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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로 꿈을 찾은 청소년들의 나눔 이야기
김성훈 기자 | 승인 2019.08.16 17:49

‘지하철역에서 피켓 들고 한 시간 서 있기’ 식의 따분하고 틀에 박힌 자원봉사는 그만! 최근 글로벌 도시 인천에서 흥미로운 방식으로 진행되는 참신한 봉사프로그램이 화제다. 2017년 결성되어 중·고교생에 대학생까지 아우르며 폭넓은 활동을 펼치는 나눔청소년봉사단이다. 그들을 만나러 지난 7월 18일, 인천 남동체육관 세계문화체험박람회 현장을 찾았다.

7월 18일 오후 2시, 인천 남동체육관 2층. 500여 명의 중·고교생과 대학생들이 부지런히 체육관 내 이곳저곳을 바삐 누비며 부스 설치에 한창이었다. 30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무더위로 체육관 안은 살짝 추울 만큼 에어컨을 틀어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열성적으로 움직이며 부스를 꾸미는 학생들을 보노라니 그다지 한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이들은 세계문화페스티벌 청소년봉사단 학생들이다. 세계문화페스티벌 청소년봉사단은 나눔청소년봉사단, 아이맘키움, 징검다리봉사단, 하울림봉사단, 펀드림봉사단, 굿뉴스코 경인·안양지부가 모여 결성된 연합봉사단이다. 이날 열리는 ‘IYF 월드문화캠프 기념 세계문화페스티벌’의 부대행사로 진행되는 세계문화체험박람회를 준비하기 위해 모인 것이었다. 약속한 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학생들의 몸놀림에서 활기가 느껴진다. 대체 언제부터 준비한 걸까?

“실제로 준비에 소요된 기간은 한 달 정도입니다. 학생봉사단은 부스 설치 및 운영, 관객 응대, 퍼레이드 참여 등 일선에서 실무를 맡은 ‘중·고교생 팀원’들과, 이들을 통솔해 페스티벌을 진행하는 ‘대학생 리더’로 나뉩니다. 74명의 대학생 리더를 모집해 기획단을 출범시킨 게 한 달 전이었어요.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번 행사를 준비하고 기획하기 시작한 건 지난 2월부터였어요.”

전체 운영을 담당하는 나눔청소년봉사단 안주이 단장의 말이다. 이날 박람회는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네 시간 동안 진행된다. 네 시간 동안 치러질 행사를 다섯 달 동안 준비한다? 도대체 어떤 행사이기에? 이번 박람회를 준비하게 된 사연이 궁금해졌다.

인천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국제화된 도시다. ‘한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과 서해 제1의 무역항인 인천항이 있다. 2003년부터는 세계최대 규모의 민간도시 사업인 송도국제도시가 조성되며 외국 관광객과 외국인 주민의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2014년에는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타 문화를 이해·포용·배려하는 이른바 ‘글로벌 시민의식’이 절실히 요구되는 도시가 인천이다.

이 점에 착안한 세계문화페스티벌 청소년봉사단은 작년부터 매년 2월과 7월에 각 1회씩 세계문화체험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특히 7월에는 세계 60개국 4천여 명의 청소년이 참가하는 월드문화캠프 기념 세계문화페스티벌에 맞춰 박람회가 치러진다. 30여 개의 부스에서는 아시아·유럽·중남미·아프리카 등의 먹거리 시음시식, 공예품 만들기, 전통의상 퍼레이드, 한복 및 전통놀이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 행사는 인천광역시 비영리 민간단체 공익사업인 ‘시민의식 키우기 캠페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나보다 어려운 사람,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다는 것 자체로도 봉사는 충분히 의미있는 활동이다. 하지만 세계문화페스티벌 청소년봉사단의 이종우 단장은 ‘봉사는 스스로를 성장시킬 뿐 아니라 자신의 꿈과 미래를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자세를 길러준다’고 덧붙인다. 세계문화페스티벌 청소년봉사단은 학생들을 봉사에 투입하기 전, 반드시 소정의 자원봉사자 소양교육을 실시한다. ‘학교에 자원봉사 확인서를 내야 하니까’ ‘그냥 적당히 시간 때우면 되지’ 등 처음에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로 참가한 학생들도, 교육을 받으면서 봉사의 가치와 중요성을 이해하고 태도가 적극적으로 바뀐다. 단순히 시키는 일을 하는 수동적 봉사가 아닌, 자신이 낸 의견이 실제 프로그램에 반영되는 것을 경험한 학생들은 성취감을 맛보며 더욱 더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에 임한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관람객들 또한 박람회 부스를 돌아보면서 인성을 함양할 기회를 갖는다. 가령 박람회 내 카페에서는 ‘OOO한 잔 주세요’가 아닌, ‘감사해요. OOO 한 잔 주세요’라고 말해야 음료를 주문할 수 있다. 얼핏 사소한 습관처럼 보이지만, 상대에게 감사를 담은 한마디를 건네는 연습을 함으로써 언어습관을 바꾸고 예절문화에 변화를 주는 시도를 한 것이다. 이 또한 중고생 자원봉사자의 아이디어를 부스 운영에 반영한 사례다. 그밖에도 환경보호의 중요성이나 소통의 필요성 등을 일깨워주는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가득하다.

