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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어머니, 한가위 잘 보내고 계세요?해외봉사 대학생들이 한국의 부모님께 보내는 추석 인사
김소리 기자 | 승인 2019.09.09 14:49

해외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대학생들이 명절을 맞아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생전 처음 하는 경험을 하며 한국의 추석을 잊을 정도로 바쁜 모양인데요. 인사말과 함께 보내 온 그들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미얀마 8개 종족이 있어 명절도 다양한 나라
‘부모님이라면 이렇게 당부하셨겠지’

현지인 친구 뚜롸(왼쪽)와 우렁을 잡으러 갔다가 한 컷!다음은 맛있게 요리해 먹을 차례^^

나는 요즘 미얀마의 끄잉 종족이 사는 파안이라는 지역에 있다. 지난 8월 15일에 계곡에 수영을 하러 갔다가 미얀마 전통복을 입은 사람들이 줄지어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현지인 친구에게 물어보니 그날이 끄잉 종족의 명절이라고 했다. 미얀마에는 8개의 부족이 있는데 종족마다 풍습이 달라서 서로 다른 명절을 보내기도 한다. 한 나라에서 명절을 다르게 보내는 게 무척 신기하게 느껴졌다.

추석이면 가족이 모일 텐데 ‘올해는 부모님이 아들 없는 명절을 보내시겠구나’ 싶어 내 소식이 부모님께 선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적었다. 미얀마에서 엄마 생각이 날 때가 있다. 이곳은 더운 나라여서 음식이 맵고 시고 짠데, 한번은 엄마가 요리하신 음식이 너무너무 그리웠다. 엄마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서 전화를 하려 했지만 갑자기 휴대폰에 문제가 생겨서 통화를 할 수 없었다. ‘부모님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뭐라고 하셨을까?’ 생각해보았다. 틀림없이 ‘한국 생각하지 말고 더 적극적으로 봉사하고 말도 배우고 다양한 경험을 하거라~’ 하셨을 것 같아 휴대폰 문제도, 엄마도, 음식도 모두 잊고 미얀마 사람들과 어울렸던 기억이 난다.

보고 싶은 엄마께
엄마, 미얀마에서 인사드립니다. 미얀마는 물가가 싸서 5천 원이면 뭐든 사먹고도 돈이 남아요 . 얼마 전에 시장에서 닭고기를 사먹었는데 좀 안 좋았는지 장염에 몸살까지 동시에 걸렸어요. 외국에서 아프니까 쓸쓸하고 더 아프더라고요. 그런데 ‘하니모’라는 친구가 약과 꿀물을 갖다 주었어요. 다 마시면 또 주겠다고 하며 꼭 엄마처럼 챙겨주는데 너무 고마웠죠.

엄마 아빠가 늘 해주신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는 사람이 돼라’는 말씀처럼 열정적으로 봉사하다 돌아가겠습니다!

글=이정식
순수한 미얀마 사람들과 쌓은 우정속에서 해맑은 미소를 갖게 된 그는 한국말, 한국 노래를 가르치며 스타 대접을 받는 게 신기하다고 한다.


터키 형제의 나라에서 한국문화 알리기
한국인이어서 자랑스러웠던 순간

터키 사람들은 한국에 우호적이다. 터키는 한국과 삼국시대 때부터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형제의 나라라 불린다. 여기에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문화와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재작년부터는 교과과정에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추가해 본격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나도 청소년회관에서 대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 기역, 니은도 모르던 학생들이 두 달 만에 소리 내어 한글을 읽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대견하고 뿌듯하다.

한번은 학생들에게 한국문화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서 ‘한국문화의 날’ 행사를 준비했다. 한복을 입고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는 학생, 붓을 들고 손을 덜덜 떨며 한 글자씩 자신의 이름을 쓰는 학생, 허공에 열심히 발길질하며 제기차기를 연습하는 학생, 김밥을 돌돌 말고 있는 학생 등 재미있는 광경이 펼쳐져 입가에 저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먼 나라에서 이렇게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니 한국인이라는 게 너무 자랑스러웠다.

글=서한울
터키에서 서예를 가르칠 줄은 몰랐다며 현지인들에게 한국을 소개하면 할수록 자부심이 느껴진다고 한다.


레소토 남아프리카에서 고향의 향기를 느끼다
가족이 있다는 것과 모일 집이 있다는 것

나에게 추석은 매년 당연히 가족과 함께하는 명절이었다. 만날 가족이 있다는 것과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게 감사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런데 레소토의 아이들을 보며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

레소토에는 부모님과 같이 사는 아이들이 많지 않아서 가족 이야기를 함부로 꺼낼 수 없다. 부모님이 총상으로 돌아가신 아이도 있고 엄마가 미혼모인 아이도 있다. 또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먹고 살아야 할 걱정을 해야 하는 아이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명절에 한국에서처럼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는 풍경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레소토 아이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있는데,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명절에는 언제나 나와 함께해 준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

글=이세연
레소토 아이들의 삶을 보며 자신이 많은 것을 누리고 있음에 감사하게 되었다고 진솔하게 마음을 표현했다.


