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는 왜 한국의 마인드교육에 주목하는가?

'아프리카를 위해 꿈꾸는 대한민국 청년들'

쉽게 친해질 수 없는 무뚝뚝한 친구가 한번 사귀면 둘도 없는 단짝이 되곤 한다. 아프리카가 그런 친구인지, 갖춰진 것 없는 아프리카와 마음이 엮여 미래를 그곳에서 계획하겠다는 특별한 청년들이 있다.

선택하는 법을 알려준 아프리카

나는 케냐의 케냐타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는 동 대학원에서 교육사회학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 간 민관협력사업을 지원하는 기관에서 기회를 주어 얼마 동안 일도 겸하고 있다. 케냐에 온지 벌써 7년 반이 지났다. 아프리카와의 인연은 봉사단원으로 탄자니아에 가면서부터 시작됐는데, 케냐타대학으로 유학을 오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고, 아프리카의 특별한 매력 때문인지 앞으로도 죽 계속될 것 같은 예감이다.

더위와 추위, 야생과 문명,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 평화와 긴장, 결핍과 풍요가 공존하는 아프리카에서는 자주 선택해야 할 갈림길에 서게 된다. 그 과정이 내게는 마치 보물찾기처럼 설레고 재미있는데,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희망에 부풀 수도, 절망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도전적인 선택을 하며 많은 걸 느꼈다. 누군가 나에게 미래를 아프리카와 함께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Yes!'다. 아프리카는 보물이 숨겨진 땅이기 때문이다. 봉사자로, 유학생으로, 교육자로, 국가사업 지원관으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에게 소중한 가르침을 준 아프리카를 위해 일하며 더 큰 행복을 맛보고 싶다.

글=이찬희
탄자니아 봉사활동을 계기로 케냐에서 유학하면서 교육자의 꿈을 키우고 있다. 케냐 대학생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민간외교관의 역할을 하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아프리카 내셔널리그 개최를 꿈꾸는 지도자

아프리카 가나에는 ‘갱끼’라는 음식이 있다. 옥수수가루를 삭혀 만든 음식인데 삭힌 홍어 맛과 비슷하다. 13년 전, 스물한 살 나이로 가나에 봉사활동을 하러 가서 처음 갱끼를 맛봤을 때 ‘이 음식은 죽어도 못 먹겠다!’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아프리카를 떠나와서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갱끼의 맛과 향이 그리워졌다. 아프리카는 내게 갱끼와 같았다. 언어, 음식, 날씨, 모든 것이 낯설고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순수한 사람들과 더불어 잊을 수 없는 곳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갱끼를 먹을 때처럼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틈만 나면 ‘또 가고 싶다’를 외치곤 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에티오피아에서 결성된 유소년 축구팀의 지도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어릴적 축구선수를 꿈꿨었기에 고민 끝에 제안을 수락했지만 현지 사정은 말이 아니었다. 변변한 공도, 축구화도, 유니폼도 없었고, 연습도 학교 운동장을 빌려 주말에만 해야 했다. 축구를 하고 싶지만 가난해서 못하는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아플 때가 많았다. 사람들은 내게 ‘아프리카에 무슨 비전이 있어 가느냐’고 물었다. 열악한 상황은 여전하고 힘들 때도 있지만 나는 꿈을 버리지 않는다. 아프리카 전 지역에서 유소년 축구팀을 결성해 운영하는 축구사업을 펼쳐나갈 것이다. 꿈 없이 하루를 살던 아이들이 축구를 시작한 뒤 삶의 의욕을 가지는 게 너무 기쁘다. 이들에게 축구만 가르치지 않고 더 큰 꿈과 비전을 품게 하고 싶다.

에티오피아에서 축구를 가르친 지 10개월쯤 됐을 때 나는 한국으로 돌아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사단법인 ‘코코넛’이라는 NGO단체를 만들어 이를 통해 아프리카 축구사업을 지원하고 축구용품을 후원받는 일을 한다.

2016년부터는 가나, 베냉, 감비아에서 ‘코코넛’ 이름으로 축구아카데미를 진행하는데, 가나와 베냉은 현지 인력으로 운영하고 나는 감비아에서 축구팀을 이끌며 일하고 있다. 지난 4월, 감비아에서 진행된 ‘제1회 코코넛리그’가 성황리에 마쳤고, 요즘은 내년도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머지않은 날 ‘코코넛 아프리카 내셔널리그’가 열릴 것이라는 행복한 꿈을 꾼다.

