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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 정도만 알아도 당신을 보는 시선이 달라집니다!'[인터뷰] 트럼페터, 나웅준
송지은 기자 | 승인 2019.06.05 14:53

‘클래식음악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 자신있게 ‘예’라고 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트럼페터, 강연가, MC, 작가로 맹활약 중인 나웅준은 말한다, ‘클래식은 바쁜 일상에 지친 이를 위한 위로와 휴식’이자,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고 동양과 서양을 이어주는 통로’라고. 상식과 교양, 매너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그의 음악특강을 소개한다.

나웅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예술사 전공)하고 트럼펫 연주자, 뮤직 테라피스트, 금관 앙상블 ‘브라스마켓’의 리더로 활발하게 활동중이다. 롯데콘서트홀 ‘오르간 오딧세이’ 콘서트 가이드, ‘키즈 콘서트’ 내레이션, ‘MOC 프로덕션 10주년 기념콘서트’에서 MC를 맡았다. ‘클래식음악에 대한 지식 전달을 넘어 관객과 친구처럼 소통하는 친근한 공연해설’로 정평이 나 있다.

‘여러분은 혹시 클래식음악을 좋아하십니까?’ 대중강연을 할 때 제가 이렇게 물으면 자신있게 ‘예’라고 답하는 분은 좀처럼 만나기 힘듭니다. 예의상 에둘러 ‘좋다’고 답하는 분이 대부분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하면 ‘지루하고 재미없고 난해한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클래식시대란 우리가 잘 아는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등의 음악가가 오스트리아 빈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1750~1820년 무렵을 가리킵니다. 바로크시대(1600~1700년대)와 낭만주의시대(1815~1960년)를 포함하기도 하지요. 이처럼 수백 년이 넘는 세월을 거치면서도 명맥이 끊이지 않고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이어진 음악들이 클래식으로 불립니다.

지난 2월 종영한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기억하실 겁니다. 우리 사회에 퍼진 성적 지상주의와 그 폐해를 실감나게 묘사한 이 드라마에서 내용 못지않게 화제가 된 것은 OST였는데요. 슈베르트의 ‘마왕’, 라벨의 ‘볼레로’, 모차르트의 ‘레퀴엠’ 등이 주요장면마다 등장해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였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클래식은 드라마, 영화, CF, 예능 등에 널리 쓰이며 우리 삶 속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런 곡들만 조금 알아도 여러분을 보는 시선이 훨씬 달라질 겁니다.

‘아,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싶지만 정작 제목은 모르고 지나쳤을 몇 곡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국민프로그램 ‘장학퀴즈’의 오프닝 음악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3악장
Trumpet Concerto in E flat Major

1970~80년대 일요일 아침마다 온 국민을 TV 앞으로 불러모으던 퀴즈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바로 ‘장학퀴즈’인데요. 고교생들이 참가해 우승하면 대학등록금을 지원하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특전 때문에 많은 화제를 낳으며 크게 사랑받았습니다. 이 장학퀴즈의 오프닝 시그널로 쓰인 음악이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3악장’입니다.

장학퀴즈가 하도 오랫동안 방영되다 보니, 이제는 대중의 뇌리에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퀴즈프로’라는공식이 각인될 정도가 되었습니다. 예능이나 코미디에서 퀴즈를 풀 때면 어김없이 이 곡이 흘러나와 긴장감을 조성하지요. 트럼펫의 원래 역할이 신호나팔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하이든의 악기선택이 참으로 탁월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어디 가서 ‘트럼펫 전공자’라고 소개하면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이 곡을 연주해 달라고 합니다. 물론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을 들려 달라고 하지 않고, ‘장학퀴즈’를 들려 달라고 하지요. 사실 이 곡은 트럼페터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아주 어려운 곡입니다. 음대 입시, 오디션 등에 빠지지 않고 출제되는 과제이기도 하지요. 이 정도만 알아도 늘 듣던 ‘트럼펫 협주곡’이 전혀 새롭게 들릴 겁니다.

‘이것’ 빠진 결혼식, 상상이 될까?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Wedding March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이 ‘대결의 시작’을 알리는 테마곡이라면,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은 말 그대로 결혼의 테마곡입니다. 드라마나 영화, 연극 등에서 장면이 전환될 때 이 음악이 나오면 ‘백이면 백’ 결혼식 장면이 이어진다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낭만주의 시대의 음악가였던 멘델스존은 셰익스피어가 쓴 <한여름 밤의 꿈>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아 오케스트라 버전의 곡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16년 후 프로이센(지금의 독일 북부)의 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가 멘델스존에게 연극 <한여름 밤의 꿈>을 무대에 올리는 데 쓸 음악을 작곡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멘델스존은 앞서 말한 오케스트라곡을 포함해 열세 곡을 작곡하는데 ‘결혼행진곡’은 그중 아홉 번째 곡입니다.

