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아파서 수업을 듣지 못하고 왔어요’ ‘푹 잤는데도 깨질 듯한 통증이 사라지지 않으니 어쩌죠?’ 신학기, 두통 때문에 울상 짓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겉보기엔 멀쩡한데 일상생활이 힘든 두통 환자들의 궁금증을 전문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Q 두통 때문에 힘들 때가 자주 있는데 두통을 거의 앓지 않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저만 머리가 아픈 것 같아 짜증스럽기도 한데요. 왜 어떤 사람은 걸핏하면 머리가 아프고 어떤 사람은 머리가 아프지 않은지 궁금합니다.

A 유전적인 소인, 즉 타고난 체질의 영향이 가장 큽니다. 편두통 환자는 편두통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 인자에 의해 두통이 쉽게 유발됩니다. 즉, 편두통의 뇌는 신체 내부 또는 외부 환경의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수면 부족이나 늦잠, 과식, 금식, 기후 변화, 호르몬 변화 등에 의해서도 두통이 발생합니다. 뇌가 여러 가지 변화에 반응을 하는 것이지요. 때문에 편두통 환자는 술을 조금만 마셔도 두통이 발생하고 월경 시에도 머리가 아픕니다. 반면에 편두통의 소인이 없는 사람은 술을 많이 마셔 취해도 두통은 생기지 않고 월경 기간에도 머리보다 배가 아픕니다.

Q 저는 소심한 성격입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너무 신경 써서 머리 아프다고 하지 말고 편하게 생각해!’라는 말을 듣곤 하는데요. 성격이 두통에 영향을 미치나요? 두통을 자주 앓는 성격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A 편두통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예민한 경향이 있지만 일반화하기는 힘듭니다. 둔한 사람도 두통이 발생하니까요. 편두통을 유발시키는 특별한 성격유형은 없습니다.

Q 머리가 아플 때 타이레놀이나 이지엔6와 같은 약을 복용하는데, 잘 듣는 편입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이부프로펜과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진통제를 특별한 구분 없이 복용해도 되는 건가요?

A 자신의 두통에 잘 듣는 진통제를 복용하면 됩니다. 타이레놀이나 이지엔6로 두통이 잘 조절되는 것은 좋은 현상입니다. 편두통이 아직까지는 심하지 않음을 방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단, 다음의 두 경우는 두통을 진료하는 병·의원을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첫째,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적인 진통제로 두통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자신에게 맞는 진통제를 처방 받아야 하고요. 둘째, 진통제 복용횟수가 주 2회 이상인 경우에는 진통제만 복용해서는 안 되고 두통이 발생하는 횟수를 줄일 예방치료제를 처방받아야 합니다.

Q 두통은 웬만하면 견디고 약을 복용하지 않는 것이 건강에 좋은가요?

A 일반인들이 가장 오해하는 부분입니다. 편두통이 발생하면 가능한 빨리 진통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두통 발생 초기에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진통제를 먹어도 잘 조절이 되지 않습니다.

Q 약 외에 두통에 효과가 있는 처치법이 있다면 알고 싶습니다.

A 두통에는 찬물에 담근 수건을 대거나 마사지를 해주는 것이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요가, 명상, 스트레칭, 규칙적인 운동, 바른 자세 등은 두통을 일으키는 요인에 대한 뇌의 역치(최소한의 자극치)를 올려주어 편두통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편두통의 뇌는 변화를 싫어하기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이 제일 중요합니다. 급격한 운동도 두통을 일으키므로 서서히 운동량을 늘려가며 꾸준히 운동하고, 끼니를 거르거나 과식하지 말고 규칙적인 식사를 하세요. 두통을 유발시킨다고 알려진 음식들은 대부분 두통과 무관하다는 점을 참고하시고요. 두통을 발생시키는 대표적인 음식인 술은 가급적 피하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커피는 하루에 한두 잔 정도만 마실 것을 권합니다.

Q 대한두통학회가 청소년을 위해 하는 일을 소개해 주세요.

A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입시준비 때문에, 대학생들은 취업준비 등으로 세계에서 수면시간이 가장 짧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환경에 노출돼 있어 학생들이 두통을 매우 흔하게 경험하는데요. 하지만 편두통 환자는 겉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기 때문에 가족과 동료, 선생님으로부터 ‘정신력이 약한 사람’이나 ‘불성실한 사람’으로 오해를 받아 이중고를 겪기도 합니다.

2018년에 두통환자용 홈페이지를 개설한 대한두통학회는 편두통질환 캠페인을 진행하여 환자에게는 두통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보호자들에게는 편두통이라는 질환이 갖는 장애와 어려움을 인식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청소년 두통환자의 부모님을 대상으로 질환에 대한 대처와 이해도 등을 조사해 언론에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Q 두통 환자들을 대하며 느끼시는 점이 많을 것 같아요.

A 부모님이나 친구, 배우자도 이해해주지 못하는 질환에 대해 공감해주면 많은 환자들이 눈물을 흘리곤 합니다. 수십 년 동안 두통을 앓던 환자가 머리가 맑아지고 두려움 없이 일상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할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Q ‘두통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 조언해 주신다면요.

A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갖고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긍정적인 생각과 명상, 운동, 취미생활 등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길 바랍니다.

두통은

누구나 경험하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질환이다. 기원전 3,000년경 작성된 문헌에서 ‘머리가 아파서 죽을 것 같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는데, 사람들은 두통을 신이 내린 저주라고 여겨 주술적인 방법으로 치료하려 했다. 17세기에 이르러 뇌막, 뇌신경, 두개 내혈관이 두통과 관련 있음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20세기에는 편두통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21세기 들어 두통에 효과적인 약물들이 많이 개발되어 두통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삶에 활력을 주고 있다.

도움말=김병건
을지병원 신경과 교수이며 대한두통학회 회장이다. 두통학회활동을 통해 환자들에게는 편두통 질환에 대처하는 법을 알리고 일반인들에게는 편두통 환자가 겪는 어려움을 인식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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