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속편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는 붉은 여왕이 등장한다. 붉은 여왕의 나라에 도착한 앨리스는 여왕과 함께 정신없이 달리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달려도 달려도 마치 러닝머신 위를 달리듯 주위 풍경은 전혀 바뀌지 않는다. 주변 모두가 앨리스가 뛰는 것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왕은 앨리스에게 말한다. “여기서는 같은 곳에 있으려면 쉬지 않고 달려야 해. 다른 데로 가려면 그보다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하고.”

이 ‘붉은 여왕’ 이야기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오늘의 세태를 설명하는 데 자주 인용된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지 않으면 금방 도태되고, 남보다 앞서도 결코 방심할 수 없으며, 뒤처져 있다면 따라잡으려 힘껏 뛰어야 하는 시대가 요즘 아닌가. 이런 세상에 적응하려면 단순히 부지런함을 넘어, 남들과 ‘다른 눈으로 보는 지혜’가 필수적이다.

앞서가는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네 가지 방법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 씨는 저서 <실력보다 안목이다>에서 이런 ‘다른 눈’을 크게 네 가지 관점sight으로 풀어 소개한다. 첫째, ‘예리한 관점keen sight’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결코 쉽게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법이다. 사람들이 사소하거나 하찮게 여기는 불편과 문제점도 크게 여기고 개선방안을 찾는 사람이 새로운 변화의 전기轉機를 마련할 수 있다. 둘째, 서로 아무런 연관 없는 것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넘나드는 관점 cross sight’이다. 셋째, 시간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함께 보는 ‘선견지명foresight’이다. 넷째, 사물이나 현상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그 원리를 추리해내는 ‘통찰insight’이다.

이처럼 더 부지런히, 더 넓게, 더 멀리, 더 깊이 바라보는 지혜가 모여 탄생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에어비앤비Airbnb’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숙박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는 알고 보면 그 본질이 참 간단하다. 샌프란시스코에는 숙박비가 비싸 여행 오기를 주저하는 관광객이나 월세가 비싸 집을 못 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자신이 가진 집을 활용해 부수입을 얻고 싶지만 어떻게 손님을 유치할지 몰라 답답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의 불편함을 간파하고 온라인으로 서로의 수요를 이어주며 시작된 게 에어비앤비다. 현재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숙소는 191개국 600만 곳에 이른다.

피카소도 처음부터 거장巨匠은 아니었다

21세기 들어 지식의 양과 질이 급증하고 세상이 변화하는 폭이 넓어지면서 이같은 ‘남다른 안목’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문화산업의 대표격인 영화를 보자. 영화는 각본과 연기 외에도 촬영, 음악 및 음향, 미술, 특수효과 등 다양한 분야가 집약된 종합예술이다. 이런 다양한 분야를 제작자가 어떻게 조율하고 아우르냐에 따라 그 영화는 불후의 명작이 될 수도,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 다행히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세계 각국의 전문가나 지식인과 연락하고, 실시간으로 엄청난 용량의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협업을 추구하기가 과거보다 훨씬 더 용이해졌다.

그렇다면 남들과 다르게 보는 지혜는 어떻게 터득할까? 오랜 경험과 끊임없는 사색이 그 답일 것이다. 지혜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오랫동안 한 분야를 파고들며 남다른 지식과 경험을 쌓고, ‘이걸 어떻게 다른 분야에 접목시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동안 조금씩 생각하는 힘이 자라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르는 것이다.

흔히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고들 한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내공을 길러 온 사람은 다른 분야의 고수를 쉽게 알아보고 그 역량을 손쉽게 자기 것으로 흡수할 수 있다. 20세기 최고의 화가 피카소도 처음부터 추상화를 그리지는 않았다. 10대 시절 그는 수없이 정밀화를 그리며 부단히 기본기를 닦았고, 이를 바탕으로 훗날 독창적인 화법畫法을 정립하며 거장 반열에 올랐다.

누구나 하는 일을, 누구나 할 수 없을 때까지 하는 게 능력

필자 역시 사원 시절에는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어떻게 하면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다른 분야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배우고 연구해 왔다. 지금은 20년 넘게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로서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강점을 모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지 고심 중이다. 물론 필자가 다년간 일하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직원들에게 전하는 데도 노력하고 있다.

<투머로우>의 청년 독자 여러분이 사회에 나가서 하게 될 일들 중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일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누구나 할 수 없을 때까지 꾸준히 하는 것 또한 능력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무슨 일이든 몸소 부딪혀보며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하다 보면 비로소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그 경험은 훗날 다른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박천웅
국내 1위의 취업지원 및 채용대행 기업 스탭스(주) 대표이사. 한국장학재단 100인 멘토로 선정되어 대상을 수상했으며, (사)한국진로취업 서비스협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대기업 근무 및 기업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생들에게 학업과 취업에 대해 실질적인 조언을 하는 멘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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