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1월은 고3 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한 달입니다. 그동안 대입수능이라는 마라톤에서 수년간 달려온 학생들의 종착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수능을 치르지 않고 대학에 진학하거나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할 학생들도 있겠지만, 고3 11월의 의미와 중요성은 모두에게 동일할 겁니다.

수능은 학생들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중 가장 큰 시험이자, 자기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열 결정적인 사건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제가 여러분께 해 드릴 이야기의 주제는 수능이 아닙니다. 이토록 중요한 수능보다 더욱 중요한, 수능 이후의 삶입니다. 이륜자전거는 잘 달려가다가도 페달 밟는 것을 멈추면 금방 넘어집니다. 수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점수를 얻었다고 안주해도, 반대로 시험을 망쳤다고 실망에 빠져 있어도 문제가 됩니다. 제가 대안학교 교장으로 있을 때, 우리 학교의 어느 학생은 본인 실력으로는 가기 힘든 지방 국립대에 합격했습니다. 어느 날 그 학생과 우연히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학생은 합격의 기쁨에 도취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말했습니다.

“지금 네 실력으로는 그 대학에 입학해도 공부를 따라가기 힘들 거야.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네가 공부하게 될 학과 교수님께 연락해서 지금부터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묻고 도와달라고 해 봐.”

이 학생은 제 말대로 교수님께 전화를 했고, 전화를 받은 교수님은 ‘입학생 중 이렇게 물어온 건 자네가 처음’이라고 기뻐하셨습니다. 그리고 입학 후에는 지도교수가 되어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합니다. ‘나는 모르는 게 많아. 그렇기 때문에 배워야 해’라는 자세를 갖는다면 삶에서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자수성가로 중국 최고의 부자가 된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 세상에 운이 더 좋거나, 더 나쁜 사람은 없다. 나는 남들보다 운이 더 좋았던 것이 아니라, 다만 더 꾸준했을 뿐이다. 그저 남들보다 1~2초를 더 견뎌냈을 뿐이다. 이 세상에 오바마는 단 한 사람뿐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오바마가 되려고 한다. 각자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할 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잘할 때 모두가 최고가 된다.’

시험을 보면 우리는 결과에 민감합니다. 시험을 잘보고 결과에 만족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실망하고 낙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험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내가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할 것인가’입니다. 명문대나 인기학과도 좋겠지만, 자신이 진정 좋아하고 적성에 맞는 학과를 선택해 집중하는 것이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이라 생각합니다.

시야의 중심만 보이고 그 주변은 보이지 않는 시야 암점증視野暗點症이라는 안과질환이 있다고 합니다. 인생이라는 큰 그림을 생각하고 그려나가야 할 시기에 시험 등, 순간적인 것들에 사로잡힌 채 살고 있는 학생이 있다면 이는 인생人生암점증 환자일 것입니다. 보이는 것에만 반응하며 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릅니다. 내가 볼 수 없는 세계를 알려주는 주위의 조언자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점차 시야를 넓혀나가면 이전보다 훨씬 더 건설적인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글=정용만
국제청소년연합 울산지역 고문으로서 청소년과 대학생들의 진로설계에 도움을 주는 카운슬링과 대인관계에 필요한 마인드교육을 진행하며 멘토 역할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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