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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조언에서 행복한 나를 발견하다[리뷰] 칼 필레머,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박성애 | 승인 2019.11.12 11:43


미국 코넬대학교 교수로 사회학자이자 인간생태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칼 필레머 박사가 저술한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은 2012년, 20주 연속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선정된 책이다. 노인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30년 이상 노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오던 중에 무언가 허전함을 느끼며 ‘인생의 성공과 행복에 관한 수많은 책들과 강연의 홍수 속에 살아가면서도, 왜 우리는 왜 여전히 불행한가?’라는 의문에 휩싸이게 되고,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기획하기에 이른다.

필레머 교수는 더 나은 삶에 대한 해답을 노인들에게서 찾기로 했다. 인생여정 중에 겪은 그들의 경험이, 이론에 그치지 않고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는 소중한 지혜를 만들어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세대가 물려받아야 할 정신적 유산을 찾아가는 이 도전을 ‘인류유산 프로젝트’라고 이름하고, 70세 이상 다양한 계층의 노인 1천 명을 대상으로 5년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리고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친 후 그 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

내가 이 책을 주목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흔히 자기계발서하면 저자가 자신의 성공담이나 행복한 삶의 비결을 소개하는 방식인데 이 책은 천 명이 넘는 사람들, 특히 노인들의 경험에서 우러난 지혜를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점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나는 학창시절에 부모님이나 주변 어른들이 나에게 무언가 조언해주려 하면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는 말로 다소곳이 거절했었다. 속으로는 ‘신경쓰지 마세요!’라고 강력하게 외치면서 말이다. ‘뻔한 교훈이 담긴 책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지만 그동안 거절했던 조언을 이제는 귀담아 듣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희망은 지금, 이곳에서 만드는 것’

서른 가지로 정리된 지혜 이야기 중 저자가 아흔이 다된 ‘준 드리스콜’ 할머니를 만나 나눈 대화에 마음이 오래 머물렀다.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초라한 요양원에서 쇠약한 육체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준 할머니에게 저자가 질문을 시작했을 때, 할머니는 뜻밖에 활기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할머니, 오늘은 어떠세요?”

“아주 좋아. 지금까지는 좋아. 나는 젊은 시절 판잣집에서 살았어. 더러운 마루에 욕실도 없었지. 아이들은 여섯 명이나 있었고, 남편은 몸이 불편해서 직장에도 못 나갔어. 나는 매일 뼈가 빠지도록 일을 했지. 그런데 지금 여긴 얼마나 좋아. 지붕도 있고, 하루 세 끼 식사도 꼬박꼬박 먹여주고, 나를 돌봐주는 친절한 양반들까지 있으니 말이야. 아침에 일어나면 창밖에 해가 빛나고 있어. 나는 아직 살아 있는 데다 귀도 잘 들리고 눈도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쓸 만하다네. 자네도 알겠지만 희망은 지금 이곳에서, 자네가 만드는 거야. 그러니 불행할 게 뭐가 있겠나. 사람들이 이곳에서 늘 불평을 하지만 나는 불평하지 않아. 오늘, 여기에서 행복해지는 것이 내가 할 일이지.”

생의 끝자락에서 온갖 질병에 시달리며 외로움과 싸워야 할 할머니가 어떻게 그토록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태도로 지낼 수 있었을까. 저자는 준 할머니와 대화하며 ‘행복에 이르는 법’을 새로운 차원에서 정리할 필요를 느꼈다고 한다. 나 또한 더 나은 삶을 위해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과 노하우에 몰두하는 중이었는데, ‘희망은 지금, 이곳에서 만드는 것’이라는 할머니의 조언에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건강이 있고, 나를 사랑해 주는 가족이 있고, 열정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일이 있는’ 나는 이미 행복한 사람이었다.

