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이준관
1949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전주교대와 고려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시가, 1974년 월간 <심상>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면서 지금까지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동시로 ‘씀바귀꽃’ ‘우리나라 아이들이 좋아서’, 시집으로 ‘열 손가락에 달을 달고’ ‘가을 떡갈나무 숲’ ‘부엌의 불빛’ 등 다수의 책을 출판했다. 대한민국 문학상, 방정환 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김달진 문학상, 영랑시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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