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수출규제에 ‘지지 않겠다’는 韓정부, “주요 소재 국산화에 총력”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사태 장기화 시, 힘들 수 있어"
국내 유통업계 "일본산 주력제품 판매 급감… 전 직원 무급휴가 검토 중"

일본의 수출규제와 백색국가 제외 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는 ‘지지 않겠다’며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하고 맞대응에 나선 가운데, 국내 기업 및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양국의 경제 갈등에서 비롯된 ‘앓는’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정부는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및 수출규제에 대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일본의 수출제한 3대 품목을 포함한 100개의 전략적 핵심품목을 선정, 집중 투자하여 공급처 다변화, 국산화 등을 통해 5년 이내 공급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일에는 2,732억 원 규모의 소재·부품 R&D(연구개발)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키며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에도 ‘문제 될 것 없다’는 뜻을 내비치며 소재 국산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그러나 '현장'의 분위기는 자신만만한 정부 발표와는 사뭇 다르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갤럭시노트10 공개 행사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지속되면 상당히 힘들 수 있다”며 “이런 일이 계속되면 몇 달 뒤엔 정확히 무슨 일이 있을지 가늠하기 힘들다. 올해 말, 처음으로 ‘위기’라는 말을 쓰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올 2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절반가량(45.7%)의 점유율을 차지한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영진이 신제품 공개 석상에서 ‘위기’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사상 초유의 한·일 무역규제로 인한 기업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토로했다.

일본 맥주를 국내에 유통하는 한 주류 도매업체는 60명의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검토 중이라고 8일 밝혔다 (사진=보도화면 캡쳐)
일본 맥주를 국내에 유통하는 한 주류 도매업체는 60명의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검토 중이라고 8일 밝혔다 (사진=보도화면 캡쳐)

이러한 ‘위기’는 비단 대기업뿐만 아니다. ‘삿포로’ 등 일본 맥주를 국내에 유통하는 한 주류 도매업체는 60명의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검토 중이라고 8일 밝혔다. 업체 관계자는 “본 회사의 주력 제품인 ‘삿포로’는 지난달부터 유통 업체로부터 추가 발주가 더 이상 없는 상황”이라며 "회사 사정이 이렇다보니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양국의 경제 갈등의 불똥이 '당장 먹고 살아가야 하는 문제가 달려있는' 생계를 위한 자국민의 경제활동에 튀고 있는 것이다.

한·일 양국 간 경제 갈등은 사실상 일본과는 관계없는 국내 일식당, 편의점주 등 자영업자들에게도 유탄이 되고 있다. 지난 1일 외식업계는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장기화되자 일식당·이자카야 등 사실상 일본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식당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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