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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나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알기 위하여
반수정 | 승인 2019.07.11 11:55

방학과 휴가가 있는 7월은 자타가 공인하는 여행의 달이다. 그래선지 서점에는 여행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에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가 눈길을 끈다. 우리는 왜 툭하면 여행을 가려고 할까? 그렇게 떠난 여행에서 왜 다시 집이 그리워지는 걸까? 읽고 난 소감을 적어본다.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 ‘욜로 족의 호캉스’

요즈음은 욜로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시다시피, 욜로 YOLO란 ‘You Only Live Once’의 약어로서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욜로족은 내집마련이나 노후준비와 같은 먼 미래를 위한 것들보다 내 눈 앞에 보이는 만족에 가치를 두고 살아간다. 이들이 즐기는 여행 방식 중의 하나가 바로 혼자 하는 여행 ‘혼행’이다. 함께 갈 사람들과 장소와 시간 등을 서로 조율하면서 준비하기를 마다하고, 언제 어디든 내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골라 가볍게 떠나는 여행을 선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들에게 신경쓰지 않고 오롯이 나만의 여행을 즐기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호텔과 바캉스를 합성한 호캉스hocance는 이런 욜로적 여행 트렌드의 또 다른 형태를 의미한다. 즉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으로, 어떤 계획된 스케줄이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점이 호캉스의 장점이다. 호캉스 같은 여행 트렌드가 생성된 사회적 이유는 여행에 대한 관점의 변화라고도 볼 수 있다. 여행은 단순히 떠나는 것이 아닌, 자신을 위해 머무르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 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올 마이 트레블스All my travels

여행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일고 있는 가운데, 주목받고 있는 책이 있으니, 바로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이다. 내 인생에서 여행이 란 무엇인가? 그리고 사람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 여행을 떠나는가? 여행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가? 등을 주제로 작가가 오래 전부터 쓰고 싶었던 여행 이야기를 그간의 여행 관련 경험들을 총동원해서 아홉 개의 글로 엮은 책이다.

구체적인 여행지 정보보다는 여행에 대한 작가의 생각들을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여행’에 대한 생각을 담은 산문집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보통의 여행 에세이와는 다르다. 여행을 다녀온 것을 기록으로 남기자가 아닌, 여행이란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과거에 다녀왔던 여행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형식의 글이다.

여행기란 본질적으로 여행의 성공이라는 목적을 향해 집을 떠난 주인공이 이런저런 시련을 겪다가 원래 성취하고자 했던 것과 다른 어떤 것을 얻어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작가는 정의 내린다.

그래선지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다녀온 여행에 대해서도 정리해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최초의 여행부터 최근의 여행까지 작가의 경험이 밑바탕이 된 책이다. 이 책을 쓰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느냐고 작가에게 묻는다면 그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라고 말한다. “올 마이 트레블스 All my travels.”

글을 쓰는 작가의 입장에서 떠나는 여행이라면 치밀한 여정을 짜는 일은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여행이 너무 순조롭게 뜻대로 진행되면 나중에 쓸 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김영하 작가는 어디를 가든 식당에서 메뉴를 고를 때 고심하지 않는다고 한다. 고른 음식이 운 좋게 맛있으면 좋고, 실패를 하면 그것은 글감이 된다. 그러니 뭘 먹어도 좋을 것이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마르코 폴로처럼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여행하는 것과 유사하다. 소설을 쓰면서 그는 새로운 세계 속에서 늘 여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일상적 행복의 종합선물세트

