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투머로우

상단여백
HOME 해외봉사 해외봉사 이야기
[특집] 대학생 해외봉사자들의 특별한 친구 이야기
김소리 기자 | 승인 2019.11.20 15:47

인도, 보츠와나, 브라질, 볼리비아… 열정으로 충만한 대학생들이라도 이런 낯선 나라들에서 1년을 봉사하며 지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겠지요. 하지만 이들은 행복하답니다. ‘친구’와 함께였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나비같은 친구 ‘디비아’
인도 권경은

무전여행 중에 인도 친구들과(오른쪽 두번째가 권경은 단원).

첸나이는 타밀나두 주의 큰 도시로 인도의 전통이 살아있는 지역이다. 연령대와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사리’나 ‘쿠르타’라는 전통복을 입고 다니는데, 내가 친구 ‘디비아’를 만났을 때는 그들의 문화를 잘 모르는 상태였다.

봉사단은 행사에서 선보일 문화댄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섭씨 37도까지 올라가는 덥고 습한 날씨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연습을 하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런데 디비아가 불편한 쿠르타를 입고 연습을 하러 온 것을 보니 짜증이 났다. 게다가 동작을 잘 따라하지도 못하고 열심히 배우는 것 같지도 않았다. 나는 화가 나서 집에 가서 동작을 익혀 오라고 숙제를 내주고 연습을 마쳤다.

이튿날 디비아는 여전히 쿠르타를 입고 웃는 얼굴로 나타났다. 복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어서 연습을 시작했는데, 디비아가 숙제로 내준 동작을 완벽하지는 않지만 해내는 것이었다. 신기하고 기특해서 연습을 했냐고 물었더니 50번이나 하고 왔다고 하면서 ‘이런 춤을 춰본 적이 없어서 몸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몰랐는데 포기하지 않고 가르쳐줘서 고맙다’고 했다.

순간 전날의 내 행동들이 떠오르며, 덥고 짜증난다고 친구의 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화를 낸 것이 너무 미안했다. 첸나이 봉사단 지부장님께 디비아와 있었던 일을 말씀드렸더니, 첸나이 사람들은 우리가 티셔츠를 입듯이 쿠르타를 일상에서 즐겨 입는다고 하셨다. 쿠르타를 입고 온 디비아를 보고 뭐든 대충하는 친구로 평가한 것이다.

댄스 페스티벌에서 춤추고 있는 디비아(가운데).

그날 이후 나는 디비아가 어떤 복장으로 오든 반갑게 맞았다. 내 고정관념을 버렸더니 댄스를 가르치는 시간이 즐거워졌고, 디비아는 어려운 동작까지 마스터할 수 있었다. 하루는 디비아가 나에게 초코과자를 건네며 “경은아, 너는 최고의 선생님이야. 네 덕에 나 같은 사람도 춤출 수 있게 됐잖아. 정말 고마워!”라고 했는데,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해주는 디비아가 너무 고마웠다.

열심히 연습한 결과, 우리 댄스팀은 문화댄스페스티벌에 참가해 극적으로 동상을 수상했다. 대회 영상을 보니 디비아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춤을 추었는데, 그 모습이 나비가 되어 날개를 펼치는 것 같았다. 최고의 학생 디비아는 자유롭게 나는 나비 같은 친구로 언제까지나 기억될 것이다.
 

행복의 조건을 알려준 ‘라이사’
브라질 이소현

브라질에 와서 3개월간 상파울루에서 있다가 포르투 알레그레라는 도시로 옮겨와 5개월 동안 지내고 있다. 이 도시는 상파울루에서 차로 18시간 거리에 있는 곳인데, 한국인을 만나기 어려운 지역이다. 말도 통하지 않고 너무나 낯선 환경에서 한 달, 두 달 힘들게 적응하며 지내던 중에 하루는 한국음식이 못 견디게 먹고 싶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서 버티고 있는데, 27살 ‘라이사’라는 친구가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한국음식을 요리해주겠다고 했다. 라이사는 유튜브를 보고 한국음식 만드는 법을 배워서 마트에 가서 재료를 사오더니 한국음식을 잔뜩 만들었다. 그날 얼마나 맛있게 많이 먹었는지! 배부르고 행복해서 사진도 찍고 하루를 즐겁게 보냈다.

