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끝까지 닿을 만큼 커다란 가위가 있었습니다. 그 가위는 무엇이든 싹둑싹둑 자를 수 있었어요. 커다란 가위가 나타나는 날이면 온 나라가 난리법석이었습니다. 멀쩡하게 흐르는 강물을 두 줄기로 만들어 놓고, 뾰족한 산을 평평하게 만들고, 이층집도 싹둑 잘라 단층집으로 만들어 놓았으니까요.

“어떻게 해! 우리 집 지붕이 다 날아갔잖아!”
“옆 마을로 가는 길이 없어졌어요!”
“세상에! 내가 10년 동안 기른 나무들을 다 잘라버렸네! 이 못된 가위야!”
“이게 다 저 커다란 가위 때문이야!”

그림=송근영
그림=송근영

사람들은 왕에게 가위를 다른 곳으로 보내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백성들이 매일 하소연하는데 왕이 가만히 있을 수 없었죠. 하루는 왕이 가위를 불러다 부탁했습니다.

“가위야, 가위야. 제발 다른 데 가서 살면 안 되겠니?”
“난 여기가 좋아요!”
“네가 하도 말썽을 부려서 사람들이 힘들어해.”
“그럼 사람들한테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세요!”

가위는 들은 체 만 체하며 온 나라를 돌아다니며 싹둑싹둑 마음대로 자르고 다녔습니다.

급기야 왕이 ‘가위를 말려주는 사람에게 큰 상을 내리겠다’는 방을 나라 곳곳에 내걸었습니다. 그러자 똑똑한 학자, 용감한 장군, 힘 센 장사 등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가위를 막아보겠다고 몰려들었습니다.

첫 번째 나선 사람은 힘으로 가위를 꽁꽁 묶어 놓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가위가 너무 커서 포기하고 말았어요. 두 번째 사람은 가위가 망가뜨린 곳곳의 사진을 보여주며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가위는 콧방귀만 뀌었습니다. 세 번째, 네 번째… 사람들이 다녀갔지만 아무도 가위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 노인이 왕을 찾아왔습니다.

“허락해 주신다면 제가 가위를 다른 곳으로 보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뛰어난 인재들이 다녀갔소. 그 사람들이 못 해낸 일을 정말 할 수 있겠소?”
“허허허! 젊은이와 같은 재치는 없으나 세월이 가르쳐준 지혜가 도움이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왕은 노인이 미덥지 않았지만 별 도리가 없어 기회를 주었습니다.

노인은 곧바로 가위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귓속말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가위가 얼굴에 화색을 띠며 외치는 거였어요.

“좋았어! 아주 좋은 생각인걸! 여러분, 제가 사과하는 뜻으로 그동안 망가뜨린 것들을 고쳐놓을게요!”

커다란 가위는 두 갈래로 갈라놨던 강줄기를 복구시켜 놓았고, 잘린 산꼭대기를 다시 산 위 제자리에 올려 놓았습니다. 또 지붕도 고쳐주고 길도 다시 이어 놓았고요.

“자, 이제 됐죠? 혹시 제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커다란 가위는 풀쩍 뛰어오르더니 하늘 위로 멀리멀리 올라가버렸습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갑자기 가위가 왜 저렇게 변했을까?”

사람들은 너무너무 궁금했습니다.

“노인이 무슨 말을 한 걸까?”

소식을 들은 왕이 허겁지겁 달려와 노인의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정말 훌륭하오. 대체 뭐라고 했기에 꿈쩍 않던 가위가 떠나갔소?”

노인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특별한 말을 한 건 아닙니다. 단지, 마음껏 가위질을 할 수 있는 곳을 알려주었습니다.”

“마음껏 가위질을 할 수 있는 곳? 그게 어디요?”

“하늘입니다. 하늘에는 구름이 끝없이 펼쳐져 있잖아요. 하늘로 올라가 마음껏 구름을 자르라고 했죠. 게다가 하늘은 땅보다 훨씬 넓으니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가위질을 할 수 있지요. 가위질로 사람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때 누군가 외쳤어요.

“어! 구름 모양이 변하고 있다!”
“정말이네! 저건 꼭 우리 마을 같아!”
“하하하하, 저건 우리 엄마 얼굴처럼 예쁘네.”

하늘로 올라간 커다란 가위는 구름을 꽃 모양으로 오리고 별 모양으로 잘랐습니다. 사람들은 그걸 보며 즐거워하고 이따금씩 가위가 오려놓은 구름 모양을 보면서 꿈을 키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노인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큰 상을 받은 건 물론이고 왕을 가까이에서 보필하는 신하가 되었다고 해요.

하늘을 한번 쳐다보세요. 구름 모양이 계속 바뀌고 있지 않나요? 하늘까지 닿을 만큼 커다란 가위가 지금도 신나게 가위질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 노인이 한 말을 하나 빼먹었네요.

“이 세상에 쓸모없이 만들어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다만 자기 자리를 못 찾아서 헤매고 있을 뿐이지요. 허허허.”

글, 그림=송근영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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