오랜 세월, 다사다난한 인생길을 지나온 노인들은 젊은이들과는 구별되는 그들만의 사고를 갖고 있었다. 특히 ‘인생은 짧다’라는 진리가 각인되어 있었는데,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아가기에 그들은 모든 일을 다른 시각으로 보았다. 우리는 가족을 잃거나 지인의 장례식에 참석하여 죽음을 기억하지만 인생의 끝이 자신에게는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까마득히 먼 미래에 일어날 일로 여기며 여유를 누린다. 하지만 지혜의 왕 솔로몬은 성경에서 “지혜자의 마음은 초상집에 있으되 우매자의 마음은 연락하는 집에 있느니라”고 했고,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에서 “내가 곧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그것이 인생의 큰 결정을 내릴 때마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라고 연설했다. 죽음과 한계가 삶의 깊이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기에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를 외친 것이다. 준 할머니는 내세울 것 없이 사그라지는 한 노인에 불과하지만 ‘짧은 인생 속에서 겸비한 자세로 지금, 이 순간 행복과 감사를 찾아야 할 것’을 온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같은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인가?

준 할머니의 조언에 공감하면서도 ‘어떻게 매순간 행복하기만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마그리트 르노’ 할머니의 말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살다 보면 불쾌한 일들이 많이 일어날 거야. 그러면 우울하고 부루퉁한 모습으로 신세 한탄만 할 건지, 아니면 용감한 얼굴로 삶을 살아낼 건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지.”

어떤 일이 특정한 양상으로 벌어졌기 때문에 행복하거나 우울한 것이 아니었다. 그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인지는 ‘선택’에 달려 있었다. ‘아, 그렇구나!’ 내 마음에서 바보 도트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하루를 지내보면 내가 계획한 대로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훨씬 많다. 열 가지 일을 시도하면 한두 가지 빼고는 모두 실망스럽다. 그런데 유독 안되는 일만 보이고 그것 때문에 자괴감에 빠진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원하는 일을 이루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안 될까?’ 마그리트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백 가지 일이 실패로 돌아가도 한 가지 일에 감사할 수 있는 자세는 삶을 즐겁게 만들어 주지.”

하루를 살면서 선택의 순간에 설 때마다 꼭 기억하고 싶은 말이었다.

‘말콤 켐벨’ 할아버지의 말씀도 내 마음에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나는 매순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우는 데 평생이 걸렸어. 그렇게 오래 걸리면 안 되는 거였는데. 내가 너무 미래에만 매달려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 그저 순간 존재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다네. 또 지금 바로 이 순간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감사할 수 있다면 역시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지. 아쉬운 게 있다면 ‘이 사실을 60대가 아닌 30대에 알았더라면’ 하는 거야. 이것이 젊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라네.”

주변의 조언에 귀기울인다면

준, 마그리트 할머니와 말콤 할아버지는, 낮은 마음으로 주어진 삶에 감사하는 것이 행복할 수 있는 비결임을 단순하면서도 간곡히 말했다. 또 이런 지혜를 노인이 되어서야 터득하는 게 아니라 젊은 시절에 배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라고 저자를 통해 우리에게 외쳤다. 새겨두어야 할 지혜들이 새록새록 다가왔다. “싫어하는 일 속에서 배워라!” “기회가 묻거든 ‘네!’ 하고 대답하라” “포기하지 마라! 평생 해야 할 일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바로 지금 하라”

“정직하라” 인생 선배들이 그들의 삶과 맞바꾼 소중한 가르침을 우리에게 남겨주었다고 생각하니 귀한 선물처럼 느껴져 마음 한 켠에 챙겨놓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칼필레머 박사가 예견했듯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듣는 교훈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한 것이 사실이다. 평소에 누군가의 조언을 들을 때 긍정적이기보다는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나였는데, 책 속 현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내 주위에도 이런 지혜를 가진 분들이 많을 텐데…’라는 생각과 함께 그들에게로 시선이 옮겨졌다.

나는 학생 때 건강을 잃어버렸던 적도 있고 사람들과의 갈등 속에서 힘들었던 경험도 있다. 그러한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과정을 되돌아보니 부모님이나 멘토, 선배와 같이 나보다 지혜로운 분들을 찾아갔던 흔적이 있었다. 그분들은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보고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었다. 마음으로 죽음 앞까지 가보며 얻은 지혜를 모아 책으로 남긴 저자의 진심이 전해져와 감사했고, 내 주위의 이러한 지혜를 품은 사람들과 더 자주 소통하고 싶어졌다.

글=박성애(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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