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마음에 사실이 아닌 생각이 들어올 때 자기 마음에서 일어난 생각이라고 여기고 끌려간다. 그것을 그대로 믿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해서 불행에 빠지는 사람도 많다. 확인되지 않은 생각에서만 벗어난다면 많은 이혼을 막을 수 있고, 많은 불행을 막을 수 있으며, 누구든지 평안을 누리며 살 수 있다.

내 마음 안에 ‘나’ 아닌 ‘나’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마음의 세계를 파헤쳐 들어가면, 우리 안에 두 가지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2009년에 중국 공산청년단의 초청을 받아 북경에 가서 이틀 동안 청소년들 문제에 관해 강연한 적이 있다. 그때 한 학생의 어머니가 나에게 찾아와서 간곡하게 말했다.
“목사님, 제 아들이 학교 선생님을 때렸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지요? 짐승도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데, 어떻게 자기를 가르치는 선생님을 때립니까? 제가 낳은 자식이지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주머니 아들은 선생님을 때리지 않았어요. 선생님을 때린 것은 아주머니 아들이 아니에요.”
부인이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그렇지 않아요. 수업 시간에 때렸기 때문에 학생들이 다 보았어요. 내 아들이 선생님을 때린 것은 틀림없어요.”
“아닙니다. 아주머니 아들이 때린 게 아닙니다.”
나는 그 부인에게 왜 아들이 선생님을 때리지 않았는지 이렇게 설명해 주었다.
“아주머니, 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아주머니 아들이 컴퓨터 게임을 ‘이것 참 재미있다’ 하며 열심히 해요. ‘벌써 두 단계나 통과했어. 너무 재미있다. 어? 그런데 시간이 벌써 이렇게 갔나? 이제 그만해야지. 숙제도 하고 공부도 해야지.’ 그렇게 게임을 그치고 공부를 해요. 그렇다면 게임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컴퓨터 게임에 빠져서 계속 끌려가는 경우가 있어요. 자기는 그만하고 싶은데 멈추지 못하고 게임을 하고 있는 거예요. 이 학생은 자신이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게임에 끌려가고 있는 거예요.”
실제로 게임에 빠져 지낸 여대생과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다. 그 여학생은 37시간 동안 잠도 자지 않고 게임만 한 적도 있었다. 학교도 가지 않고 게임을 해서 문제가 되었다.
‘학사경고를 받아서 졸업하지 못할 것 같아. 그렇게 되면 아빠가 어떻게 생각하실까? 고생하며 학비를 대주셨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생활을 바로잡으려고 해도 안 되었다. ‘오늘은 학교에 가야 돼. 절대로 컴퓨터 게임을 하면 안 돼!’ 하며 마음을 굳게 먹고 학교로 가는 버스를 타지만, 두 정류장을 가지 못해 내려서 PC방을 찾아 들어가서 컴퓨터 게임을 했다. 이 학생은 ‘어느 게 나지? 컴퓨터 게임을 그만하려고 하는 게 나야? 아니면, 컴퓨터 게임을 하고 싶은 게 나야?’ 하며 어떤 존재가 자신인지조차 구분이 안 되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문제들을 겪으면서 산다. 그런데 생각 없이 지내기에 자기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 채 지낸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나는 컴퓨터 게임을 그만하려고 하는데, 아버지에게 좋은 딸이 되고 싶은데 왜 이러지?’ 하며, 자기 마음 안에 ‘나’ 아닌 ‘나’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된다.

