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중심으로 관점을 바꾸라

매년 이맘때면 취준생은 ‘자소서포비아’로 몸살을 겪는다. 기업체 서류전형에 꼭 필요한 것이 자소서인데, 이마저도 탈락해 취업문 근처도 못 가보고 좌절을 맛본다. ‘밤잠도 못 자며 준비했는데, 대체 뭐가 부족한 걸까?’

자기계발서의 원조로 불리는 데일 카네기의 책 <인간관계론> 속 이야기가 그 해답이 될 것이다. 하루는 카네기가 낚시터에 갔더니 사촌형이 ‘고기가 낚이지 않는다’며 풀이 죽어 있었다. 카네기가 낚싯대를 보니 물고기는 관심도 없는 초콜릿을 미끼로 쓰고 있었다.

혹시 우리도 회사에게 초콜릿을 내밀고 있는 건 아닐까? 회사가 무엇을 원하는지 찾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취업준비일 것이다. 취업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줄 멘토들의 이야기를 준비했다. ‘회사는 바로 이런 인재를 원한다!’

취업 컨설턴트 석의현 대표

Q1. 채용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흐름을 알고 싶습니다.

사기업과 공기업이 극과 극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요. 글로벌 기업들은 외국계 채용방식을 따라가는 추세입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현대·기아자동차인데, 모두 수시채용으로 바뀌었죠. 공개채용은 직원들을 한꺼번에 채용해 배치시키는 방식이어서 직원 개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기업이 업무처리를 하는 데 용이한 방식입니다. 수시채용은 사람에게 관심을 둡니다. 그래서 인사담당자들이 인터뷰 트레이닝도 받아야 하고, 시간과 비용을 훨씬 많이 투자해야 하죠. SK, 현대, 삼성처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들은 고민을 많이 했을 겁니다. ‘효율성이냐, 사람이냐?’ 사이에서요. 그런데 공채 방식은 해외시장에서 통하지 않고 세계적인 추세와도 맞지 않아 직무경험을 갖춘 인재를 필요할 때마다 채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해가는 시점입니다.

금융계의 경우는 재작년에 채용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공정성, 객관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필기시험 중심의 옛날 방식으로 회귀하는 상황입니다. 글로벌 영역에 있는 사기업들과 공기업, 또 공적인 영역에 있는 은행 같은 회사들이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요. 대학생들은 상당히 혼란스러울 겁니다. 어디는 스펙에 따라 가산점을 주겠다고 하고 또 어디는 스펙 안 보고 면접 중심으로 채용한다고 하니까요. 과도기 같은 변화를 겪고 있는데,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 자신이 어떤 조직에 맞는지 생각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2. 자신의 역량을 냉정하게 파악한 후에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자신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먼저 자신의 경험 정리를 해야 합니다. 학생들은 경험을 ‘무엇을 했느냐’ 하는 ‘doing’에 초점을 맞출 때가 많은데, ‘어떻게 느꼈느냐’ 하는 ‘feeling’에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평범한 일도 강하게 느끼면 그것이 경험입니다. 스펙을 쌓는 데 치중하기보다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지, 인생 최고의 순간은 언제인지, 사람들 사이에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는 언제인지’ 생각해보며 느꼈던 것을 중심으로 경험 정리를 하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는 자기 자신을 객관화해야 합니다. 나에 대해 제일 잘 아는 친구를 찾아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 좀 해줄래?”라고 물어보세요. 자기중심적인 사람인지 배려심이 깊은 사람인지 이야기해줄 겁니다. 평소에 이런 대화를 잘 나누지 않더라도, 취업을 위해서만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나에 대해 듣는 기회를 자주 가지세요. 그래야 면접에서뿐만 아니라 어딜 가든 상대의 마음을 얻는 사람이 됩니다.

Q3. 앞으로 취업하는 데 어떤 역량이 더 중요해질 거라고 보십니까?

직무 중심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직무역량을 우선적으로 길러야 하는데요. 전 직무역량이 특정 분야에 대한 능력이라기보다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턴이 됐든 계약직 업무가 됐든, 근무 경험이 가장 강력한 스펙이므로 업무 경험을 쌓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일에 정말 관심이 있는 사람은 그 일을 해볼 테니까요. 공기업들은 인턴 기회를 굉장히 많이 줍니다. 2, 3학년 때부터 챙겨서 하는 것이 좋고요. 졸업할 때가 되어서도 당장 취업이 안 되고, 준비가 부족해서 떨어졌더라도 도서관에 있지 말고 계약직 업무라도 시작해보세요. 큰 물고기부터 잡으려 하지 말고 작은 물고기를 잡은 후에 그것을 기반으로 옮겨가는 것도 좋습니다. 다양한 근무 경험을 하다보면 시야가 넓어지니 열정페이를 강요당한다는 생각으로 부정적으로만 보지 마시고 경험을 통해 배운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시기 바랍니다.

