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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의 모든 물건을 세계에 팔겠습니다.이베이 셀러 조은상
최지나 기자 | 승인 2019.11.19 08:41

온라인이 쇼핑의 대세가 되면서 ‘장사는 목’이라는 창업 공식은 깨진 지 오래다. 미국만 해도 온라인 아마존이 유통업체 월마트를 기업가치에서 일찌감치 따돌렸다. 해외 유명상품도 ‘직구’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의 규모가 커지는 만큼,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섣불리 뛰어들었다가 큰코 다친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런 와중에 조금 남다른 창업자를 만났다. ‘한국 물건을 전 세계에 팔겠다’라는 그의 모습에서 ‘세계 어디서든 중국 제품을 살 수 있게 하겠다’던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의 패기가 느껴진다. 그는 이제 갓 온라인쇼핑 비즈니스에 발을 디딘 스물다섯 살 청년 조은상 씨다.

조은상
대학에서 물리치료학을 전공한 그는 2015년부터 2년 동안 페루로 해외봉사를 다녀왔다. 졸업 후 진로를 바꿔 온라인 경매및 상거래 사이트인 이베이eBay에서 유통쇼핑몰 ‘라 올라’를 운영 중이다.

우연히 창업의 꿈을 꾸다

이베이셀러 조은상 씨의 전공은 물리치료학이다. 고등학교 때 가정형편이 어려워지면서 나름 집안에 보탬이 될 생각으로 비교적 취업이 빠른 학과로 진학했다. 그런 그의 인생에 전혀 생각지도 못한 데서 변화의 계기가 찾아왔다. 교양과목으로 수강한 ‘창업수업’에서 교수님이 교내창업경진대회 출전을 제안한 것이다.

“창업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런데 대회에 나가면 학점에도 가산점을 주겠다는 교수님 말씀을 듣고 경진대회에 참가했습니다. 그때 저는 어머니가 하시는 청소용역 일을 도와드렸는데, 홀로 하시기엔 버거운 일이라 어머니가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틈틈이 생각했어요. 시간 날 때마다 어머니께 일하면서 힘든 점을 여쭤보다가 아이템을 생각해냈어요.”

그래서 고안해낸 것이 ‘개량형 청소솔’이다. 솔에서 물과 세제가 동시에 나와 혼자 청소를 할 때 불편한 점을 보완하고 시간도 단축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단순히 아이템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구체적인 사업계획서까지 작성해야 하는 이 대회에서 그는 대상을 받았다. 이후 그는 물리치료사의 길을 뒤로하고 창업가로 진로를 변경했다. 1년 동안 20번 넘게 공모전에 도전했고, 10번 넘게 입상하며 창업의 꿈을 키워갔다.

하지만 실제 창업에 뛰어들어 보니 시제품 제작비나 연구비 등 알게 모르게 들어가는 비용이 많았다. 고심하며 짜낸 아이디어를 어떻게든 실현하고 싶어 정부 주관 창업지원사업에 계속 뛰어들었지만 두 번 연속해서 떨어졌다. ‘난 안 돼’ 하고 주저앉을 법도 하건만 그는 금세 새로운 길을 찾았다.

“합격의 문턱은 높았습니다. 사업을 진행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다 우연히 이베이셀러 전문가 교육과정을 알아내, 4주 과정을 수료했어요.”

수도꼭지만 틀면 나오는 맥주처럼

이베이셀러 과정을 수료하긴 했지만, 무슨 아이템으로 어떤 사업을 시작할지 막막했다. 그러던 중 어느 강연회 내용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맥주를 아주 좋아하는 독일 사람이, 매일 맥주를 마시고 싶어 맥주공장에서 자기 집까지 파이프를 연결해 언제든 수도꼭지만 틀면 맥주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였어요.”

단순히 재밌다고 웃어넘길 수도 있는 그 이야기를, 은상 씨는 결코 허투루 듣지 않았다. 맥주공장과 가정집이 파이프로 연결되듯, 오늘날은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시대 아닌가.

‘한국 내에서 사업을 하는 것을 넘어, 인터넷을 매개로 물자와 자본이 풍부한 선진국을 상대로 사업을 하면 되겠다’는 데에 생각이 미친 그는 무릎을 쳤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이베이셀러 과정을 수료하긴 했지만, 여전히 쇼핑몰 운영에는 문외한인 그에게 필요한 지식과 노하우를 쏙쏙 넣어주는 조언자도 나타났다.

“이베이셀러 과정을 수강할 때 실제로 쇼핑몰을 운영하고 계신 분을 알게 되었어요. 연간 1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회사를 운영하고 계신 그분은 실질적인 팁이나 마케팅 노하우를 잘 알고 계셨어요. 그래서 제가 실패를 겪지 않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으십니다. 신기하게도 그분의 조언대로 상품을 업데이트하니 판매량이 늘어나더라고요. ‘1천 개의 상품을 업데이트하라’는 조언을 따라 매일 10개씩 새로운 상품을 올리고 있어요.”

그 말을 들으니 그가 강연에서 들었다는 ‘맥주를 좋아하는 독일사람 이야기’가 새삼 새롭게 다가왔다. 집안의 수도꼭지와 맥주공장을 파이프로 연결하면 언제든 맥주를 마실 수 있듯, 내게 창업의 아이템이나 노하우가 없다면 전문가의 것을 그대로 배워오면 되는 것 아닌가. 현재 그는 ‘인터넷으로 한국의 모든 물건을 팔겠다’는 당찬 포부를 걸고 이베이 쇼핑몰 ‘라 올라La Ola’를 운영하고 있다. 라 올라는 스페인어로 ‘물결’이라는 뜻으로, 사업을 하든 인간관계를 맺든 흐르는 물결처럼 서로 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그의 소신을 담았다.