러시아 이젭스크에서의 대가족 경험
새 가족을 만나다

가운데 흰 셔츠 입은 이가 이한흠 단원

러시아 이젭스크에서 봉사하는 중에 가족이 생각 날 때면 메시지를 보내 마음을 전하는데, 마음이 따뜻한 러시아 사람들과 지내서인지 한국이 그리울 때가 그리 많지는 않다.

러시아에 오기 전에는 러시아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가까워지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곳 사람들이 우리를 반겨주고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봉사단센터에서 함께 지내는 지부장님과 유학생들은 정말 가족 같다. 쓴소리도 자주 해주시고 1년을 어떻게 지내야 할지 진지하게 상담해주신다. 맛있는 한국 음식을 요리해서 다 같이 먹을 때가 제일 즐겁고 분위기도 좋다. 언제까지나 함께하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러시아말을 더 열심히 배워서 서로 고민도 이야기하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싶다. 새로운 가족, 새로운 친구를 만난 러시아에서의 이 순간이 내게는 너무 소중하다.

글=이한흠
차가워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친절하게 대해주는 러시아 사람들 덕분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깊이 있는 대화를 위해 언어배우기에 주력하고 있다.

 

모잠비크 열대과일로 함께 요리하면 기쁨은 배가 된다
제2의 고향 모잠비크

모잠비크와 나는 너무 잘 맞는다. 모잠비크에 네 명의 봉사단원들이 왔는데, 그중 세 명이 여자이고 페루에서 온 여학생도 있다. 우리는 서로 너무 달랐다. 그래서 작은 일로도 다툴 때가 많았고 그러다 보면 오해해서 마음의 문을 닫고 지내기도 했다. 모잠비크에 온 지 6개월이 지났는데, 서로 너무 달랐기 때문에 발전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의 장점을 보며 배울 수 있었고 서로의 단점을 보며 자신에 대해 반성할 수 있었다.

나는 참 이기적인 사람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과 함께 길을 가는 기쁨을 맛본 것이 봉사활동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가치라고 생각한다. 모잠비크 전통음식을 함께 요리해 먹은 경험은 잊을 수 없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인 ‘꼬비 꽁 아밍두잉couve comamendoim’은 코코넛과 땅콩이 주재료인데,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함께 만들고 함께 먹으면 기쁨이 배가 된다. 우리 가족도 언젠가 모잠비크에서 이런 특별하고 행복한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왼쪽부터 이하은, 캐롤린, 배해준

글=이하은
모잠비크 봉사단 여자 단원들이 한데 모였다. 페루에서 온 캐롤린과 한국의 배해준 단원인데, 종종 다투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는 걸 느껴가고 있다고 한다.

 

호주 행복한 순간, 나라를 생각하고 가족을 떠올리다
낯선 땅에서 한국을 알리다

호주 봉사단원들은 매주 토요일에 시드니의 학교에서 한글학교를 연다. 수강생은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과 종종 참석하는 성인들인데, 한번은 이들을 위해 ‘한국문화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댄스공연을 하기로 한 학생들은 ‘아기상어’와 ‘세이 썸씽’ 곡에 맞춰 안무를 짜고, 현지 대학생들은 한국 노래와 김춘수의 시 낭송을 준비했다. 또 봉사단원들은 한복을 입고 절하는 법을 소개했는데, 한국 문화에 흥미를 느끼고 즐거워하는 호주 사람들을 보니 준비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모든 어려움들이 눈 녹듯 사라졌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한글학교를 찾아 서로 교류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낯선 땅에서 파란 눈, 하얀 피부를 가진 ,나와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고 마음 나누는 시간들을 가질 수 있어 무척 만족스럽다.

글=박정수
한국에 있을 때는 나라에 대해 생각하거나 느끼는 것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고 한다. 해외에서 한국을 알리며 뿌듯해 하는 그의 모습이 멋져 보인다.


가족에게 보여 주고픈 해질녘 하늘

호주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내 시선을 빼앗아 간 것은 하늘이었다. 청명한 색상과 켜켜이 쌓인 구름이 마치 한 폭의 명화를 보는 것 같았다.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보거나 해질녘 일몰을 볼 때면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생각난다. 나 혼자 보기가 너무 아까워서 이따금 ‘이 광경을 내 눈에 담아 가서 그대로 보여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호주에서 즐겁게 지냈지만 한국에 있는 가족이 떠오르면 가슴 한 구석에서 느껴지는 그리움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특히 호주에서 재미난 행사를 준비해 진행할 때마다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호주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경치도 같이 감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 버킷리스트의 새 미션으로 ‘우리 가족 다같이 호주 가기’를 적어두었다.


글=이예진
무엇이든지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 즐겁다는 그는 호주 봉사활동 중에 경험한 것을 주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했다.

김소리 기자  sori35@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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