글=박장용
개발도상국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국제구호 NGO단체 코코넛 대표이다. 2015년부터 아프리카 청소년 축구팀 지도자로 일해 왔으며, 축구아카데미를 개설해 현지 축구교육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에스와티니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음악교사

2016년에 해외봉사단원으로 잠비아에 갔다가 우연히 에스와티니를 방문했다. 그때 에스와티니 국왕님 앞에서 노래할 기회가 있었는데, 국왕님께서 “에스와티니 청소년들도 당신이 받은 그런 음악교육을 받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하셨다. 그 일을 계기로 에스와티니에서의 음악수업이 추진되었고, 내가 교사로 오게 됐다.

음악수업은 아카데미클래스를 운영해 분야에 따라 개별적으로 지도하는데, 성악과 바이올린, 피아노, 음악이론을 주로 가르친다. 개인레슨 외에 합창을 지도하고, 키보드나 드럼 같은 악기들도 선생님을 섭외해 가르칠 수 있다. 보통 학생들이 찾아 와서 배우지만 교사들이 학교를 방문해 그룹 지도와 합창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수업에 참여하며 굉장히 즐거워한다. 합창수업의 경우, 에스와티니 학생들은 악보를 잘 읽지 못해서 한 곡을 배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꾸준히 노력해서 곡을 완성하고 반주에 맞추어 부르면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른다. 좋은 소리로 행복하게 노래하는 학생들을 보면 교사들도 즐겁고, 그런 곡으로 무대에서 공연하면 모두가 행복해한다.

에스와티니는 아프리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클래식음악이 알려져 있다. 규모가 제법 큰 합창대회와 성악콩쿠르도 열리고, 남아공에 인접해 있어서 오케스트라도 생겨나고 있다. 성악교육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는데 좋은 소리를 내는 에스와티니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그러면 보물을 만난 듯 설레고 새로운 의욕이 생기는데, 교사로서 느끼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에스와티니에서는 음악으로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에 전공을 하거나 음악으로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아카데미클래스에서 배우면서 계속해서 발전해나가려는 열의를 보이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이러한 학생들이 각 학교에서 음악교사로 일하면 에스와티니 교육계에 변화의 싹이 틀 것이다. 누구나 음악을 배울 수 있는 길이 열리길 바라고, 음악으로 에스와티니의 미래를 새롭게 열어간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글=석다현
에스와티니 국왕 앞에서 노래한 것이 계기가 되어 에스와티니 새소리 음악아카데미의 교사가 되었다. 온화한 성품과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에스와티니 사람들을 지도하며 기쁨을 느낀다고 한다.

가봉에서의 도전, 외교관의 꿈으로 이어지다

어릴 때 다큐멘터리에서 본 아프리카는 아주 흥미로운 곳이었다. 대학생이 되어 ‘가봉’이라는 나라로 봉사활동을 떠났는데, 가난하고 덥고 울창한 정글을 기대했던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가봉은 산유국이어서 회사를 다니거나 공무원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봉에 봉사하러 왔다고 하면 현지 사람들이 ‘가봉은 봉사가 필요한 나라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나였다. 언어도 문화도 낯선 나라에서 무사히 지내려면 가봉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는데 고맙게도 나의 고충을 이해하며 내게 다가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었고, 그들과 나는 점점 마음으로 엮여갔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그렇게 2년간 가봉에서 지낸 결과, 한 가지 꿈이 생겼다. 바로 한국과 아프리카를 잇는 외교관이 되어 사람들에게 아프리카의 진면목을 알리는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상상 속에서 아프리카를 그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아프리카 사람들의 다양한 삶과 그 이면에 흐르는 마음의 모습을 소개해 한국과 아프리카가 가까워지는 데 일조하고 싶다.

한국에 돌아온 뒤 아프리카에 관련된 행사라면 빠지지 않고 참석하려고 애썼다. ‘국회 아프리카 새시대포럼’과 외교부가 주관한 ‘한아프리카 청년포럼’에도 참석했는데, 그곳에서 만난 분들과 대화하며 배운 점이 많았다. 지금은 내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가기 위해 프랑스에서 언어를 배우고 있다. 앞으로 공부할 것이 많지만 가봉에서 도전했듯이 새로운 세계와 부딪혀가며 배우려한다. 내 틀을 깨는 만큼 넓은 세상을 발견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기대가 된다.

글=이주희
한국과 아프리카를 잇는 외교관을 목표로 프랑스에서 유학 중이다. 국내외 대학생 행사와 국제적인 포럼에 참여해 다양한 경험을 쌓고 리더십을 기르는 도전적인 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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