세계문화페스티벌 청소년봉사단의 주축을 이루는 굿뉴스코 경인지부는 해외봉사박람회를 통해 대학생들에게 해외봉사 관련정보를 꾸준히 제공한다. 아이맘키움 및 나눔청소년봉사단은 지난 2월부터 오는 11월까지 9개월 동안 장기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앞서 소개한 자원봉사자 소양교육, 세계문화체험박람회 외에도 지역사회연계 봉사활동, 환경보호 캠페인, 세계 시민의식 캠페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8월에는 12일(월)부터 14일(수)까지 인천시 강화군의 신화유스호스텔에서 ‘청소년 자원봉사 캠프’가 실시될 예정이다.

봉사란 의무감 때문이나 남이 시켜서 하는 게 아니다. ‘나도 작게나마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행복, 하나둘 난관을 넘으며 성장해 가는 성취감을 맛보는 것이 봉사의 진정한 묘미일 것이다. ‘그 봉사의 묘미를 경험한 젊은 학생들이 10년 뒤 사회의 주역이 된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학생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을 보며 든 생각이었다.

 

중고생과 대학생, 시민이 어우러지는 프로그램

이종우(나눔청소년봉사단 운영팀장)

저희 봉사단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의 가장 큰 자랑은 ‘중고생과 대학생, 시민이 모두 함께 어우러져 준비한다’는 점입니다. 시민들이 주축인 기존 봉사단 운영진 외에 대학생 기획봉사단을 모집했습니다. 이들은 본인의 재능과 관심사에 따라 재능봉사·기획봉사·교육봉사·체험봉사를 하며, 프로그램의 구성·홍보·예산 등 운영계획을 세우며 팀원이 될 중고생 자원봉사자를 교육합니다.

대학생 단원들은 리더십에 기획력·추진력·팀원 관리능력 등을 습득하게 되지요. 또 중고생들이 준비한 선진 시민의식 캠페인 부스에는 학생들이 5개월간 ‘어떻게 하면 선진 시민의식을 키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준비한 콘텐츠들이 녹아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바로 부스기획에 반영하지 않고, 시민투표를 통해 우수한 것을 가려낸 뒤 반영했습니다. 기획부터 실행까지 모두 중고생이 도맡은 이 프로그램은 향후 별도의 보고회를 통해 시민에게도 소개될 예정입니다.

밝은 대한민국을 이끌 주역이 될 봉사단원들

안주이(나눔청소년봉사단 홍보팀장)

청소년 봉사단의 운영진으로 활동하면서 중·고교생들을 가까이서 대해보면 그들의 마음이 무척이나 순수한 것을 느낀다. 고집스럽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면모가 부족하긴 하지만, 조금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금세 자기 고집을 버리고 어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배우려는 자세를 취한다.

‘주입식 교육을 피하고 학생들이 즐겁게 봉사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자’는 것이 우리가 봉사단을 운영하는 제1원칙이다. 물론 봉사를 하다보면 학생들은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에 부딪히기도 한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취감을 맛보면 도전을 즐기게 된다.

학부모님이나 학교선생님들 역시 ‘봉사활동에 꾸준히 참여하는 동안 학생들의 자세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해 주시곤 한다. ‘앞으로 대학생이 되면 해외로 봉사활동을 다녀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는 학생들도 있다. 나눔청소년봉사단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건강한 인성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함양함으로써 함께하는 사회를 건설하고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벌써부터 다음 봉사활동이 기다려진다

허유민(고1, 환경보호 부스)

이번 박람회 준비팀 봉사는 우리가 직접 아이디어를 내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열 명 정도가 한 팀을 이뤘는데, 처음에는 낯설고 서먹했지만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의견을 교환하고 조율하면서 세부적인 계획을 잡아 나갔다.

우리 부스는 에코백 만들기, 환경퀴즈, 동전 던지기 등을 진행했다. 에코백 만들기는 행사시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동이 날 만큼 인기가 있었다. 동전 던지기는 바닥에 과녁지를 놓고 동전을 던져 정중앙의 원에 들어가면 간단한 상품을 주고, 밖에 나간 동전은 아프리카 청소년들을 위한 후원금으로 기부된다.

그밖에도 각국의 문화를 보여주고 체험하는 부스들을 관람하다 보면, 다른 나라와 문화에 대해서도 쉽게 배우고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다음에도 박람회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싶다.

꼭 땀을 흘려야만 봉사가 아니다

허지원, 윤수혜(중1, 세계언어예절 부스)

그동안 봉사라고 하면 몸을 써서 뭔가 힘든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세계문화체험박람회 봉사는 전혀 달랐다. 박람회 진행부에서 각 부스별로 큰 목표를 잡아주면, 우리는 그 목표에 맞춰 부스를 꾸밀 아이디어와 실행방안을 정리해 제출했다. 우리가 낸 아이디어는 실제 부스에 반영되진 않았지만,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의견을 조율해 결정을 내리는 과정 자체가 몹시 흥미로웠다.

봉사활동을 하기 전에는 주말에 특별히 할 일이 없어 늦잠을 자곤 했다. 하지만 봉사활동을 하면서는 주말에도 일찍 일어나 하루를 알차게 보낸다. 지구촌문제 중 하나인 기아나 빈곤에 대해서도 거의 아는 게 없었는데, 부스를 꾸미느라 자료를 조사하면서 기아와 빈곤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부스를 운영하며 청소년들이 많이 쓰는 줄임말이나 국적불명 언어를 보여주고 뜻을 맞히는 퀴즈를 냈다. 나이 많은 분들은 쉽게 못 맞히셨지만, 힌트를 드리면 잘 맞히셨다. 관람객들은 여러 게임에 참여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자신의 언어생활을 돌아보고, 부스를 운영하는 우리도 언어예절의 중요성을 되새길 수 있었다.

김성훈 기자  kimkija@itomorro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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