힘들게 지내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기회였고, 더불어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좋아해주는 친구들을 만나는 기회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볼리비아를 향해 떠나올 때가 기억난다.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빠르게 흘러 봉사단 활동을 마무리할 때가 다가오고 있는데, 우유니 사막보다 더 예쁘고 깨끗한 볼리비아 친구들의 마음을 담아 한국으로 돌아갈 걸 생각하니 또 다시 가슴이 두근거린다.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