Q4. 가능한 일찍 취업 준비를 시작하라고 하는데요. 대학생들이 효과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학생들이 열심히 취업을 준비한다고 하는데, 전략이 없는 움직임인 경우가 많습니다. 목표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학교생활과 취업준비를 병행하다 보면 바쁘기만 한데, 사회에 나가기 위한 준비는 굉장히 전략적으로 해야 합니다. 학교생활을 중심으로 스케줄링을 하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학교에도 취업 관련 프로그램들이 많고 대외활동, 봉사활동도 학교를 통해 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니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현직자들도 모르는 자격증을 따느라 허송세월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Q5. 학교에서 개설하는 취업 관련 프로그램들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고 비용을 들여 서울까지 와서 취업교육을 받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학교와 학생들 사이에 괴리가 있고 서로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사설 교육기관을 찾는데, 잘못된 방식입니다. 학교 측에, 전문가들을 초청해 교육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하면 됩니다. 그러면 학교는 취업 분야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학생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겁니다. 문제는 대학생들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입니다. 일자리센터 담당자들이 ‘학생들이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 합니다. 프로그램을 개설했는데 학생들이 찾아오지 않으니까요.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강의는 학교가 개설할 수 있다는 것을 아시고 의견을 제시하시기 바랍니다. 프로그램은 같이 만들어가야 합니다. 학교를 활용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도움도 얻기를 바랍니다.

Q6 . 회사가 무얼 요구하는지 모르고 자기중심적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에서 ‘회사’ 관점으로 바꾸어 생각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상대가 무엇을 원할까?’ 생각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연습하지 않아요. 은행 면접 중에 ‘롤플레잉’이라는 게 있어요. 면접관을 고객이라고 생각하고 금융상품을 판매해보는 일종의 역할극인데요. 학생들이 회사가 이런 걸 해보라고 하는 이유를 생각하지 않고 금융상품에 대해 그냥 달달 외워 와요. 그리고 고객에게 소개해준다고 하죠.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물건을 살 때 누가 설명해준다고 해서 사나요? 상품을 소개하기 보다 고객에게 원하는 게 뭔지 물어봐야 하잖아요. 상대방의 관점에서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자기중심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거죠. 회사가 왜 나를 채용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관점을 바꾸어 생각하는 연습을 해야 하고요. 경력과 스펙이 많다고 쉽게 취업이 될 거라고 생각 하면 안 됩니다. 회사가 금방 이직할 사람으로 판단하면 뽑지 않겠지요. 평소에 상대 관점으로 이야기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왜 친구가 만나자고 할까?’ 생각해서 친구에게 맞춰주면 고마워하지 않겠습니까? 어릴 때부터 자기중심적으로 자라서 이런 부분에 취약한 학생들이 많습니다.

Q7 . 100대 기업에서 소통과 협업능력을 미래 인재가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꼽았다고 합니다. 소통능력을 기르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습관이 사람을 바꾼다’는 말이 있듯이 주위 사람들의 일상사부터 관심을 갖는 습관을 길러보세요. 요즘은 너무 스마트폰 중심으로 가고 있어요. 가상세계에서의 소통은 실제 소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목소리를 들으며 하는 통화나 직접 만나서 나누는 대화에는 이모티콘이 전해주지 못하는 많은 뉘앙스들이 담겨 있어요. 상대의 눈빛이 흔들리는 걸 보고 갈등하는 것을 느껴야 하고,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 얼마나 고민하는지 알아채야 합니다. 가급적 아날로그적인 습관을 가지라고 권하고 싶고요. 메모하는 습관도 유용합니다. 주위 사람들의 사소한 부분에 대해 메모한 후 관심을 보이면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직장 동료들은 결국 가족처럼 지내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Q8 .최종 면접에서 연거푸 떨어지는데, 원인을 모르겠다고 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묻는 말에 간단명료하게 답했는지 궁금합니다. 본인이 준비한 걸 중심으로 말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요. ‘제발 묻는 말에 대답해라!’고 강조하고 싶어요. 면접관들은 하루에 수백 명의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장황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뽑아줄 수가 없어요. 평소에 고민해서 핵심을 말 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Q9 .계속해서 실패를 경험할 때 좌절감을 어떻게 극복 해야 할까요?

취업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정신력입니다. 자존감이 무너지면 안 되죠. 자존감을 지키는 것도 관점을 바꾸면 됩니다. 야구경기에서 타자가 타석에 설 때마다 안타를 칠 수는 없어요. 뛰어난 선수도 기껏해야 3할대 죠. 열 번 서면 일곱 번은 죽는 겁니다. 이력서를 낼 때마다 붙는다고 생각 하지 말고 30군데 이상 지원하세요. 실패하면 또 지원하면 됩니다. 그래서 제가 떨어진 친구들에게 하는 말이 ‘다시 자소서를 써라!’입니다. 기회는 계속 찾아오기 때문에 ‘이게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유연한 사고를 가지세요.

도움말=석의현
취업 컨설팅 회사 (주)커리어빅 대표이다. 한국시티은행 인사부에서 10년 이상 근무 하며 얻은 지혜를 상담과 강연을 통해 취준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청년재단, 서울시 일자리센터, JA코리아에서 멘토로 강의하며, 전국 주요 대학에서 금융권 취업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네이버 취업카페 혼Job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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