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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통역은 언어와 언어 아닌,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일한국, 헝가리 통역 자원봉사자 이주안
배효지 기자 | 승인 2019.07.10 09:18

ⓒ연합뉴스

지난 5월, 헝가리에서 한국인 관광객 서른세 명을 태운 유람선의 침몰소식이 전해져 국민을 안타깝게 했다. 정부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구조대를 급파하는 등 신속한 대응에 나선 가운데, 현지에서 유창한 헝가리어로 양국 정부간 소통을 도우며 사고 수습에 기여한 청년이 있었다. 한국인 대학생 이주안 씨(사진 가운데)다.

헝가리 국민들 역시 이번 유람선 사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애도와 유감을 표했다. 지난 60년간 헝가리 내에서 이처럼 큰 수상사고가 발생한 건 처음이다. 더구나 배에 탑승한 서른다섯 명 중 선장과 기관장을 제외한 모두가 한국인이었다. 스물여섯 명이 사망하고 일곱 명이 구조된 가운데 한국인 두 명은 여전히 실종상태다. 더욱이 올해는 한-헝가리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라 사고의 슬픔이 더 각별했다.

하지만 슬픔에 빠져 있을 겨를이 없었다. 피해 당사자인 한국 정부는 즉각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대책본부장으로 임명해 구조대와 함께 현지로 급파했다. 헝가리 정부도 대테러청을 중심으로 대응팀을 꾸려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원활한 사고 수습을 위해서는 양측의 이해와 협조가 꼭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통역으로 참여한 이가 한국인 대학생 이주안 씨(부다페스트 코르비누스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및 리더십 전공)다.

세 살 때 가족들과 헝가리로 건너가 현지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한 그는 한국어와 헝가리어가 모두 유창하다. 한국인들은 “세 살부터 헝가리에 살았는데 어쩜 이렇게 한국어가 유창하냐?”며 놀라고, 헝가리인들은 “목소리만 들으면 완전 헝가리 사람”이라며 놀란다. 2012년부터 코트라 부다페스트 무역관을 시작으로 삼성·SK·두산 등 대기업, 외교부 등 공공기관, 방송촬영 현장, 문화행사에서 통역을 해 왔다. 2018년 1월, 헝가리 대통령을 통역한 후로는 헝가리 외교부의 정식 한국어 통역사로 지정되었을 정도다. 이처럼 풍부하고 다양한 통역경험을 갖춘 그이지만, 이번 사고현장 통역은 그 의미와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고 한다.

‘야노쉬 아데르’ 헝가리 대통령(왼쪽)에게 신임장을 제출한 최규식 주 헝가리 대사를 통역하는 이주안 씨.

“워낙 큰 사고이다 보니 현장도 숨이 턱턱 막힐 만큼 긴박하게 돌아갔습니다. 우리 대사관 직원들과 외교부 대응팀, 그리고 헝가리 경찰과 정부 관계자들의 소통을 도왔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오신 장관님의 수행통역도 맡았고요. 자칫 극도의 감정 대립이나 마찰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어요. 특히 생존자들의 진술을 현지 경찰에 전달할 때는 제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양측에 얼마나 큰 의미를 주는지 느꼈기에 신중하고도 신속해야 했습니다.”

그런 심정이 관계자들에게 전해진 덕분일까. 양국 구조팀은 안전한 사고 수습 과 인양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한편, 실종자 가족들의 입장을 배려하기로 합의했다. 사고 2주 만에 유람선이 인양되어 사고는 차츰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 기간 동안 이주안 씨는 현장에서 거의 매일 밤낮을 보내며 무보수로 봉사했다.

“양국 관계자가 소통하고 협력하지 않았다면 사고를 해결할 수 없었을거예요. 다행히 양측이 소통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 보람이 컸습니다. 피곤하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피해자와 유족들께서 겪는 슬픔과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지요.”

경영학과 리더십이 전공인 그에게는, 이번 통역이 강경화 장관의 리더십을 가까이서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강 장관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숨돌 릴 틈도 없이 사고현장으로 달려가 1분의 여유도 없이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했 다. 헝가리의 시야르토 외교통상부 장관에게는 ‘생존자와 유가족, 그리고 한국 국민의 바람을 대표하여 실종자 의 시신을 모두 찾는 것이 중요 하고 시급한 사항’임을 강조하면 서도 양국 우호관계를 존중하는 자세를 잊지 않았다. 어떤 상황 에서도 침착함과 냉정함을 잃지 않고 사고 수습에 힘쓰는 그 모습에, 이주안 씨도 최선을 다해 통역 에 임했다고 한다.

대학교 졸업식 때 부모님, 누나와 함께.

“장관님이 헝가리 일정을 마치고 출국하기 전, 제게 악수를 청하 며 ‘수고하셨습니다’라고 하셨어요. 속으로 ‘장관님이야말로 노고가 많으셨습니다’라고 인사를 드렸지요.”

이주안 씨는 국제청소년연합IYF 헝가리 지부의 학생회 리더로도 활동하고 있다. 대학원에 다니는 틈틈이 청소년 캠프, 마인드강연, 문화행사 등의 행사를 진행하며 한국 문화를 유럽에 알리는 봉사도 하고 있다. 봉사를 하며 체득한 겸손과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는 통역이나 공부를 할 때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통역에 있어 언어 실력은 두 번째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통역은 한국어와 헝가리어를 잇는 일이 아니라, 한국 사람과 헝가리 사람을 이어주는 일이거든요. 언어의 장벽보다 더 높은 것이 문화와 사고방식의 장벽입니다. 통역할 대상의 생각과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통역의 관건입니다.”

그의 꿈은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리더가 되는 것, 그리고 그런 리더를 따르는 팔로워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아직 한창 배우고 공부할 나이인 스물다섯, 하지만 그의 사려 깊은 답변을 보니 벌써 그 꿈을 이룬 듯하다.

배효지 기자  gkgk2816@itmorro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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