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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키리바시 해양수산부 장관 테타보 나카라"여러분 드시는 참치, 키리바시에서 왔습니다"
김성훈 기자 | 승인 2019.06.03 15:23

똑같은 물 반 병을 보면서 ‘반밖에 없네’라고 실의에 빠지는 사람이 있고, ‘반이나 남았다’며 희망을 품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카라 장관을 만나며 이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키리바시 하면 흔히 ‘해수면 상승으로 수십 년 내 사라질 나라’로 생각하지만, 정작 키리바시 국민들은 미래 30년을 향한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의욕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된 나카라 장관과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합니다.

기독교 국가 키리바시는 산호섬이어서 가장 높은 곳이 해발 3미터에 불과하다. 선교사가 현지어로 성경을 번역할 때 ‘산’이란 단어가 없어 애를 먹었을 정도다. 산을 오를 기회가 많지 않아서인지 나카라 장관은 서울 외곽의 나지막한 야산을 오르면서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키리바시 해양수산부 장관 ‘테타보 나카라’입니다. 마침 지난 5월호 <투머로우>에 키리바시가 특집기사로 실렸더군요. 표지에도 키리바시 청소년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는 한국 대학생들이 나왔고요. 저도 책을 보면서 ‘혹시 이 사진 속 나라가 우리 키리바시 아닐까?’ 하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키리바시인 걸 알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저희 키리바시는 남태평양에 자리잡은 작은 섬나라입니다. 총 스물한 개의 섬이 가로로 줄을 선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 섬들은 길버트 제도諸島, 피닉스 제도, 라인 제도 등 세 지역으로 나뉩니다. 이 지역은 각각 다른 시간대time zone에 속해 있습니다.

영국의 탐험가였던 토머스 길버트가 항해 도중 이 섬들을 보고 유럽에 알리면서 길버트 제도라는 이름을 붙였는데요. ‘키리바시’라는 이름도 길버트의 현지어 발음에서 유래했습니다.

키리바시는 스물한 개의 섬이 가로로 길게 늘어선 모습이다.

키리바시가 국제사회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건 2000년대 초반입니다. 2003년부터 키리바시의 아노테 통 대통령이 세계 각국을 다니며 수십 년 내에 수몰될 위기에 놓인 키리바시의 현실을 알리는 등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하고, 지구온난화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키리바시에서 가장 높은 곳이 해발 3미터에 불과할 정도이니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국제기후변화협의회 역시 ‘기온 상승으로 그린란드와 극지대의 빙하가 녹으면 키리바시 등 남태평양 섬나라들은 반세기 내에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나라가 사라질 것에 대비해 국민들이 호주나 피지 등 인근 나라로 대피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 전 정부의 방침이었습니다. 하지만 2016년 타네스 마아마우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키리바시 국민들은 새 키리바시 건설이라는 목표 아래 하나로 뭉치는 분위기입니다. 문제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키리바시는 지금까지 태풍이나 쓰나미 등 자연재해를 입은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국제사회 역시 키리바시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썰물이 밀려들 때가 위험하긴 하지만 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방조제도 많이 세웠습니다. 이처럼 저희 키리바시 국민들은 나라를 계속 발전시키는 데 힘을 기울일 것입니다.

키리바시에서는 물고기도 세금을 낸다?

해양수산부는 키리바시의 여러 정부 부처들 가운데 단연 중요도가 높고 국가경제에 많은 기여를 하는 부처입니다.

키리바시 인근 해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참치어장입니다. 이 해역에서 잡히는 참치의 양은 연간 70만 톤으로, 이는 전 세계 참치 어획량의 15%에 해당합니다. 여러분이 드시는 참치도 키리바시에서 잡은 겁니다. 한국, 중국, 대만, 일본 등 아시아 국가를 비롯, 미국과 유럽 각국의 원양어선들이 와서 참치를 잡는데, 사전에 키리바시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국토에서 200해리(약 370킬로미터) 안쪽은 이른바 배타적 경제수역Exclusive Economic Zone(EEZ)이라고 하여, 수산자원과 광물자원을 탐사하고 개발할 수 있는 권리가 키리바시에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참치어선의 90% 이상이 키리바시 해역에서 조업한다.

