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세계 청소년부 장관포럼

이번 제9회 세계 청소년부 장관 포럼의 주제는 ‘마음을 닫는 사람과 여는 사람의 차이’입니다. 열린 마인드와 자세를 갇힌 사람의 삶은 어떻게 다를까요? 각국 장관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마음을 닫으면 자신은 물론 상대방까지 불행해집니다”
뱅상 모야 킬리마(콩고민주공화국 법무부 차관)

이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어느 부부가 하루 는 심하게 다투었습니다. 그때부터 둘은 같은 집에 살면서도 맘을 닫고 서로 말을 하지 않았지요. 일요일이 되어 부부는 함께 차를 타고 교회에 갔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남편은 먼저 집으로 왔고, 얼마 후 아내도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차 안에서 아내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집 앞에 도착한 아내는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렸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아내는 ‘빵빵’ 자동차 경적을 울렸습니다. 그래도 남편은 얼굴조차 내비치지 않았습니다. 한참 시간이 지나 밖에서 아무 기척이 없자 기분이 이상해진 남편은 밖으로 나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아내가 운전석에 쓰러진 채 숨이 끊어져 있었습니다.

아내는 천식 환자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던 중 천식 증세가 도졌는데, 하필 약이 없어서 남편에게 도움을 청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른 남편은 아내의 부름을 외면했고, 결국 아내는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남편은 죽은 아내를 끌어안고 “내가 당신을 죽였어!”라며 통곡했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마음이 고립되거나 갇혀 있으면 자신은 물론 상대방까지 고통을 겪게 됩니다.

“힘과 지혜는 오픈마인드에서 나온다”
하드라메 M. 시디베(감비아 청소년체육부 장관)

이번 포럼에 참석한 각국 장관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자국의 가장 심각한 청소년문제로 ‘취업’을 꼽았습니다. 아프리카 역시 맞춤식 직업교육의 부재不在, 제한된 일자리 수, 자금 및 토지 부족, 낙후된 기술 등으로 취업은 물론 창업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난관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향해 꿈을 닫지 않고 도전을 계속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차별을 이겨내고, 남이 바뀌길 바라기보다 스스로를, 가족들을, 지역사회를 바꿔가며 힘찬 행보를 내딛는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변화를 일으키며 발전의 촉매가 되어 세상을 움직이는 이런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저도 힘이 솟습니다. 세상을 바꿀 힘과 지혜는 ‘오픈마인드open-mindedness’에서 나옵니다.

“수리남이라는 깃발 아래 우리는 하나”
랄리니 고팔(수리남 청소년체육부 장관)

수리남은 민족과 종교, 언어 구성이 복잡한 나라입니다. 국민의 37%가 인도계, 31%가 크리올(백인과 흑인의 혼혈), 15%가 인도네시아계, 10%가 아프리카계입니다. 국민의 절반이 기독교를 믿으며, 힌두교가 22.3% 이슬람교가 13.9%입니다. 공용어는 국민의 60% 이상이 사용하는 네덜란드어이지만, 토속 수리남어나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도 사용합니다.

하지만 저희 대통령께서는 ‘그것과 상관없이 우리는 수리남의 발전을 위해 싸우지 말고 뭉쳐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수리남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모두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때 손 내밀어준 분이 있기에 지금의 제가 있습니다”
아제드라 가브리엘(우간다 재정경제부 부장관)

다섯 살 때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시골에서 자랐습니다. 가난했지만 힘들게 뒷바라지하시는 어머니 덕분에 공부에 열중했습니다. 우수한 성적으로 11학년까지 마쳤는데, 공교롭게도 내전이 터져 이웃나라로 피신했지요.

6개월 뒤 우간다로 돌아와 큰 도시에 사는 사촌누나네 집에 얹혀살며 새로 생긴 학교에서 공부를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교장선생님을 찾아갔지만 단칼에 입학을 거절당했습니다. 터덜터덜 정류장으로 가서 버스를 타려는데, 어느 박사님이 저를 차에 태워 주셨습니다.

뒷좌석에 앉으니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박사님은 절 돌아보시며 왜 우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사정을 말씀드리자 성적표를 보자고 하셨습니다. “이상하네. 이렇게 성적이 뛰어난 아이를….” 박사님은 교장선생님을 찾아가 입학을 거절한 이유를 물었습니다. “기숙사에 남는 방도 없고, 교실에 책상도 없습니다. 시골 출신 학생을 받았다가 학교 이미지만 나빠질 수도 있고요.”

박사님은 “내가 돈을 낼 테니 방과 책상을 마련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또 “만약 이 학생이 성적이 나쁘면 아예 ‘시골 출신은 받지 않는다’는 조항을 만들자”고 하셨습니다. 1학기 수업을 듣지 못한 채 기말고사를 보았지만, 저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고 특히 과학에서는 전국 최고점을 받았습니다. 제게 마음을 열고 다가온 박사님 덕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이지요.

부장관이 되기 전 건설회사에서 일했던 적이 있습니다. 건물을 지으려는 투자자는 돈을 아낄 마음에 늘 저희들에게 ‘최저비용 최대효과’를 요구합니다. 그런 요구가 반복되다 보면 답답하기도 하지만, 저는 투자자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충족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가령 방에 값비싼 할로겐램프를 달 계획이었는데 예산이 부족하면, 저렴하면서도 효율적인 LED램프로 바꾸는 것이지요.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고 ‘이분도 내 소중한 고객’이라고 감사하는 자세를 가지니 절로 마음이 열리고 해결책이 보였습니다.

“소통하려면 말문을 열어라? 그 전에 귀부터 열어라!”
쿠무잠 라탄쿠마르 싱(인도 국민회의당 마니푸르주 부의장)

어떤 사람은 ‘마음을 열고 소통하려면 먼저 말문을 열라’고 이야기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전에 귀부터 열라’고 덧붙이고 싶네요. 어떤 사안에 대해 모든 사람이 똑같은 의견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저마다 문화적·사회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기본적으로 나와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수용할 자세가 필요한 것입니다. 제 아내는 채식주의자입니다. 저는 고기를 먹습니다. 하지만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기에 별 문제가 없습니다. 나라건 개인이건, 작은 차이부터 인정하는 것이 소통의 시작 아닐까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에드문드 에스테반(세인트루시아 청소년체육부 장관)

학창시절 저는 운동을 몹시 좋아했습니다. 축구, 배구, 크리켓, 수영 등 종목을 가리지 않았지요. 세계 육상선수권에도 두 번이나 출전했고요.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하며 깨달은 게 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려면 단연 스포츠가 최고’라는 겁니다. 축구를 하는데 혼자서 상대 수비를 완전히 뚫고 골을 넣는 선수는 없습니다. 패싱워크를 통해 모두가 협력하여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야 득점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마음을 모으며 자연스럽게 서로 교류하는 것입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도 어쩌면 그런 의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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