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콤플렉스 가이드 ②

100킬로그램에 다이어트 시작!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살이 찌기 시작해 고3 때는 100킬로그램까지 나갔다. ‘나는 어차피 뚱뚱하니까’라는 생각에 꾸미는 것은 포기하고 커트머리만 하고 지냈다. 다이어트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나는 늘 내 몸에 붙어 있는 살점들이 떨어져 나가는 상상을 했다. 운동과 식이요법, 다이어트는 물론, 약을 사기도 하고 병원에서 식욕억제 주사를 맞기도 하는 등 살을 빼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사 인턴과정이 끝날 무렵 몸무게가 90킬로그램을 초과해 다시 100킬로그램을 찍던 날, 나는 경악했다. 서 있기만 해도 무릎과 발바닥이 아프고, 계단으로 한 층만 걸어올라가도 숨이 턱턱 막혔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건강을 찾고 싶었고, ‘살을 빼야 한다’가 아니라 ‘살을 빼고 싶은’심정이 되었다. 당시 나는 인턴과정을 마친 후 레지던트에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1년이라는 시간을 살을 빼는 데 투자하기로 했다. 그렇게 다이어트는 다시 시작되었다.

66 사이즈로 탈바꿈하다

잘 먹고 운동도 차근차근 할 수 있는 센터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하고 센터에서 잰 나의 체중은 95킬로그램.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했지만 센터에서는 달랐다. 운동을 제대로 배우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내 심정에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좋았다. 늘 상처받지 않은 척 하느라 힘들었는데, 그곳에서는 내가 받았던 상처들을 숨길 필요도,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상황을 조금만 설명해줘도 모두 ‘아, 그 기분 알아!’ 하고 통했다. 우리는 작은 성과에도 함께 기뻐했다. 함께 격려하고, 노력하면서 다 같이 건강해질 수 있었다. 센터생활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즈음, 99사이즈였던 나는 1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며 66사이즈로 탈바꿈 할 수 있었다. ‘구리 코스모스 마라톤대회’, ‘나이키 위런 서울 마라톤 10킬로미터’에 참가하며 내가 건강해진 걸 실감할 수 있었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행복해지겠지?

사이즈가 바뀌니 입을 수 있는 옷의 종류가 늘어난 것은 확실히 좋았다. 그런데 그 행복은 얼마 가지 않았다. 달라진 나를 본 친구들이 ‘너 진짜 많이 변했다. 못 알아봤어! 살 빼기 전에는 진짜 인간도 아니었는데!’라고 농담 반 진담 반인 말들을 쏟아냈다. 그런데 그런 말을 자꾸 듣다 보니 하루하루가 피곤했다. 내가 과거의 내 모습을 끔찍하게 여기고 있었고, ‘다시 돌아가면 안 되는데…’ 두렵기까지 했다.

그때 생각난 것이 ‘조모임’이었다. 센터에서 지내면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비만모임을 계속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찾으려니 비상업적인 모임을 찾기 힘들었다. 결국 눈 딱 감고 내가 만들기로 했다. ‘비만을 아는 우리만의 이야기’라는 의미에서 ‘비·우·기’라는 이름도 지었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주제를 정해 이야기를 나누고 운동도 함께했다. 또 ‘다닥유현’이라는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이어트와 건강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 바쁘긴 했지만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는 걸 보면 행복하고 대견스러웠다.

센터에서 졸업한지 5년이 지난 지금, 그때보다는 살이 더 쪘다. 하지만 그것이 내게 큰 의미를 주지는 않는다. 계속 운동을 하고 있고 앞으로 더 건강해질 것이다. 살찐 나도, 살 빠진 나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 좋다. 그리고 내 주위 사람들을 그 모습 그대로 이해하는 내가 좋다. 앞으로도 나는 사람들이 건강하게 생활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지금까지 ‘강연하기, 비만 익명 모임을 만들기, 책 출판하기’라는 세 가지 꿈을 이루었는데, 미래에 또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르지만 오랜 시간이 걸려 찾은 꿈인 만큼 열정을 마음껏 쏟으려 한다.

다닥 유현 TIP
‘살 빼는 약이 있을까?’

병원에서 비만치료 약물을 처방받을 수 있는데, 이러한 약물은 포만감을 느끼게 해 식욕을 감소시키거나, 섭취한 지방의 흡수를 억제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모든 약물에는 부작용이 따르는 점을 기억하자. 비만을 약물로 치료하는 경우는 비만으로 인해 건강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정상 체중인 사람이 약물을 복용하는 것은 현명한 행동은 아니므로 신중을 기하길 바란다.

글=김유현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보다 사람들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후 건강검진의사로 일하면서 유튜브, 블로그, 강연회 등을 통해 자신의 경험과 의학적 지식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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