현재 ‘라 올라’에는 화장품, 라면, 장난감 등 다양한 한국 제품들이 올라와 있다. 최근 해외 유튜버들이 리뷰를 하면서 판매량이 급증한 아이템도 있는가 하면, 한국 전통놀이 도구도 있다. 매일 10개씩 새로운 상품이 올라온다니, ‘오늘은 또 어떤 상품이 올라올까?’ 하는 호기심이 일어 계속 사이트를 들여다보게 된다.

“해외 고객을 상대로 사업을 할 때 가장 큰 장벽이 바로 언어입니다. 저는 영어가 서툴지만, 우리에겐 인터넷 번역기가 있잖아요?(웃음) 페루에서 2년간 지내면서 배운 스페인어도 크게 한몫했습니다.”

이베이 라 올라몰에서 베스트셀러 Top5인 한국 물건들.

그가 온라인쇼핑 사업을 시작한 지도 1년 2개월이 되었다. 처음 6개월 정도는 수익이 크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의 조언을 하나씩 착실히 따르다 보니, 지금은 총매출의 40% 정도가 순이익이라고 한다. 고객들이 남긴 상품평을 봐도 ‘배송이 빠르다’ ‘고객응대가 친절하고 유연하다’ ‘제품의 배송상태가 만족스럽다’ 등 호평이 많다. 고객의 작은 요구사항도 놓치지 않는 그의 정성이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음이 엿보였다.

페루에서의 경험, 두드려야 문이 열린다

고객의 목소리에 경청하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의 마인드는 2년 동안의 굿뉴스코 해외봉사를 통해 형성되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해외봉사를 떠나기 전, 그는 30여 개국 청소년부 장차관들과 함께하는 리더스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그곳에서 그는 각국의 청소년 문제를 조사하고 해결방안을 각국 장차관들과 모색했다. 특히 미혼모 및 청소년범죄가 심각한 페루의 실상을 전해 들은 그는 페루로 해외봉사를 지원했다.

“페루는 음식, 환경, 문화 등 모든 것이 한국과 달랐어요. 그냥 가만히 있어서는 적응할 수 없고, 끊임없이 현지인들과 대화하며 문화를 경험해야 했어요. 페루에서 지내는 동안 도전은 제게 곧 삶이었습니다.”

페루의 한 도시가 홍수로 인해 집들이 진흙으로 덮였다. 봉사단원들과 함께 집집마다 청소를 하고 있는 모습.
봉사활동 중 만난 아이와 함께.

해발 2,300미터의 고산지대인 아레키파Arequipa에 사는 청소년들과 미혼모를 위해 한국문화 행사와 마인드캠프를 주최했다. 한국인을 찾아보기 어려운 곳에서 시청 관계자와 학생들을 만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행사를 알렸다. 함께 간 봉사단원과 단둘이 하기엔 쉽진 않았지만, 60명 넘는 페루 사람들에게 한국문화를 알리고 마인드 강연을 했다.

“시청 관계자에게 행사 소개를 하는데 얼마나 떨렸는지 몰라요. 내 말을 못 알아들으면 어쩌나 걱정도 앞섰어요. ‘두드리면 열린다’는 말뜻을 그때 알았어요. 신기하게도 부딪히면 어떻게 든 길이 열리더라고요. 아마존에서도 두 달을 살았는데 갑자기 쏟아지는 비, 그들만의 언어로 대화하는 원주민들, 전기도 안 들어오고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그곳에서 저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자세를 배웠어요.”

여전히 꿈꾸는 중입니다

이베이셀러가 된 지금도 조은상 씨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그는 다층식 화분 텃밭을 개발 중이다. 이 텃밭은 아파트 베란다 같은 좁은 공간에서도 식물을 흙에 심어 키울 수 있다.

“페루에 있을 때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으셨어요. 병원에서는 채소를 드시면 좋다고 하는데, 매일 싱싱한 유기농 채소를 사먹는 게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었어요. 또 저희 집이 아파트이다 보니, 좁은 아파트 베란다에 텃밭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다가 위로 화분을 쌓아올리는 다층식 화분 텃밭을 떠올렸습니다.”

라 올라몰을 이용한 소비자들이 남긴 라 올라몰 후기는 5가지 평가 부분에서 모두 만점을 받았다.
수도권전문대학 창업경진대회에서 개량형 청소솔을 심사위원 앞에서 발표하는 모습.
외교부 주관 한.중남미 미래협력포럼에서 페루 메르세데스 아라오스Mercedez Araoz 부통령과 찍은 사진.

인터넷이란 플랫폼 덕분에 수월해 보이지만, 사실 이베이셀러가 만만한 직업은 아니다. 수시로 들어오는 고객의 주문을 접수하고 문의사항에 답변해야 한다. 다른 셀러들과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아이템을 구상해야 하며, 가격경쟁력 등도 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이처럼 바쁜 와중에도 그는 아버지의 건강을 돌보는 한편, 출근 전 새벽 4시부터 8시까지 어머니의 청소일을 도와드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인터뷰 다음 날은 이베이셀러를 꿈꾸는 청년들을 위한 강의가 잡혀 있었다.

항상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열정에, 부모님을 위해서라면 궂은 수고도 마다 않는 가슴 따뜻한 면모를 겸비한 조은상씨가 참 멋져 보였다. 보는 이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하는 그를 보며, 주변에 이런 청년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지나 기자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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