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는 물론 메신저, 인터넷, SNS. 카메라, 동영상 감상, 게임까지…. 스마트폰 하나면 안 되는 게 없다 보니 언제 배터리가 떨어질지 불안불안하다. 스마트폰 배터리, 어떻게 하면 오래 쓸수 있을까? 한국전지학회 회장 도칠훈 박사가 배터리에 대한 궁금증을 속시원히 풀어준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퓨리서치Pew Research’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5%라고 합니다. 거의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쓴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요. 사실 스마트폰은 적게는 수십만 원, 많게는 1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고가품입니다. 배터리를 교체하는 데도 적잖은 비용이 듭니다.
그래서 누구나 한 번쯤 ‘어떻게 하면 폰 배터리를 최대한 오래,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까?’ 고민해 보셨을 겁니다. 더구나 좀 있으면 추석이잖아요?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만큼 보조배터리 등 나름의 비상수단을 강구할 테지만, 그래도 스마트폰을 오래 쓰는 팁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메일이나 SNS 등의 푸싱 알림을 꺼 놓거나 쓰지 않는 앱을 닫는 것은 상식이지요. 스마트폰에서 배터리를 가장 많이 잡아먹는 부품은 바로 스크린입니다. 유튜브나 동영상을 덜 감상하거나 화면밝기를 어둡게 하면 확실히 스마트폰의 대기시간이 길어집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배경화면을 검정색 계열로 하면 스크린의 소비전력량이 줄어듭니다. 화려하고 눈부신 바다 사진보다는 어두운 밤하늘 사진을 배경으로 설정하는 것이지요.
배터리를 완충하면 수명이 줄어든다는 건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아이폰의 경우 500회 이상 충전하면 배터리 용량이 원래의 80% 정도로 줄어든다는 것이 제조사의 설명입니다. 그래서 흔히 보조배터리를 사용하는데, ‘1만mAh짜리 보조배터리 하나로 4천mAh짜리 휴대폰을 2.5회 충전할 수 있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에너지가 이동하거나 형태가 바뀔 때는 늘 에너지 손실이 발생합니다. 보조배터리에서 휴대폰 배터리로 전기에너지가 이동할 때는 각 배터리의 내부저항, 전자회로저항, 결선저항 등이 작용해 전압이 떨어집니다. ‘전기에너지 = 전압 × 전류 × 시간’이므로 전압이 떨어지면 실질적으로 충전할 수 있는 에너지 양이 줄어드는 것이지요. 실제로 보조배터리를 써 보신 분은 고개를 끄덕일 대목입니다.
배터리는 몇 %에서 충전해서 몇 % 까지 충전해야 가장 오래 쓸 수 있을까요? 스마트폰 배터리로 사용되는 리튬이온 전지는 완전히 방전되면 수명이 짧아집니다. 전지 내에는 전자를 주고받는 ‘집전체’라는 구성회로가 있는데, 배터리가 완전 방전되면 이 회로의 손상이 가속화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배터리 잔량이 0%라고 뜨더라도 실제 배터리의 전압이 0V인 것은 아닙니다.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내부적으로 2.7V 정도의 전압이 유지되도록 설계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상태로 오래 두면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기 때문에 10% 이하로 떨어지기 전에 충전하시길 권합니다.
그렇다면 배터리는 몇 %까지 충전하는 게 좋을까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배터리는 완충하면 수명이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70~80%까지 충전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생활필수품이 된 오늘날, 70~80%만 충전해놓고 쓰기에는 왠지 불안할 겁니다. 특히 외출이나 여행 등 충전 할 곳을 찾기 힘들고 보조배터리도 없는 상황이라면 말입니다. 그럴 때는 100%까지 충전하시되, 100% 충전되었다고 화면에 뜨더라도 한두 시간은 더 충전을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전지 표면은 100% 충전되었지만, 안쪽은 아직 80~90% 만 충전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2007년 상용화된 이후 스마트폰은 눈부시게 발전해 왔습니다. 스마트폰 성능을 측정하는 지표인 긱벤치마크 점수에서 아이폰 X는 10,125 점을 기록했지만, 아이폰 1세대는 230점에 불과합니다. 약 44배 정도 성능이 향상된 셈이지요. 하지만 배터리의 성능은 지난 20여 년간 2.5~3배 정도 향상되었을 뿐입니다. 높은 전기저장량, 급속충전, 고출력방전, 안전성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서 배터리 성능을 향상 시키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보다 많은 에너지를 충전하여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으면서도 더 가벼워진 배터리, 주유를 하듯 급속충전이 가능한 배터리 등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잡은 배터리, 이제는 정확히 알고 더 효율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배터리에 대한 잘못된 상식
1. 메모리효과memory effect
‘100% 충전된 배터리를 다 쓰지 않고 20% 까지 쓴 상태에서 충전하면, 방전되지 않은 20%는 쓸 수 없게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최근 스마트폰에 쓰이는 리튬이온전지에서는 이런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2. 배터리를 충전할 때 전자파가 나온다?
가정용에서 쓰는 교류 전기를 충전기가 직류 전기로 바꿔주는 과정에서 전자파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휴대폰으로 통화할 때 발생하는 전자파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니, 안심해도 좋다.
글=도칠훈
현재 한국전지학회 회장이자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교수, 한국전기연구원 책임 연구원 등을 맡고 있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배터리 전문가다. 경북대에서 공업화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 MIT 객원 연구원을 역임했다. 국무총리 표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 한국전기연구원장 표창 등 다수의 표창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