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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존심이냐 진리냐, 선택은 확신에서 나온다홍콩기독교목회자연합회 부회장 천화밍
김성훈 기자 | 승인 2019.11.19 08:40

“분명한 진리가 있는데, 자존심 때문에 이를 인정하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또 있을까요?” 천화밍 목사의 말투는 차분했지만, 그 속에는 힘이 담겨 있었다. 그 힘은 바로 진리에 대한 분명한 확신에서 나온 것이었다.

지난 10월 24일 오후 2시 30분, 광화문의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계 기독교 지도자 공동기자회견. 세계 14개국 24명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패널로 나선 7명의 목회자들은 기자들을 상대로 열띤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성경을 하나님 말씀으로 인정하고 가르치지 않는 것이 바로 오늘날 기독교계가 겪는 문제들의 출발점’이라고 지적하는 목회자, ‘교인들은 형식적인 종교생활로 지쳐 있는데도 목회자들이 정확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 못하고 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쏟아낸 목회자, 성경에 바탕을 둔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목회자…. 그 중에서도 홍콩기독교목회자연합회 부회장인 천화밍 목사의 질의응답이 신선한 화제가 되었다. 그날 그는 이렇게 답변했다.

천화밍
1956년 캄보디아에서 태어난 그는, 15살에 홍콩으로 건너와 25살에 기독교인이 되었다. 이후 신학교를 졸업하고 올해로 22년째 목회를 하고 있다. 홍콩 외에 중국 선전에도 2개 교회를 이끌고 있다.(사진=김현정기자)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얻는 것’입니다. 홍콩 기독교계에서는 오랫동안 교인들에게 ‘우리는 은혜를 입은 죄인’이라고 가르쳐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가르침을 문제 삼지 않았고,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독교지도자연합이 홍콩에서 주최한 포럼 참석을 계기로 그런 가르침이 잘못되었음을 발견했습니다. 인간이 구원을 얻는 것, 즉 죄에서 벗어나는 것은 착한 일을 해서가 아닙니다. 우리를 대신해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피를 흘려주셨기 때문에 우리가 구원을 얻었습니다. 우리가 한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성경에서는 이를 은혜라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런 은혜를 입었는데 죄인이라고 한다면 이는 비성경적인 가르침입니다. ‘우리는 죄인’이라고 주장하시는 목사님이 계시다면, 자존심을 내려놓으시기 바랍니다. 자존심, 그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자신의 신념이 잘못되었음이 드러날 때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2가지다. 그 잘못된 사실을 애써 부인하고 변명하거나, 할 수만 있다면 이를 혼자 조용히 없애거나 묻어버리려고 한다. 그럼에도 천 목사는 기자회견이라는 공개석상에서 자신의 잘못을 거리낌없이 인정하고 드러냈다.

분명한 진리와 자존심, 어느 쪽이 먼저인가?

‘그 겸허한 용기와 대범함은 어디서 온 걸까?’ 궁금해진 기자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천화밍 목사를 따로 찾아가 인터뷰를 요청했고 그는 흔쾌히 수락했다. 다음 날, 천 목사를 만나 그가 기자회견에서 했던 ‘자존심, 그건 아무것도 아닙니다’라는 답변을 화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가 어제 기자회견장에서 ‘자존심을 내려놓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던 건 용기 때문이 아닙니다. 저는 목사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님의 마음과 연결시키는 것이 제가 할 일입니다. 그 하나님의 마음을 가장 정확히 발견할 수 있는 곳은 바로 하나님 말씀인 성경입니다. 성경에 ‘예수의 보혈이 모든 인류의 죄를 씻고 의롭게 했다’고 분명히 적혀 있는데, 제가 교인들에게 ‘우리는 그래도 죄인’이라고 가르친다면 저는 목회자도 아닙니다. 이는 하나님을 짓밟고 실망시키는 일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분명한 진리인데, 남의 이목이나 체면 때문에 이를 인정하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일’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올해 63세인 천 목사는 캄보디아에서 태어난 화교 출신이다. 1971년, 캄보디아 내전을 피해 홍콩으로 건너온 그는 1981년에 기독교인이 되었다. 이후 영국인 회사에서 일하다가 1993년 결혼하고 신학교에 입학했다. 1998년에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회를 시작했으니, 올해로 사역을 한 지 22년째다.

