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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Im-possible? I'm possible!”사진가 에릭 요한슨
김성훈 기자 | 승인 2019.07.15 15:43

일상을 상상으로, 상상을 환상으로 만드는 사진가! 에릭 요한슨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다. 전구 갈듯 밤하늘의 보름달을 바꿔 달고, 뭉게구름이 알고 보니 양털이라는 동화속 상상의 세계가 그의 손길을 거치면 현실이 된다. 이런 기발한 이미지는 과연 어떻게 탄생하는 걸까?

에릭 요한슨 Erik Johansson
스웨덴 출신의 사진가이자 리터칭 전문가다. 디지털 기반으로 합성한 사진으로 작품을 만드는 여느 초현실주의 작가들과 달리, 그는 작품 안의 모든 요소를 직접 촬영해 현실에서 불가능한 놀라운 세계를 구현한다. 풍부하고 기발한 상상력과 수준 높은 디테일은 사진 그 이상의 세계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녕하세요? 사진가 에릭 요한슨입니다. 올해 한-스웨덴 수교 60주년을 맞아 서울에서는 제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저도 지난 6월 첫째 주에 한국을 찾아 전시회장에서 관람객들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게 몰려와 사인과 셀카를 요청하고, 이것저것 질문 세례를 퍼부은 관람객들이 어림잡아 하루에 2천 명은 넘은 것 같습니다.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쉴 틈 없이 사인을 하느라 손가락도 아팠지만, 너무 행복했습니다. 이미지는 만국공통어잖아요? 사람들은 제 사진을 보며 제가 전하려는 메시지,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스토리를 정확히 짚어냅니다.

저는 사진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 그들에게 영감靈感을 선사합니다. 때로는 현실에 없는 기이한 장면을 사진으로 만들어 보는 이의 무릎을 치게 하고, 때로는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기후변화, 환경오염, 자원고갈 등 우리 생존을 위협하지만, 정작 우리는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들을 일깨워주기도 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백 마디 말보다 사진 한 장이 더 큰 전달력과 호소력을 발휘할 때면 저는 사진가로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Erik Johansson, 2018/Leap of Faith
사진 제목은 ‘믿음의 도약’이다. 아래 로는 까마득한 낭떠러지이지만, 오직 풍선만 좇아 발을 내딛는 모습이, 마치 꿈만 좇아 달려온 에릭 요한슨 자신의 인생을 담아낸 듯하다.

사람들은 저를 ‘사진가’라고 부르지만 제 업業의 본질은 오히려 비주얼 아티스트에 가깝습니다. 사진가들은 ‘셔터를 누르는 순간=작업의 마무리’이지만, 저는 ‘셔터를 누르는 순간=작업의 시작’입니다. 제가 찍은 사진들을 합성하고, 이를 리터칭(흔히 ‘뽀샵’이라고 하는 수정 및 가공작업)함으로써 세상에 없던, 전혀 새로운 이미지로 재창조하니까요.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저는 지금처럼 직업예술가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내 사진은 셔터를 누르는 순간 시작된다

어려서부터 저는 드로잉drawing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연필이나 펜으로 그림을 그려 종이를 채우는 일이 몹시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그림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사람에 따라서는 ‘도대체 뭘 그렸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등 전달력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열다섯 살 때, 작은 디지털 카메라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디카로 사진을 찍으면서 ‘이게 바로 내가 찾던 물건’이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셔터만 누르면 이미지가 찍히고, 사람들도 ‘아, 이건 OO를 찍었구나’ 하고 금방 이해했습니다. 사진이야말로 현실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는 최고의 수단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사진 찍기에 몰두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한 번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뭔가를 창조하는 일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런데 마침 포토샵이란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컴퓨터 역시 저의 가장 큰 취미였습니다. 매뉴얼을 따라 제가 찍은 사진들을 이리 저리 다듬고 합치면서 독학으로 포토샵을 익혀 나갔습니다. 여동생들과 저희 집 사진을 따로 찍어 놓고, 사진 속 여동생들이 지붕 위에 올라가 있는 사진으로 만드는 식이었지요.

대학에서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저는 졸업 후 엔지니어로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일하는 틈틈이 사진을 찍고 리터칭하는 취미는 계속되었습니다. ‘아예 직업 사진가로 나설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엔지니어처럼 안정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리터칭하는 작업을 할 때도 저는 철저히 엔지니어다운 관점에서 접근했습니다. 엔지니어들은 큰 문제가 생기면 이를 작은 문제로 잘게 쪼개서 하나씩 풀어나가거든요. 제가 찍은 사진들을 하나하나 가공하고 합쳐서 완전히 새로운 이미지로 만들어가는 작업이 너무도 흥미로웠고 적성에도 잘 맞았습니다. 마침 제가 만든 사진들이 광고회사들 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그 사진을 사고 싶다’는 고객들이 나타나는가 하면, 전시회까지 열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직장을 그만두고 지금까지 작품활동에만 전념해 오고 있습니다.

달이 돌덩이가 아니라, 밤하늘의 조명이라면?