자신보다 더 큰 힘이 끌면 끌려가는 것이 마음 속 힘의 원리다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이 살아온 삶을 찬찬히 돌아보면, 자기 생각과 다른 어떤 생각이 들어와서 자기 생각을 이기고 그 생각대로 삶을 이끌어 간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생각에 이끌리면 못되고 악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생각 없이 사는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잘 모르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마음을 살펴보면 금방 느낄 수 있다.
우리 마음에서는 많은 생각들이 일어난다. 좋은 생각, 나쁜 생각···. 우리는 그 생각들 가운데 좋은 생각들을 선택해서 좋은 삶을 살려고 한다. 그런데 원치 않는 악한 생각이 일어나서 우리 삶을 악하게 이끌고 간다.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재소자들과 상담하다 보면 그들이 어떻게 죄를 지었는지 알게 될 때가 있다. 그때 많은 재소자들이 이렇게 말한다.“
저는 그때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저는 정말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았는데, 뭐에 씌인 것처럼 끌려갔어요. 그래서 무서운 일을 저질렀어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자기 마음에서 올라오는 생각들이 자기가 원해서 드는 생각인지, 원치 않지만 누가 넣어준 생각인지 구분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원하는 것과 전혀 다른 생각이 마음에 들어온다. 그 생각이 그 사람을 비뚤고 잘못된 길로 이끌어 간다. 그 힘에 끌려서 어떤 길을 계속 걸어가 어딘가에 중독된 사람들도 많다. 중독되면 벗어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마약에 중독된 사람은 마약을 끊으려고 발버둥치고, 도박에 중독된 사람은 도박을 끊으려고 발버둥 치지만 대부분 헛수고로 그친다.
도박이든 마약이든 하지 않으려고 해서 안 하는 사람은 드물다.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어떤 강한 힘이 이끌기 때문이다. 그처럼 어떤 힘에 이끌리기 때문에 도박을 하지 않으려고 몇 번 결심하다가 안 되면 어느 시점에서 ‘나는 안 되는구나!’ 하고 포기하고 자신을 아예 거기에 던져버리는 것이다. 우리 마음에 내 생각과 다른 생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내가 중국 공청단 초청 강연회에서 만난 그 부인에게 이렇게 상담해 주었다.
“아주머니의 아들이 선생님을 때린 것이 아니에요. 아주머니 아들은 선생님을 때리려고 하지 않았을거예요. 그런데 어떤 힘이 아들의 마음에 그런 생각을 일으키고, 그 생각이 아들의 마음을 이겨서 선생님을 때리는 쪽으로 이끌고 갔던 거예요.”

사람이 어디에 중독되었든지 발버둥 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힘이 마음을 이끌고 있기 때문에 안 하려고 결심한다고 해서 그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전에 어느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투숙객들이 옥상으로 대피했다. 헬리콥터 구조대가 와서 옥상에 있던 사람들에게 줄을 내려 어떤 여자가 그 줄을 잡았다. 호텔에서 불과 1~2백 미터 떨어진 곳에 학교 운동장이 있어서 잠깐만 줄을 잡고 있으면 그곳으로 대피할 수 있었다. 여자가 줄을 잡자 헬리콥터가 학교 운동장을 향해 이동했는데, 도중에 여자가 줄을 놓쳐 떨어져 죽고 말았다.
그 부인이 밧줄을 놓고 싶어서 놓은 것은 아닐 것이다. 놓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강하게 붙잡으려고 해도 팔에 힘이 없으니까 허무하게 줄을 놓쳐 떨어져 죽고 만 것이다. 텔레비전에서 그 장면을 보면서 속이 몹시 상했다. 군대 유격훈련 때 밧줄 타는 훈련을 받는데, 사람이 밧줄에 올라탈 수 있도록 발치에 줄로 매듭을 만든다. 매듭 위에 발을 올려놓으면 손으로 줄을 살짝 잡고만 있어도 지탱이 된다. 물론 상황이 급박하기는 했겠지만 구조대원들이 줄에 매듭을 만들어 놓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결국 여자가 두 팔로 자신의 몸무게를 이겨내지 못해 줄을 놓아버린 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밧줄을 놓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아도 힘이 없으면 놓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사람이 아무리 마약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자신의 힘보다 더 큰 어떤 힘이 이끌고 가면 마약으로 끌려가고 만다. 거기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마약이나 도박에서 벗어나려다가 실패해서 고통과 괴로움을 겪으며 산다.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만 가지고 사는 현대인들

우리는 깊이 사고해야 한다. 사고해 보면, 1차적인 생각보다 2차적인 생각이 낫고, 2차적인 생각보다 3차적인 생각이 훨씬 낫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옛날 우리나라가 어렵고 가난할 때에는 밥을 먹고 살려면 생각을 많이 해야 했다. 요즘은 세상이 달라져서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잘 먹고 살 수 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만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1차적인 생각보다 2차적인 생각을, 2차적인 생각보다 3차적인 생각을 하면 삶이 더 좋아지는데도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텔레비전 등이 사고하는 힘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텔레비전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청률이다. 똑같은 길이의 광고라도,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의 앞뒤로 편성되는 광고비는 훨씬 비싸다. 그러니까 수익이 많아지려면 무엇보다 시청률이 높아야 하는데,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빼앗아야 한다.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내용을 내보내면 재미가 없기에 사람들이 별로 보지 않는다. 그러니까 내용이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들이 프로그램 곳곳에 들어 있어야 한다. 즉, 텔레비전 앞에 앉은 사람들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이해가 되는 내용이어야 한다. 밥을 먹다가 봐도, 자다가 일어나서 봐도 금방 이해가 되어야 한다. 자연히 텔레비전을 많이 보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쉽게 이해되는 내용만 대하기 때문에 사고하는 것을 싫어한다.