‘결혼행진곡’이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결혼을 상징하는 테마곡으로 쓰이는 건 단지 결혼식 때 자주 연주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한여름 밤의 꿈>은 하룻밤 동안 세 쌍의 남녀가 겪은 일을 담고 있습니다. 남주인공 라이샌더는 연인 허미아와 결혼하기 위해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도피행각을 벌입니다. 하지만 허미아를 사랑하는 또 다른 남자가 있었으니, 바로 드미트리우스였습니다. 헬레나는 그런 드미트리우스를 오랫동안 사모하고 있었지요.

이렇게 4각 관계에 놓인 네 남녀가 도망친 곳은 요정의 숲이었습니다. 숲에는 요정의 왕과 왕비가 살았는데, 왕은 왕비를 곯려주려고 ‘사랑의 묘약’을 만듭니다. 큐피트의 화살과 같은 효력을 지닌 이 묘약 때문에 세 쌍의 남녀는 갖은 우여곡절을 겪고, 결국 원하던 사랑을 찾아 결혼식을 올립니다. 이 장면에서 나오는 음악이 ‘결혼행진곡’입니다.

“딴따따딴~” 하는 팡파르로 시작되는 이 곡은 온갖 난관을 넘어 결혼의 관문을 통과한 남녀의 심정을 대변하기에 더없이 좋은 곡입니다. 우리가 예식장에서 듣는 멜로디는 ‘결혼행진곡’ 전체의 앞부분인데요. 여러분은 전곡全曲을 다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화려한 전반부에 이어 중반부는 경쾌한 멜로디가 결혼식이란 축제를 즐기는 분위기를 전해주기 때문입니다. 다 들어보시면 숨은 맛집을 찾은 듯한 기쁨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국왕을 일어서게 한 불멸의 음악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The Messiah

14~16세기 유럽을 휩쓴 문예부흥 운동인 르네상스에 이어 종교개혁이 일어나면서 보수적이던 종교음악계에도 변화가 일어납니다. 종교음악과 대중음악의 경계가 차츰 허물어지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독립적인 종교음악이 등장하는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입니다. 오라토리아란 ‘교회에서 연주되는 작은 오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시아’는 총 3부로 이뤄져 있으며 총 연주시간은 세시간입니다. 1장은 탄생과 예언, 2장은 고난과 핍박, 3장은 부활과 영광이 주제입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할렐루야~ 할렐루야~” 파트는 2장의 맨 마지막에서 2막과 3막을 잇는 디딤돌 역할을 합니다.

이 곡이 초연될 당시 영국 왕 조지 2세도 연주회를 관람하고 있었는데요. 이 ‘할렐루야’가 연주될 때 그 웅장함에 압도된 나머지 기립을 하고 말았습니다. 왕이 공연 중 갑자기 기립했으니,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관객들 모두가 기립한 채 공연을 관람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전통으로 굳어져 지금까지도 헨델의 ‘할렐루야’가 연주될 때는 모든 관객이 기립하는 광경을 어렵잖게 볼 수 있습니다. 반갑게도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할렐루야’가 연주될 때 기립하는 관중의 수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처럼 클래식은 이미 독자 여러분에게 충분히 친숙한 음악입니다. ‘난해하고 따분하다’는 막연한 선입견 때문에 선뜻 다가가지 못했을 뿐입니다. 클래식이 작곡되던 수백 년 전 유럽과 오늘의 한국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큽니다.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우리가 느끼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그 당시 사람들도 동일하게 느꼈을 것입니다.

오늘날처럼 TV나 인터넷, 스마트폰 같은 미디어도 없던 시절, 클래식은 그들의 마음을 표현하고 표출하는 통로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클래식에 담긴 마음의 세계는 다른 어느 음악 장르보다 깊고 다양합니다. 이것이야말로 클래식이 지난 수백년 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감동을 이끌어내고, 생명력을 발휘하며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라고 봅니다. 여러분이 클래식과 친해지는 데 제 글이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나웅준과 함께 배우는 클래식음악

①책 <퇴근길 클래식 수업>
난해한 음악용어나 복잡하게만 느껴지는 음악사, 늘 들어도 낯선 작곡가를 몰라도 ok! 클래식에 문외한인 독자의 입장에서 쓴 책이라 한 장씩 넘기며 읽다보면 어느새 클래식에 대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식견을 갖출 수 있다.

②나웅준의 ‘클래식 사용법’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할 때’ ‘반복되는 일상에 지칠 때’ 어떤 클래식을 들으면 좋을까? 나웅준의 클래식 사용법audioclip.naver.com/channels/493에 해답이 있다. 때와 상황에 맞는 맞춤식 클래식명곡이 매주 하나씩 업데이트된다.

③강의쇼 청산유수
‘나웅준의 오감만족 클래식’ 그는 지난 3월 한국직업방송 강의쇼 ‘청산유수’에 출연해 강연을 진행했다. 클래식음악의 용어와 역사, 악기에 대한 정보 등을 차분하게 소개하고 있어 들어보면 클래식의 기초를 닦을 수 있다. 26분 내외의 동영상 네 편으로 되어 있다.

송지은 기자  songj86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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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N 2019-06-30 19:02:57

    낭만주의시대가 1960년까지라고요?아이고... 바로크가 1600-1750 이후 고전 그리고 낭만은 1800(1820)-1900 해야 할꺼 같은데....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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