한국을 알리는 홍보행사를 한 후 포르투 알레그레 중심가에 있는 공원에서 라이사(사진 왼쪽)와 잠시 휴식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인을 만날 수 없고 음식, 언어, 생각도 모두 다른 이 환경이 봉사단원으로 지내는 데 장애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는 걸 지금은 안다. 한국인이 없었기 때문에 브라질 문화와 언어를 빨리 배웠고, 현지인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 친구도 만날 수 있었다. 라이사는 내가 힘들 때 큰 힘이 되어주었다. 잊을 수 없는 행복을 느끼게 해준 그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달달한 에너지를 주는 ‘리에라’
태국 임주경

우크라이나에서 온 리에라 언니 덕분에 태국어가 많이 늘었다. 이뿐만 아니라 삶에 지치고 힘들 때마다 언니는 달달한 초콜릿처럼 내게 힘이 되었다.

태국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대학생 봉사자들이 모여 있다. 그래서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는데, 나는 우크라이나 사람인 ‘리에라’ 언니와 친해진 덕분에 태국에서 훨씬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태국에 온 지 3주쯤 지났을 때 조금 여유로운 시간이 있어서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걸 사람을 찾았다. 그런데 마침 베란다에 리에라 언니가 혼자 앉아 있어서 다가갔다. 언니는 태국에서 2년간 지냈기 때문에 태국어를 잘했다. 나는 서툴지만 태국어로 이야기를 이어갔는데, 언니가 내 말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단어도 가르쳐줘서 고마웠다.

그 후 나는 언니와 점점 가까워졌다. 한번은 내가 몸살이 나서 아무것도 못하고 끙끙 앓고 있었다. 잠시 잠들었다가 눈을 떴을 때 머리맡에 초콜릿과 따뜻한 녹차가 있었는데, 리에라 언니가 놓고 간 것이었다. 바쁜 중에도 나를 생각해서 꼼꼼하게 챙겨주는 언니가 너무 고마웠다.

나는 힘들 때면 언제나 초콜릿을 떠올린다. 초콜릿이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 때문이다. 리에라 언니는 나에게 그 초콜릿 같다. 힘들 때, 기운이 빠질 때, 짜증스러울 때 언니와 이야기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마음이 달라진다. 한국에 곧 돌아갈 텐데 리에라 언니 없이 어떻게 지낼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싸우며 진짜 친구가 되다
캐나다 이종수

나는 동료 봉사단원인 이한서 단원을 특별한 친구로 꼽고 싶다. 캐나다 남자 단원은 세 명인데 모두 동갑이기 때문에 1년간 부담없이 잘 지낼 거라고 생각했다. 봉사단 일정이 바쁘고 단체생활이라 힘든 점이 있지만 단원들끼리 소통하며 지내는 데는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트러블이 계속 생기면서 한서와 치고 받고 심하게 싸웠다.

동갑내기 캐나다봉사단원이 한자리에.
캐나 다 원주민 캠프에서 태권도 교사로 활약한 이종 수(사진 오른쪽) 단원.


그 일을 계기로 셋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 친구들이 나에게 해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친구들이 말해주는 내가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내게 이런 면이 있었다니!’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지내왔는데, 친구의 말에 나에 대한 기대치가 무너져 내렸다. 나 역시 그동안 친구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친구가 언짢아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대화를 하면 할수록 오해도 풀리고 마음이 뻥 뚫리는 것처럼 가벼워졌다.

나는 갈등 없는 사이를 좋은 친구관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트러블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고 속마음 표현하기를 주저했는데, 이곳에서 다른 생각을 갖게 됐다. 내 모습을 내가 볼 수 없다는 것과 당장 갈등을 겪더라도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하는 게 친구 사이를 돈독하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 한서와 그렇게 멀리 캐나다에서 ‘친구’가 되었다.

김소리 기자  sori35@nate.com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소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