내가 어릴 적에는 축구공이 귀했다. 새끼를 돌돌 말아 공처럼 만들어서 차고 놀았는데 그것도 운동장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벼를 벤 후 그루터기들이 여기저기 남아 있는 논에서 했다. 그래도 재미있고 신났다. 요즘은 축구공이나 축구화도 흔해졌고, 축구 기술도 향상되었으며,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도 영상으로 언제든지 볼 수 있다. 그런데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사람은 전보다 많지 않다. 사람들은 대부분 축구를 하지 않는다.
현대사회에는 이처럼 어떤 것을 실제로 경험하지 않고 머리로만 아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대충 아는 것이 많고, 앞뒤가 맞지 않는 엉성한 지식들도 많다. 그런것들이 우리 삶을 상당히 나쁘게 만드는데도, 사고하지 않으니까 대충 지나가는 것이다. 그로 인해 문제가 일어나도 사고하는게 귀찮으니까 그냥 당하고 마는 것이다.

우리 속에서 일어나는 생각이 타당한지 확인해야 한다

사고해 보면, 첫 번째 생각과 두 번째 생각과 세 번째 생각이 각기 다름을 알 수 있다. 사고하면서 마음을 좀 더 깊이 살펴보면, 내 속에 내 생각이 아닌 어떤 생각이 들어와서 나를 끌고 가는 경우가 많음을 발견한다. 도박하는 사람이나 마약 하는 사람이 아무리 그만두려고 결심해도 되지 않는 것은, 자기가 하는 것 같으면 얼마든지 끊을 수 있지만 자기가 아닌 다른 힘이 자신을 끌고 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생각이 내 속에서 일어났으니까 내 생각이라고 알지만, 좀 더 깊이 사고해 보면 그렇지 않다. 어떤 생각은 내 생각과 싸워서 나를 좋지 않은 길로 끌고 간다. 사람들이 그 사실을 모르고 속아서 어디서 온지도 모르는 생각들을 따라 나쁜 쪽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똑똑한 사람도 잘난 사람도 자신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생각의 정체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그 생각에 끌려간다. 어떤 생각이 내 생각인지 누가 넣어준 생각인지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일 자기 집 마당에 모르는 차가 세워져 있으면 ‘누가 이 차를 여기에 두었지?’ 하고 금방 알 것이다. 책상 서랍을 열었는데 돈이 한 뭉치 있다면 ‘내가 둔 게 아닌데 누가 여기에 돈을 넣어두었지?’ 하고 생각할 것이다. 집에 낯선 사람이 앉아 있으면 “당신 누구야? 어떻게 왔어? 우리 집에 왜 앉아 있어?” 하고 물을 것이다. 그런데 마음에 어두운 생각이 찾아오면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서 거기에 끌려다니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에 사실이 아닌 생각이 들어올 때 자기 마음에서 일어난 생각이라고 여기고 끌려간다. 그것을 그대로 믿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해서 불행에 빠지는 사람도 많다. 확인되지 않은 생각에서만 벗어난다면 많은 이혼을 막을 수 있고, 많은 불행을 막을 수 있으며, 누구든지 평안을 누리며 살 수 있다. 좋은 아파트에 살고 좋은 차를 타고 좋은 것들을 누려도, 마음에 어두운 생각이 들어왔을 때 그것을 믿고 그 생각에 끌려 다닌다면 결국 우리는 불행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보통 자기를 믿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내가 본 ‘나’는 믿을 만한 게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를 믿기 때문에 잘못된 생각이 들 때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한다. 자신이 판단하지 못한다 해도 마음의 세계를 아는 사람을 만나면 잘못된 길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얼굴이 예쁘고 진실한 사람도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고, 악을 행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에서 일어나는 생각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내 생각이 있고 나를 망하게 하는 생각이 있다. 우리 속에서 일어나는 생각이라고 다 받아들이면 절대로 안 된다. ‘내 생각이 타당한지’ 사고해보고, 나아가 ‘내 판단이 옳은지 그른지’를 대화하면서 확인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잘못에서 벗어나는 것은 인생에서 여간 아름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누구든지 친구나 이웃이나 가족 사이에 좋은 교류를 가지고 건전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이것은 행복에 중요한 조건이다.

박옥수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이며 목사, 청소년 문제 전문가, 마인드교육 권위자이다. 그는 사람의 마음이 흘러가는 길, 곧 성경에서 찾은 마음의 세계를 젊은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 생각한다. 마인드북 시리즈로 <나를 끌고가는 너는 누구냐> <마음을 파는 백화점> <내 안에 있는 나 아닌 나> <마음밭에 서서> <내가 왜 그랬을까> 등 5권을 집필했으며, 마음의 세계를 다룬 만화 <신기한 마음여행>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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