대중 강연이나 언론 인터뷰를 할 때면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이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마치 꿈속의 한 장면 같은 기발한 사진을 찍는 창의력의 원천은 무엇이냐?’입니다. 저는 사람들은 누구나 창의력을 갖고 태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한 번 보세요. 나무막대기 하나만 쥐어주면 다른 장난감이 필요 없습니다. 그 막대는 총이 되는가 하면, 칼이 되기도 하고, 배를 젓는 노가 되기도 합니다. 지식과 경험이 쌓이면서 사람들의 마음에는 ‘막대기는 막대기일 뿐’이라는 고정관념과 틀이 형성됩니다. 그 안에 갇히면 더 이상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제 대표작인 ‘보름달을 달아 드립니다Full Moon Service’도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돌덩어리 위성이 아니라, 밤하늘에 다는 조명이라면 어떨까?’는 엉뚱한 상상에서 출발한 작품입니다. 고정관념을 내려 놓고 여러분이 가진 논리나 상식에 반기反旗를 드는 것이 창의적인 사람이 되는 첫 단계입니다.

‘보름달을 달아 드립니다’의 제작과정.에릭 요한슨은 빛의 방향과 종류를 철저히 계산하여 촬영을 진행한다.

다음 단계로 창의력을 발휘할 대상을 사랑해야 합니다. 사랑하면 끊임없이 관찰하게 되고, 그 대상을 향해 시간과 노력을 쏟는 것이 즐거워집니다. 제 경우, 매년 여덟 개 정도의 작품을 발표하는데요.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실제 촬영에 들어가기까지 길게는 1년 가까이 기획하고 구상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마지막 단계로 여러분이 일상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에서 창의력을 발휘할 영감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저는 다른 예술가의 그림이나 음악, 사건사고에 대한 소식, 자연 풍경 등에서 이미지를 만들 소재를 찾습니다. 어릴 때 동화책을 읽으면서도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이야기를 비틀고 각색해서 저만의 이야기를 만들 어보곤 했어요. 우리가 상상하는 만큼 더 많은 것이 이뤄지고 생겨난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쓸수록 사진이 좋아지는 포토샵, 그렇다고 만능은 아니다

ⓒErik Johansson, 2019/Full Moon Service
에릭 요한슨의 대표작인 ‘보름달을 달아 드립니다’.

제 유튜브 채널 ‘Erik Johansson’에 들어오시면 제 작품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보실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을 간략히 말씀드릴게요. 흔히 사진을 ‘순간을 담는 예술’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게 있어 사진은 ‘순간을 넘어 아이디어를 담는 예술’입니다. 머릿속 생각(아이디어)을 눈에 보이는 이미지로 표현하는 게 저의 사진이니까요. 미술시간에 ‘인상주의’라는 화풍에 대해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같은 장소라도 새벽녘 동틀 때, 한낮에 햇볕이 내리쬘 때, 해가 지며 어둑어둑할 때의 느낌이 다 다릅니다. 그런 풍경이 주는 인상印象을, 색채와 명암을 살려 표현한 것이 인상주의 화가들입니다.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대상을 놓고, 같은 각도에서 찍은 사진이라도 날씨나 구름의 양, 시간대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이 나옵니다. 포토샵이 훌륭한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리터칭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좋은 결과물을 내려면 기본적으로 원본 사진이 좋아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준비단계에서부터 빛의 종류와 방향, 찍는 각도를 치밀하게 계산한 뒤 촬영에 임합니다. 그래야 합성 및 리터칭을 해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촬영 준비에만 최소 1개월이 걸립니다. 도끼만 잘 갈아두면 나무 베는 일은 금방 끝나듯, 실제 촬영은 반나절에서 1주일이면 충분합니다.

ⓒErik Johansson, 2017/Cumulus & Thunder‘
구름의 정체는 양털’이라는동화 같은 발상을 사진으로 구현한 ‘뭉게구름과 천둥’
ⓒErik Johansson, 2017/Demand& Supply
삶의 터전인 자연환경을 파괴해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쓰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표현한 ‘수요와 공급’.

촬영이 끝나면 합성과 리터칭 작업을 거치는데, 약 1~6 개월이 소요됩니다. 찍은 사진들을 이리저리 떼어다 붙이고, 불필요한 부분은 지우고,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효과를 넣고…. 그야말로 끝이 없는 작업입니다. 사진 하나에 들어가는 레이어의 수는 150개 정도입니다. 때로는 무엇을 어떻게 다듬어야 할지 몰라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것처럼 막막한 심정이 들기도 합니다. 사진에 결코 정답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과 노력을 들일수록 작품은 점점 더 좋아진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또 제 사진을 보고 즐거워할 사람들을 생각하며 힘을 냅니다.

에릭 요한슨은 사진 찍기 좋은 곳을 찾아 스웨덴, 체코, 아이슬란드 등 온 유럽을 누빈다. 실감나는 사진을 위해서라면 아래처럼 세트장을 만들어 작업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제가 발표한 작품은 100편 정도입니다. 물론 그 사진들이 모두 만족스러운 건 아닙니다. ‘내가 봐도 진짜 좋은 사진’이란 자부심이 드는 것은 열 편 정도입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란 말이 있습니다. 어느 분야의 달인이 되려면 최소 1만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저도 사진을 연구하고 작업하는 데 1만 시간을 넘게 보냈지만, 지금도 기량이 향상되는 것을 느낍니다. 배움에는 끝도, 지름길도 없습니다. 여러분도 진정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도전하기 바랍니다. 설령 실패를 만나도 두려워할 필요 없습니다. 실패야말로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할 최고의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제 이야기와 사진이 여러분의 창의력과 의욕을 깨우는 계기가 되었길 바랍니다.

김성훈 기자  kimkija@itomorro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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