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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완벽남 아닌 나를 선택했다'2019 '결혼'에 관한 보고서 4
김소리 기자 | 승인 2019.05.30 21:09

우리 둘 합심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겠다!
남편 유인덕

나는 결혼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내가 과연 결혼할 수 있을까? 아내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 나는 능력이 없는 사람인데….’ 내가 느끼는 암울한 현실에서 결혼을 하면 불행할 것 같았고, 어쩌면 결혼을 안 하는 게 더 좋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와 아내는 우리 둘을 모두 잘 아는 은사님의 주선으로 만났다. 만나기 전에 아내가 대학병원에서 약사로 일한다는 것을 들었는데, 작은 회사의 디자인 업무를 담당하는 나는 약간 기가죽었었다. 알아주는 직장에 다니지도 않고, 연봉도 적으며, 집안도 내세울 게 없는 데다, 마음까지 무척 약했기 때문이다. 만날 날짜를 정하기 위해 아내에게 전화했을 때 아내는 대학에서 열린 학술회의에 참석하고 있다고 했는데, 아내가 대단해 보였고 그에 비해 나는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얼마 후 아내와 다시 연락해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했다. 그런데 만나기로 한 날이 마침 내가 어느 고등학교에 초청돼 해외봉사활동 체험담을 발표하는 날이어서 마치고 저녁시간에 만나기로 했다. 고등학생들에게 내가 몇 년 전 아프리카에서 봉사하며 느낀 점들을 생생하게 표현하며 이야기하고 나니 즐겁고 행복했다. 그리고 아내를 만났는데, 자연스럽게 그때 이야기를 하게 됐고 보람됐던 일, 행복했던 일들을 말하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아내는 1년 동안 들을 ‘행복’이라는 단어를 그날 하루에 내게서 다 들었다고 했다. 좋은 직장에 다니며 돈을 벌고 바쁘게 지내긴 하지만 삶에서 그다지 행복을 느끼지는 못하던 터에 내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인상 깊었던 모양이었다.

아내와 헤어져 집에 돌아왔는데 아내와 아내 가족이 앞으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고, 즐겁고 결혼이 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은사님으로부터 아내가 나를 마음에 들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내는 나와 함께있는 것이 편안하다고 했는데, 나 역시 아내와 같이 있는 게 너무 편안하고 행복했다. 그렇게 우리는 결혼했고 부부가 되었다.

아내는 성격이 차분하고 온순하며 일을 처리할 때 신중히 생각하는 편이어서 나는 아내의 결정을 대부분 믿고 받아들인다. 아내도 나를 믿어준다. 내가 욕심을 부리지 않고 뜻을 가지고 일하는 것을 좋게 여기며 나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때때로 갈등 상황과 말다툼이 생길 조짐이 보일 때도 있지만 그러면 보통 내가 기다리는 편이다 보니 아직까지 큰 갈등은 없었다. 대학생 시절, 나는 내 감정과 즉흥적인 판단대로 결정을 내렸다가 일을 그르치고 고생했던 경험이 많기 때문에 아내와 사이에서는 내 감정대로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특히 아내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는 경어를 사용하는데, 원만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내가 완벽한 남편감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내도, 나도 약점과 부족함이 있지만 둘이 합심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의 행복이 나의 행복의 첫 번째 조건이 된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나의 배우자 조건, 행복을 말하는 사람
아내 이성민

“언니, 요즘 만나는 사람 있어?”
“아니, 없어. 난 결혼하기 위해 아무런 노력도 안하고 있는 것 같아.”

서른 살, 어느 가을날 직장 동기가 문득 내게 물었다. 비혼주의자는 아니어서 언젠가 결혼은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상대도 없고, 맞는 짝을 찾기 위해 피곤하게 돌아다니고 싶지도 않았다. 직장 4년차, 업무도 익숙해졌고 출근하면 즐거웠다. 주말에는 친구를 만나거나 휴가 며칠 더 붙이면 원할 때 해외여행도 다녀올 수 있었다. 삶이 만족스러웠다. 그렇지만 항상 마음한 켠엔 ‘결혼해야 할 텐데….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되는 건가?’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나를 여동생처럼 아껴주시는 한 분이 지금의 남편을 소개시켜 주셨다. 요즘 시대에 흔치 않은 순수함이 좋았다. 대화를 나누는 내내 남편은 행복하다는 말을 많이 했다. 내 자신을 봐도, 주변을 둘러봐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거의 못 봤는데, 남편의 말이 내게 잔잔한 충격을 주었다. ‘처음 만난 사람과의 대화가 이렇게 편안할 수 있을까?’ 우리는 공통화제가 많았고 인생에서 중요시 여기는 가치도 비슷했다. ‘그래. 이 사람이라면 평생을 함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 서른한 살 2월, 우리는 만난 지 99일만에 결혼했다.

결혼을 하고 2년 뒤, 예쁜 딸아이가 태어났다. 인생은 어쩌면 결혼 전과 결혼 후로 나누는 것보다 출산 전과 출산 후로 나누는 게 맞을지 모르겠다. 아기가 태어나자 내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나만을 위한 시간은 존재하지 않으며 하루 24시간이 오롯이 아기를 보살피는 데 쓰인다. 밤에도 아기가 수시로 깨기 때문에 수면부족에 시달린다. 지금은 육아휴직 중이고, 아기가 두 돌이 되면 복직할 계획이다. 결혼 후에도 직장생활을 하느라 살림에 익숙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살림과 육아에 적응하느라 힘이 든다. 복직한 뒤 매일 아침 출근하고 저녁에는 아기를 돌볼 걸 생각하니 미리부터 숨이 찬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힘이 들고 고생스러운데 마음은 전혀 불행하지 않다. 오히려 결혼 전에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 때보다 더 행복하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남편이 곁에 있어서 마음이 쉴 수 있고, 아기가 자라나는 모습에 감동을 느낀다.

어젯밤에는 아기가 새벽 4시부터 일어나 밖에 나가자고 보채는 바람에 유모차에 태우고 집안을 돌아다녔다. ‘어쩜 이렇게 예쁠 수가! 그래. 사랑하니까 다 이겨낼 수 있는 거구나!’ 졸리고 피곤했지만 새로운 힘이 솟았다. 결혼한 후 나에게 사랑을 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래서 내 인생이 점점더 풍요로워지고 있다.

김소리 기자  sori35@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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