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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에서 만난 태권소년들투머로우 희망캠페인 만원의 기적
김성재 | 승인 2019.09.26 14:29

30만 명의 사상자를 낸 지진이 지나간 지 9년이 되었지만 아이티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아무런 희망을 기대할 수 없었는데, 세계 최고의 태권도 선수가 되는 꿈을 키우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목표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아이티 청소년들에게 관심과 응원의 손길을 보내주세요.

내 나이 스물여덟 살, 다른 학생들에 비해 늦은 나이에 아이티로 봉사활동을 떠났다. 30만 명이나 사상자를 낸 지진이 아이티를 휩쓸고 지나간 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이티 사람들의 마음에는 여전히 슬픔과 절망이 가득했다. 내가 그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어루만져 줄 수 있을까? 내심 기대를 품고 아이티에서의 봉사활동이 시작되었다.

나를 아버지처럼 생각하고 따르는 학생들

체육을 전공하고 태권도를 배운 나는 아이티 청소년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다. 일주일에 한 번 여는 태권도 아카데미에 수십 명의 학생들이 찾아왔는데, 꾸준히 참석하는 학생들의 유대감을 다지기 위해 태권도 팀을 결성했고 이른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함께 훈련했다.

태권도 팀 학생들은 대부분이 지진으로 부모님을 잃고 고아원이나 친척집에서 자란 아이들이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베푼 작은 호의에도 무척 고마워했고, 망고와 옥수수 몇 개를 건네며 “선생님은 제 아버지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스물여덟 살의 나에게 아버지라고?’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학생들의 마음이 느껴져서 나는 그들을 꼭 안아주었다. 태권도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자기들이 먹어야 할 음식을 내게 가져다 주는 아이들…. 문제를 일으키고 말썽을 부리기도 하지만 자신의 고민과 두려움, 자라면서 겪은 상처를 털어놓을 때면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꿈보다 배고픔이 먼저인 아이

태권도 팀에 한국말을 곧잘 따라하고 큰 눈을 가진 열일곱 살 ‘쥐드’라는 학생이 있다. 쥐드는 나를 처음 만났을 때 “아이티에서는 돈 많은 사람만 성공할 수가 있어요. 저는 지금 당장 배가 고파서 죽을 것 같은데 무슨 공부를 하고 무슨 꿈을 가지란 말이에요?”라는 말을 했다. 쥐드는 사람들 사이에 문제아로 통했다. 사람들이 맨발로 다니는 길에 압정을 깔아두는가 하면, 차 타고 가는 사람에게 새총으로 돌멩이를 쏘는 바람에 사고를 일으킬 뻔하기도 했다. 쥐드의 집은 아주 가난했다. 아버지는 병으로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홀로 두 형과 어린 쥐드를 키워야 했는데, 쥐드가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을 자주 골탕 먹이고 남의 물건을 훔치다 들킨 적도 있어 어머니는 늘 쥐드 걱정뿐이었다. 가난하고 배고픈 삶이 원망과 불평, 비뚤어진 마음을 심어준 것 같다며 안타까워하셨다.

전반기 아카데미 수업을 마무리하며 학부모님들을 초청해 배운 것을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연습용 킥미트가 없어 궁여지책으로 파리채에 박스를 붙여 연습한다.

문제아 쥐드의 첫 도전기

우연히 오까이 시에서 겨루기시합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태권도 팀도 참가해보기로 했다. 쥐드 생애에 첫 도전이었다. 쥐드는 다른 학생들보다 더 열악한 조건이었지만 4주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훈련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했다. 그가 흘린 땀방울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총 7개팀 300명이 넘는 참가선수 중에서 쥐드가 금메달을 딴 것이다.

“선생님, 저도 꿈이 생겼어요! 예전처럼 빈둥대지 않고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서 아이티 아이들에게 태권도도 가르쳐주고 싶고, 선생님처럼 꿈을 심어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쥐드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신이 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나도 너무 기뻐서 쥐드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쥐드가 한국에 가서 태권도를 좀 더 전문적으로 배웠으면 좋겠다. 쥐드에게 한국어 공부를 하라고 했더니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다. 앞으로 열릴 국제대회에 출전할 준비를 하며 연습하는 쥐드를 보면 보람을 느낀다.

겨루기 시합에서 금메달을 딴 쥐드와. 한국에서 태권도를 배워서 최고의 실력을 갖춘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아이티에는 쥐드 같은 청소년들이 많다. 그들은 가난을 원망하면서 아무런 꿈 없이 배고픔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쥐드도 그렇게 지냈는데 태권도 팀에 들어와서 한국 봉사단원들에게 마음을 열고 대화하고, 태권도 훈련도 받으면서 지금은 세계 최고의 태권도 선수가 되는 꿈을 꾸고 있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하고 돌이 가득한 운동장에서 밑창이 다 떨어진 신발을 신은 채 킥미트도 없어 파리채에 박스를 붙여 연습하지만, 그 열정은 누구 못지 않다. 땡볕 아래에 땀 흘리며 운동하는 아이티 태권도 팀 학생들의 도전에 <투머로우> 독자들이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길 바란다.


글=김성재 굿뉴스코 아이티 단원

김성재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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