책을 읽다가 몇 년 전 들은 서울대 행복연구소의 최인철 교수 강연이 생각났다. 최 교수는 사람들이 행복감을 강하게 느끼는 일상의 활동들 중에 걷기, 놀기, 말하기, 먹기를 들 수 있다고 했다. 놀고먹는 것의 즐거움은 굳이 더 말할 필요가 없이 다들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걷고, 말하기가 추가된 것이 바로 여행의 골격이다. 그러니 여행은 일상적 행복의 종합선물 세트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여행이 강한 행복감을 주는 것일까? 여행은 벗어 나는 기쁨도 있고, 엔도르핀을 증가시키는 활동들을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돈을 무엇에 쓰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고가 브랜드 제품을 샀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고들했다. 하지만 그것은 강도도 약하고 오래 가지 않는다. 소비와 행복의 관계를 볼 때, 어떤 새롭거나 의미로운 경험을 샀을 때의 행복감이 더 강하고 오래 가는 이유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무언가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내가 산 옷을 두고 잠깐 이야기할 수는 있으나 몇 년째 이런 이야기를 반복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우리가 몇 년 전에 다녀온 여행에 대해서는 지금도 생생하게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여행은 우리에게 행복감을 주는 좋은 길이다. 결국 최인철 교수의 강연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여행을 통한 행복이라는 것은 우리 인생 속에 녹아든 경험을 소유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김영하 작가가 말하는 ‘여행의 이유’

마찬가지로 김영하 작가도 책에서 여행의 과정을 인생과 비교해서 언급한다.

“여행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뜻밖의 사실’이나 예상치 못한 실패, 좌절, 엉뚱한 결과를 의도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정해진 일정이 무사히 진행되기를 바라며, 안전하게 귀환하기를 원한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우리의 내면에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강력한 바람이 있다. 여행을 통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과 세계에 대한 놀라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 그런 마법적 순간을 경험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바람은 그야말로 ‘뜻밖’이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애초에 그걸 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뒤통수를 얻어 맞는 것 같은 각성은 대체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사실 인생이라는 것이 내가 뜻한바 대로 다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뜻밖의 일’이 나에게 행복을 줄 수도 있고, 좌절을 줄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의 인생에서 종종 그 ‘뜻밖의 일’을 만나면서 만족감을 얻기도 하고 좌절감을 맛보기도 한다. 그러나 ‘뜻밖의 일’이 자신과 세계에 대한 놀라운 깨달음이 된다면 그것은 이미 ‘여행의 이유’ 를 발견한 것이고 또 행복을 얻은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인간은 언제나 자기 능력보다 더 높이 희망하며, 희망했던 것보다 못한 성취에도 어느 정도는 만족하며, 그 어떤 결과에서도 결국 뭔가를 배우는 존재다. 인생과 여행은 그래서 신비롭다. 설령 우리가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실패와 시련, 좌절을 겪는다 해도, 우리가 그 안에서 얼마든지 기쁨을 찾아내고 행복을 누리며 깊은 깨달음을 얻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에서 좋은 대학에 가기를 원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이 되기를 원하고, 좋은 배우자와 결혼하기를 원하고, 그리고 난 후에는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는 것이 사람들의 바람이다. 그런데 그 일련의 모든 과정들이 우리가 원하는대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이런 외면적인 목표를 모두 달성하는 사람들 또한 많지는 않다. 작가는 우리가 그 속에서 아등바등 사는 삶보다 인생에서 만나는 예상치 못한 실패나 시련, 좌절 속에서도 얼마든지 기쁨과 행복을 만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인생과 여행이 그래서 신비롭다고 한다.

여행은 곧 인생이다

4월 출간된 <여행의 이유>는 김영하 작가 특유의 부담 없는 문체와 높은 인지도에 힘입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6월에는 ‘바캉스 에디션’이 출간됐다.

작가는 말한다. 여행이 자신의 인생이었고 인생이 곧 여행이었다고. 우리는 모두 여행자이며, 타인의 신뢰와 환대를 절실히 필요로 하며 여행에서뿐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삶도 많은 이들의 도움 덕분에 굴러가고 있다고 표현한다. 낯선 곳에 도착한 이들을 반기고 그들이 와 있는 동안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다 가도록 안내하는 것. 그것이 이 지구에 잠깐 머물다 떠나는 여행자들이 서로에게 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일이라고 정리한다.

여행이란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 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바로 그것이다.

루시모드 몽고메리가 쓴 <빨강 머리 앤>에서 앤은 이런 말을 한다. ‘여행이 정말 좋은 것은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앤에게서의 여행의 이유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읽으면 꼭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 있다.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하는가?’이며 또 ‘나에게 여행의 이유는 무엇인가?’이다. 욜로족들이 추구하는 당장 내 눈앞의 높은 삶의 질을 위한 여행의 이유가 아닌, 저마다 여행의 이유를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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