“고향은 캄보디아이지만, 제 마음은 늘 중국을 향해 있었습니다. 저는 중국을 사랑합니다. 하나님을 알게 된 뒤에는 중국에 더욱 관심을 갖고 중국인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본토의 동포들이 하나님을 믿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졌어요. ‘복음의 나라 중국, 선교하는 나라 중국’을 만드는 데 인생을 바치고 싶었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그는 홍콩에서 사역하는 것은 물론, 중국의 선전 시에도 2개 교회를 이끌고 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여러 나라로 전도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신약 히브리서 4장 12절의 ‘하나님의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어’라는 구절을 들며 자신의 신앙관을 설명했다. “말씀에는 능력이 있어서 말씀을 마음에 받아들인 사람은 그 삶에 반드시 변화가 나타납니다.

제가 강대상에서 설교를 하고 내려왔을 때 사람들이 다가와 ‘목사님 설교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이야기할 때면 큰 보람과 기쁨을 느꼈습니다.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 또 사역을 하면서 어려울 때 저를 지탱해주는 힘이 되기도 했지요.”

어려울수록 오히려 기도를 멈출 수 없다

현재 천화밍 목사는 중국 본토 사역을 잠시 중단한 상태다. 최근 ‘홍콩 사태’로 홍콩 시민들과 중국 당국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본토 내 기독교 탄압이 심해진 탓이다. 하지만 사역을 하기가 어려워졌기에 그는 오히려 기도를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1989년에도 중국에는 천안문 사태라고 해서 정부와 국민들 사이에 유혈 충돌이 있었습니다. 중국 본토는 한동안 혼란에 빠졌고, 그 여파는 홍콩까지 미쳤지요. 당시 저는 홍콩에서 천안문 사태를 지켜보며 ‘본토의 우리 동포들에게 복음이 꼭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언젠가 탄압이 완화되면 다시 전도여행을 계속할 겁니다.”

천 목사는 홍콩의 시민들, 특히 청소년들을 향해서도 안타까운 시선을 감추지 않았다. 1800년대 중반, 영국은 중국(당시 청나라)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홍콩을 할양받아 99년간 통치했다. 1997년 홍콩은 중국에 반환되었지만, 오랫동안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살아온 홍콩 시민들의 중국에 대한 반감은 2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크다고 한다.

“특히 홍콩은 땅과 건물이 아주 비쌉니다. 젊은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평생 집 한 채 사기가 어려울 정도지요.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아파트도 입주하려면 오래기다려야 하고요. 그런 현실 때문에 청소년들이 중국 정부에 더 큰 반감을 갖는 듯합니다.”

천 목사는 본인이 목회자인 만큼 현재 홍콩 시민과 중국 정부간 갈등을 놓고 어느 쪽을 편들거나 정치적 논평을 할 의사는 없다고 했다. 다만 정치적 분열이 교회 내의 분열로 이어지는 현실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나아가 홍콩의 청소년들도 기독교 신앙을 갖길 원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오늘날 홍콩에는 자살충동 등 정신적 병폐로 고통받는 청소년들이 많습니다. 경제적 현실 앞에 좌절한 나머지, 내일에 대한 희망을 잃고 기분이나 감정을 따라 즉흥적으로 살아가는 거죠. 청소년들의 마음에 사고하는 자세나 절제, 교류 등 신앙에 바탕을 둔 가치관이 견고히 세워진다면, 그런 고통도 해결되리라고 봅니다.”

이 시대 사람들의 마음속 고통을 해결해 주는 일이야말로 목회자의 본분이라고 천 목사는 말했다. 아울러 귀국하면 자신이 들은 분명한 죄 사함의 복음을 교인들과 주변 목회자들에게 전할 것이라고 했다. “이 복음이 앞으로 제 목회에 큰 동력과 변화를 가져다줄 겁니다. 나아가 홍콩 기독교의 발전에도 기여할 겁니다.”

인터뷰 내내 ‘복음’ ‘성경’ ‘말씀’ 등의 단어를 답변에서 빠트리지 않는 그가 한편으로는 아이처럼 순수해 보였다. 유럽을 뒤흔든 종교개혁은 권력가에 의해 시작된 것이 아니다. ‘성경과 부합하는가, 아닌가?’를 기준으로 삼고 선을 그어 나갔던 평범한 수도사 루터의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성경 앞에서 과거 자신의 신앙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고, 이제는 정확한 신앙을 전하겠다는 그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크게 여겨졌다.

김성훈 기자  kimkija@itomorro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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