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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한 관행'과 '안전 맹신'이 불러 온 한빛1호기 사고
이보배 기자 | 승인 2019.08.09 18:12

‘체르노빌 사고’를 연상케 한다며 주민들의 분노를 산 '한빛원전 1호기 열출력 급증 사고'의 원인이 ‘인재’로 판명됐다.

한빛원전 1호기는 지난 5월 10일 오전 10시 31분경 제어봉 성능 시험 중 제어봉을 빼내는 과정에서 열출력이 수동 정지 기준인 5%의 3배가 넘는 18%까지 올랐고, 이 사고가 발생한지 약 11시간 만에 수동 정지됐다. 사고 발생 직후, KINS가 현장에 파견돼 조사를 실시했고 원자력안전기술위원회(이하 원안위)는 특별사법경찰관 4명을 투입해 원전 열출력 급증 사건을 조사했다.

약 2개월동안 특별조사를 벌인 원안위는 지난 9일 관련 법령과 절차서 위반ㆍ운전자의 조작 미숙 등 인적 오류가 주된 원인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은 본사 종합상황실과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원전 감시시스템을 통해 전국 발전소 운전 변수 등을 실시간 감지하고 있다. 하지만, 원전을 가동시키는 운전원들의 행위는 각 발전소 자체 관리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 한빛원전 1호기 사고는 이러한 개별 발전소의 폐쇄적 환경 속에 만연한 관행이 불러온 인재였다.

그동안 한빛원전 가까이에서 각종 사고와 고장을 불안하게 지켜보며 생계를 유지하던 지역민들은 분통을 터트리며 한수원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관련 시민ㆍ환경단체도 '체르노빌 사고도 출력을 제어하지 못해 일어났는 점'을 되새기며 아찔했던 이번 사고에 대한 한수원의 대응에 더욱 분노했다.

한빛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전남 영광군의 군의회 원전특별위원회 의원들이 1호기 열출력 사고 발생 후인 5월 15일 한빛원전을 찾아 사고 경위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영광군의회)

특히, 지침 대로라면 원전 출력 기준치를 넘는 즉시 가동을 중단해야 하지만, 이날 한빛 1호기는 오전 10시 30분에 사고가 발생하고, 밤 10시가 되서야 수동 정지됐다. 사고가 난지 약 11시간만에서야 가동을 멈춘 것이다. 

(자료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안위의 특별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사건이 발생한 근본 원인은 △원전 주제어실의 폐쇄성, △발전소 운전원에 대한 교육 부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조직문화 결여, △원안위 현장대응능력 부족 등 4가지를 꼽았다.

원안위는 한빛원전의 주제어실이 소수의 관련자들만 근무하는 폐쇄적인 공간으로, 운전원들의 행위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근거가 부족할 만큼, 책임성이 결여될 수 있는 환경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발전소 운전원에 대한 교육과 관리 부실도 지적됐다. 원안위는 발전소 운전원을 제외한 근무자들이 장시간 격무에 노출되어 있어 중요한 판단에 착오를 일으킬 수 있는 근무환경이었다고 밝혔다. 또 발전소 운전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운영기술지침서나 절차서 내용 숙지, 이행의 중요성 등에 대한 교육도 실전보다는 형식적인 교육에 치우쳐 부실하게 진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한수원 조직 내에서 원전의 설계 안전성에 대한 과도한 신뢰로 인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조직 문화가 결여 되어 있는 등 안전 불감증 현상도 지적됐다. 아울러, 기동단계에 별도 규제가 없는 등 한수원의 운영기술능력에 대한 규제기관 검사체계가 미흡해 운전원들이 안이하게 임하는 경향이 있고, 원안위의 현장대응능력도 부족해 사건 발생 시 초기 상황파악이 지연된 것으로 확인됐다.

원안위는 이번 조사결과에 따라 재발 방지책으로 4개 분야 26개 과제를 도출했다. 원안위는 한수원과 함께 8월말까지 재발방지대책 이행을 위한 세부 계획을 수립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5월 사고 발생에 따라 가동 정지된 한빛 1호기는 CCTV를 설치한 뒤 재가동을 승인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원안위는 원자력안전법 위반자에 대해서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한편, 이번 사고의 후속 조치에 일환으로 한수원의 원격감시 체계가 강화된다. 한수원은 내년 2월까지 원전 종합상황실의 원격 감시 범위를 100% 출력운전 뿐 아니라 저출력 상태까지 확대해 원자로 특성 시험 등에 대한 이상상황을 탐지하고 역할도 강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보배 기자  news@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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