키리바시의 영토는 844평방킬로미터로 세계 172위입니다. 하지만 배타적 경제수역은 무려 344만 1,810평방 킬로미터로 세계 12위입니다. 인도 땅면적보다도 더 크지요. 바다는 인류가 미래에 쓸 식량자원과 광물자원의 보고寶庫이니, 키리바시는 미래의 자원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키리바시 정부는 각국 수산회사들에게 ‘몇 월 며칠은 A사가 참치를 잡고, 그 다음 날은 B사가 잡고…’ 하는 식으로 돈을 받고 어업권漁業權을 판매합니다. 이 어업권 판매수익이 키리바시 총 재정 수입의 70~80%를 차지합니다. 그래서 키리바시 공무원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참치들이 가장 부자다. 참치가 국가 재정을 대부분 감당하니까’ ‘세금은 참치가 내지만, 정작 그 세금을 쓰는 건 사람이다’ ‘물고기들이 힘들여 낸 세금을 우리는 절대 낭비해서는 안된다’ 같은 우스갯소리를 주고받곤 합니다.

이처럼 해양자원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국가재정의 대부분을 충당하는 만큼, 저희 부처의 가장 큰 현안은 뭐니 뭐니 해도 그 수익을 극대화하는 겁니다. 그래서 키리바시 정부는 자체 수산물 브랜드를 개발함으로써 수익을 크게 높이고자 합니다. 선진국 수산회사들은 키리바시 근해로 와서 참치를 잡는 대가로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지만 그 참치를 가져가서 가공·처리해 판매함으로써 더 큰 이익을 얻습니다. 키리바시 기업들이 직접 수산물을 잡아서 가공하고 마케팅해서 판매까지 하는, ‘바다에서 식탁까지’의 전 과정에 관여한다면 더 큰 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키리바시에서 가장 큰 섬인 키리티마티 섬에 공장을 하나 설립해 그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경쟁력도 있다고 봅니다. 선진국에 비하면 인건비가 저렴하고, 어선漁船의 이동거리가 짧아 수산물을 보다 신선한 상태에서 가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혹은 달콤해도 더 큰 대가 치른다’는 인식이 중요

키리바시 해양수산부는 단순히 해양자원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것을 넘어 국가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2003~6년에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근무한 데 이어 2016년부터 다시 장관으로 근무하고 있는데요. 그때나 지금이나 제게는 공직자로서 일을 처리하는 두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는 정직입니다. 해양수산부는 갖가지 이권이 개입되는 사업을 많이 하다 보니 편법을 쓰거나 금전적 유혹에 이끌릴 여지가 있습니다. 그런 유혹에 이끌리면 당장은 편하고 달콤할지 몰라도 결국에는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그래서 저 자신은 물론 200여 명의 부처 소속 공무원들에게도 정직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두 번째는 협력입니다. 키리바시에는 해양자원도 풍부하지만 저는 키리바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도 소중한 자원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양수산부 직원들이 갖고 있는 지식이나 지혜 등도 자원입니다. 그래서 저는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면 가급적 직원들을 많이 참여시켜 그들이 각자의 지식과 지혜를 최대한 발휘하도록 합니다.

해양수산부 내에서는 물론 다른 부처, 다른 나라와 일할 때도 이 ‘협력의 원칙’을 적용합니다. 지난 2017년 키리바시 해양수산부는 한국 해양수산부와 MOU를 체결했습니다. 이 MOU에는 ‘키리바시의 해양수산업 관련 인재들을 한국에 보내어 수산물 가공·유통·판매 노하우를 배우도록 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이 조항을 넣은 것은 제 아이디어였습니다. 선진국의 도움을 받아 인재를 양성하고, 그들이 습득해 온 노하우를 향후 키리바시 수산업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정직과 협력이 중요한 가치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를 실제로 말이나 행동에 적용시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면서 마인드교육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평소 직원들에게 심어주고 싶었던 가치관, 정직과 협력의 중요성이 마인드교육 커리큘럼 안에 모두 들어 있었습니다. ‘마인드교육을 받으면 우리 직원들의 사고방식과 의식이 바뀌겠다’ 싶었고, 기회가 되면 부처 내에서 이 교육을 실시하고 싶어졌습니다.

