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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인간 탑쌓기 도전 1시간, 30초 성공, 2주행복
전진영 기자 | 승인 2019.08.07 20:43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날, 15명의 남자들이 탑을 쌓기 시작했다. 마지막 한 명이 올라가기까지 수십 번, 겨우 30초 성공을 끝으로 그들의 도전은 마무리되었다. 바로 ‘도전’이라는 키워드를 나타내는 포토제닉 미션으로, 교사 오성재 씨가 제안한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한국말 한마디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 멕시코, 우크라이나 학생들도 그의 손짓 하나에 불평 없이 움직였다. 이들이 이렇게 단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가까스로 성공 직전! 5층 중국인 루언썽 4층 왼쪽부터 한국인 곽혜민, 중국인 유천우. 3층 왼쪽부터 중국인 장위와 유롱주어, 왕러. 2층 왼쪽부터 한국인 박은국과 강명인, 중국인 허야꺼, 한국인 임종훈. 1층 왼쪽부터 멕시코인 세바스티안과 엘리야스, 한국인 유은호, 교사 오성재, 우크라이나인 티마페.

월드문화캠프에는 각국 대학생들이 참석하기도 하지만 졸업한 선배들이 직장 휴가를 내고 참석하기도 한다. 오성재 씨도 23살 때 처음 참석한 월드캠프를 잊지 못하고 교사로 왔다.

“월드문화캠프만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설렙니다. 이른 사회생활로 제 인생에 가장 큰 실패를 맛봤던 때에 월드캠프에 와서 인생의 큰 반전을 맞았죠. 이후 브라질로 해외봉사를 다녀오고 항상 이렇게 새로운 일에 긍정적으로 도전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는 반별모임 시간에 자신이 실패했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학생들은 그의 이야기에 실망하지 않았고 선생님을 도와야 한다며 무슨 말이든 흔쾌히 들어주었다고. 한국까지 포함해서 총 4개국 학생들이 포함된 그의 반은 늘 3중 통역이 가동됐다. 그가 한국말로 말하면 교포 중국인이 중국어로 통역하고, 또 다른 중국인이 멕시코 학생들을 위해 영어로 통역했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우크라이나 유학생이 우크라이나 학생을 위해 통역했다.

“처음에 우리 반은 서로 어색하고 무슨 말을 해도 쉽게 잘 따라오지 않는 분위기였어요. 그런데 고생하며 탑을 쌓고 난 후에는 급속도로 친해지더라고요. 가자고 하면 금방 일어나서 모두 따라왔어요. 그때 처음으로 알았어요.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이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우크라이나에서 온 티마페는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중국 학생들과 가장 친해졌다. 처음에는 제스처로 대화하다가 서로 껴안기도 하는 등 장난을 치며 친해졌다. 이후 통역할 수 있는 친구가 오면서 더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다. 아직 18살인 그는 우크라이나로 돌아가 한국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꿈과 도전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팀원들 중 누구보다 단합을 잘하고 인기가 많았던 중국인 학생들 중에서도 가장 돋보였던 유롱주어는 표정이 밝고 쾌활했다. 중국의 명문대인 북경대를 다니는 그는 중국 곳곳을 여행하는 것이 취미였지만 늘 뭔가 허전한 느낌이었다. 한국에 와서 영어도 못하는데 말이 통하지 않는 친구들과 소통하는 것은, 그에게 엄청난 부담과 도전이었지만 팀원들에게 자신의 약점을 솔직히 드러내놓고 다가가다 보니 모두들 그를 좋아해주었다.

수차례 탑이 무너지는 동안 많은 포토그래퍼들이 그들을 사진에 담았다. 이 렇게 고생해서 찍은 사진은 결국 포토제닉 미션1등에 당첨됐고, 후에는 우수반으로 선정되어 유람선 관광까지 다녀왔다.

그리고 멕시코에서 온 세바스티안. 긴 곱슬 금발과 큰 키에 티와 바지, 운동화, 양말까지 색을 통일하는 독특한 ‘깔맞춤’ 패션 등으로 어딜 가도 눈에 띌 수밖에 없는 그는 항상 지각 대장이었다.

‘세바스티안 왔으면 다 왔네’ 할 정도로 자유분방한 성격의 그에게도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 어릴 적 잘못된 선택으로 먀약 중독에 빠졌다가 멕시코에서 열린 월드캠프에 참석해 마약을 끊고 독일로 해외봉사를 갔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사진이 마치 범죄자처럼 보여서 비자 발급을 거절당했고 영국에 가서도 거절당하고 멕시코로 돌아왔다. 다시 아프리카로 봉사를 갔지만 3개월 뒤 비자 발급을 거절당하고 한국 월드캠프에 참석했다.

탑쌓기 마치고 쓰러진 세바스티안
즐거운 부산바다 유람선 관광.
자갈치시장에서 맛있는 해산물 회식하기.
부산 용두산공원에서.

그는 이 과정을 통해 겸손한 마인드를 배웠다고 한다. 그래서 겉모습과 다르게 어떤 부탁을 해도 그는 “No problem” 하고 응해준다. 탑 쌓는 사진을 찍을 때는 가장 아래층에 배정됐지만 군말 않고 성실히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한국 가정집에 민박을 갔을 때 앞치마를 두르고 한국 음식을 하는 모습은 누구보다도 해맑고 순수하게 사진에 찍혔다. 월드문화캠프를 마치면 그는 또 다시 태국으로 봉사를 떠날 계획이며, 팀원 모두 그의 해외봉사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서울 고척돔 경기장 앞에서.

월드문화캠프는 한 반에 10명이 넘는 친구들과 열흘 동안 함께한다. 영어는 기본, 중국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 다양한 언어를 쓰는 친구들과 인생에 유익한 강연을 듣고, 멋진 공연을 보고, 맛있는 한국 음식을 먹는다. 재미있는 관광과 민박, 스포츠 등 다양한 경험을 하며 서로 알아가고 마음으로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 가장 좋은 소통법은 자신의 부족한 내면을 솔직히 말하고 공유하는 것인데 그렇게 느끼는 마음의 자유가 크다고. 그래서 황금 같은 방학과 휴가 기간에 몸은 좀 힘들어도 마음만은 제대로 힐링 받기 위해 황금 같은 여름방학과 휴가 기간에 월드캠프에 참석하는 이들이 많다. 오성재 씨도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 이런 휴가가 어디 있나요? 진정한 여행은 나를 비우고 돌아오는 것이라고 하지만 월드문화캠프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 사랑을 가득 담아 올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곧 헤어진다고 하니 모두 하나같이 '울고 싶다'고 말한다. 그만큼 그들은 잊지 못할 여름을 만들었다.

전진영 기자  gugong815@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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