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콤플렉스 가이드 ⑥

외모가 다가 아니란 걸 알지만 불쑥불쑥 내 외모가 싫어지면 솔직한 마음을 표현해보자. 그것이 행복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치명적인 나의 콤플렉스, 사각턱

학창시절 내 몸무게는 43kg이었다. 요즘은 몸무게가 60kg 정도 나가서 조금 동그래졌지만 그때 내 얼굴은 완전한 사각형이었다. 사각턱 때문에 정말 죽고 싶었다. 한번은 TV를 보는데 얼굴이 네모난 여배우가 나와서 ‘아니, 저렇게 못생긴 사람이 왜 TV에 나오지? 저런 여자는 결혼도 못할 거야’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니 그 여배우와 똑같았다. ‘아, 아무도 나와 결혼하려 하지 않겠구나. 내 인생은 망했어!’ 여배우를 보며 했던 생각이 부메랑이 되어 내 가슴에 꽂혔다.

학생들이 나를 쳐다보면 턱을 보고 웃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사진을 찍을 때는 항상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는데, 그렇게 해야 얼굴이 조금이라도 동그랗게 보이기 때문이었다. 고등학생때 매일 성형외과를 찾아가 비용을 알아보며 턱 성형을 고민하느라 공부는 뒷전이었다. 수술비가 비싸 시도도 못해 보는 상황이 원망스러웠다.

콤플렉스가 있어서인지 작은 것도 거슬리고 고통스러웠다. 내게는 아주 끔찍한 노래가 히트를 쳤는데, ‘네모의 꿈’이란 노래였다. ‘네모’라는 단어가 37번 나오고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뿐인데’라는 인격모독적(?)인 가사가 흘러나왔다. ‘뭐? 나보고 네모난 것들이라고?’ 분노가 치밀어올라 참을 수 없었다.

내 고민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니

그러다 친구 소개로 ‘월드문화캠프’라는 행사에 참가했다. 세계 여러 나라 대학생들과 함께하는 국제적인 교류행사인데, 거기서 들은 강연이 내 인생에 변화를 가져다줄 만큼 인상적이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지뢰를 밟아 한쪽 팔과 다리, 눈을 잃은 병사 ‘존’의 이야기였다. 존은 장애인이 된 자신을 엄마가 받아줄지, 엄마의 마음을 확인하려고 전화를 걸어 물었다.

“엄마, 제가 곧 집에 가는데, 전쟁 중에 크게 다친 친구를 데려가요. 그 친구는 가족이 없어서 제가 평생 함께 살기로 했거든요.”

엄마의 대답은 이랬다. “네가 전쟁을 겪더니 아주 감성적인 사람이 되었구나. 장애인 친구와 함께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불편하고 힘들어져서 나중에는 친구에게 짜증을 내게 될 거야. 며칠만 집에서 함께 지내다가 돌려보내는 게 좋아.” 존은 엄마의 대답을 듣고 엄마가 장애인이 된 자신을 싫어할 거라고 확신하며 절망스러워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엄마는 후에 아들이 말한 친구가 존이었다는 걸알고는 “존! 왜 그게 너라고 말하지 않았어! 내가 너의 팔이 되고, 다리가 되고, 눈이 돼 주었을 텐데!”라고 외쳤다고 한다.

강연을 듣고 처음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힘들지만 고민도 콤플렉스도 모두 숨기고 괜찮은 척 지내 왔는데, 그렇게 살면 존처럼 자신도 불행하고 가족도 불행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캠프 기간 반모임 시간에 말을 꺼내보기로 했다. 학생들과 선생님이 함께한 자리에서 막상 사각턱 고민을 말하려니 비웃음거리가 되지는 않을까 두렵고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내친 김에 용기를 내어 한 번도 말해본 적이 없는 턱 콤플렉스를 이야기했는데, 선생님이 생각지도 못한 말씀을 하셨다.

“현용아, 턱 수술 꼭 하고 싶으면 해라. 쉽지 않은 수술이어서 생명에 지장을 주지는 않을까 염려되지만, 그렇게 해서 네가 행복할 수만 있다면 수술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도 되겠다. 그런데 선생님은 네 턱이 좋아. 개성 있잖아. 누가 이상하다고 해? 잘생겼고 보기 좋기만 한 걸.”

턱수술을 하고 싶다고 하면 사람들이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고 핀잔을 주며 말릴 줄 알았다. 그런데 내 고민을 이해해주고 내 모습 그대로를 좋아해주는 사람들 곁에 있으니 그동안 힘들었던 일들이 생각나고 복받치는 마음에 눈물이 나와서 화장실에 가서 한참을 있었다.

사각턱은 행복의 조건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사각턱 때문에 괴로워한 적이 없다. 너무 신기했다. 2004년에는 필리핀에서 1년 동안 봉사활동을 했는데, 필리핀 사람들에게 사각턱 콤플렉스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사연들과 그런 속마음을 솔직하게 말한 계기를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내게 다가와 자신들의 고민을 털어놓았고, 우리는 서로 가까워졌다. ‘사각턱 때문에 늘 불행했는데 사각턱 때문에 웃고 행복해 하다니!’ 그런 내가 이상하고 믿어지지 않았다.

작년 겨울, ‘선풍기 아줌마’로 불리며 여러 매체에서 성형중독의 심각성을 이야기했던 한 여인이 세상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그 역시 사각턱을 성형하기 시작했다가 불행한 삶을 살았는데,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았다. 내가 수술비를 어렵게 마련해서 동그란 턱을 갖게 됐다면 만족했을까? 아마 다음으로 키 크는 수술을 고민했을 것이고 현재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 모른다. ‘선풍기 아줌마’가 주위 사람들에게 다른 얼굴을 갖고 싶은 고민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러다 그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고 응원해주고 함께해주는 사람을 만나 또 다른 행복을 느꼈다면 불행한 뉴스의 주인공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대학시절 내 고민을 말할 수 있었던 것이 다행스럽고, 들어준 선생님이 너무 고맙게 느껴진다.


글=최현용
굿뉴스코 해외봉사단 스리랑카 지부장이자 마인드교육 강사다. 현재 스리랑카 청소년 마인드 교육뿐만 아니라 KPMG, 크리스브로 등 스리랑카 대표 기업들을 대상으로 마인드교육을 진행중이다. 최근 마인드교육 시행과 관련하여 교육부 장관, 관광부 장관, 특별지역개발부, 콜롬보 시장 미팅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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