마음을 열고 보면 세상은 배울 것들로 가득하다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은 분들을 만나면 이런 질문을 제게 하십니다. “최근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해수 온도가 오르고 있다는데, 이는 키리바시의 수산자원에도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요?”라고요. 하지만 그 점에 있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같습니다. 해수 온도가 오르면 오히려 참치 등 물고기의 활동성이 크게 높아져 해양생물 자원이 풍족해지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으로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 물고기가 멸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키리바시정부는 2005년부터 피닉스 제도 인근에 해양보호구역marine protected area을 설정하고, 이 구역에서는 상업적인 어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업외에 또 다른 수입원으로 해양생태공원을 조성했습니다. 키리바시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독특한 관광지입니다. 깨끗한 바다와 넓고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있어 수영하거나 파도타기에 좋습니다. 철새들도 많이 드나들고요. 바다 속으로 들어가면 물고기뿐 아니라 돌고래와 거북이, 산호 등 그밖에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해양생물을 볼 수있습니다. 관광객들뿐 아니라 과학자들도 많이 와서 해저를 탐사하며 관련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키리바시의 관광산업은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저는 일 년에 대여섯 번은 해외로 출장을 가는데요. 해외에 갈 때면 저는 반드시 그 나라의 수산업이나 관광산업 현장을 견학하고 돌아옵니다. 그 나라의 훌륭한 제도나 정책, 상업 시스템을 보고 배울 좋은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태국의 방콕이나 일본의 도쿄 외곽에 있는 수산시장은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그곳에 가면 어떤 수산물 제품이 인기가 있고, 전 세계 소비자들의 기호嗜好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수산자원을 관리하고 가공해서 판매하는데 있어 선진국은 단연 아이슬란드입니다. 물고기는 제각기 산란기가 다른데요. 아이슬란드에서는 월별로 산란기가 된 물고기의 조업을 철저히 금지합니다. 그래서 아이슬란드 근해에는 수산자원이 일 년 내내 풍족합니다. 가공·처리기술도 뛰어납니다. 한국에서는 ‘소는 고기, 뼈, 내장, 가죽까지 하나도 버리지 않는다’고들 하는데, 아이슬란드에서는 물고기가 그렇습니다. 머리와 살은 요리해서 먹고, 뼈는 의약품으로, 기름은 화학제품으로 만드는 식입니다. 쇠고기를 등심·안심·갈비 등 부위별로 나눠 판매하듯, 생선살을 부위별로 나눠 가격이나 품질에 차등을 두고 전략적으로 홍보해 유럽 각국에 판매합니다. 참으로 부러운 대목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키리바시가 싱가포르나 두바이 같은 나라가 되길 소망합니다. 현재 싱가포르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이자 동아시아무역의 허브가 되었지만, 건국 초기만 해도 작은 어촌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문물과 자본,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 들임으로써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두바이 또한 석유가 풍부하다는 점을 빼면 온 국토가 사막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도자의 혜안으로 관광지, 휴양지로 개발되면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키리바시의 풍부한 수산자원은 그 자체로 식량자원인 동시에 세계 각국과 교류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저는 리더로서 수산자원을 바탕으로 키리바시를 세계와 교류하며 발전하는 나라로 키우고 싶습니다.

지난 2018년은 제 인생에 굉장히 뜻깊은 해였습니다. 정치에 입문한 지 30년, 국회의원이 된 지 20년이 되는 해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원래 목회에 뜻을 두고 신학교를 졸업했습니다. 1985~7년에는 피지로 유학을 다녀온 뒤 기독교학교에서 1년간 교사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1988년 국회에서 보좌관으로 일을 시작했고, 1998년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습니다. 2003~6년에는 처음으로 해양수산부 장관이 되었고 이후 교육부, 환경부, 농업부 장관으로 재직했습니다. 2016년에는 소속 정당을 옮겼는데, 새로 옮긴 정당이 그해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신임 대통령께서 저를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임명하셨습니다. 해양수산부 일을 하기에도 바쁘지만, 여러 부처를 거치다 보니 그 부처와 관련된 현안들이 눈에 들어오곤 합니다. 특히 키리바시의 청소년들에게는 많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현재 키리바시에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계속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많습니다. 그들을 흡수할 만한 일자리가 충분하거나 다른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청소년들이 갱단을 조직해 범죄를 저지르거나 비행에 물들고 있습니다. 십대 미혼모의 수도 늘고 있고요. 키리바시는 국민의 90% 이상이 기독교를 믿는 나라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성경에 바탕을 둔 신앙교육 그리고 마인드교육이 키리바시의 청년들에게 꿈과 소망을 심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많은 세계인들이 키리바시 하면 ‘가난한 나라’ ‘해수면 상승으로 수십 년 내에 수몰될 나라’ 등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통령께서도 ‘키리바시는 하나님이 지키시는 나라’라는, 신앙에 입각한 국가관을 가지고 나라를 발전시킬 여러 가지 정책들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계십니다. 국민들도 한마음으로 이에 따르고 있고요. 네덜란드도 지면이 바다보다 낮지만, 그런 악조건을 극복하고 부강한 나라를 세우지 않았습니까? 우리도 꼭 그렇게 발전할 것을 믿습니다.

한국의 독자 여러분도 기회가 되면 꼭 키리바시를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성훈 기자  kimkija@itomorro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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