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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보다 'Why'가 먼저
박천웅 | 승인 2019.05.17 10:51

이제는 검색보다 사색이다

2018년 10월 5일, 한 일간지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2017년 기준 전 세계에서 하루에 생성된 데이터의 양이 무려 소설 6,500억 권에 이르는 분량이라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우리는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인류 역사상 이토록 풍부하고 다양한 정보를 생성하고 누린 시대는 없었다. 검색창에서 클릭 한 번만 하면 얼마든지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지만, 그중에는 진위를 확인할 수 없거나 ‘카더라’ 식의 추측성 정보도 많다. 여러분도 사실이 아닌 정보를 그대로 믿었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생산하고 유통시킨 정보가 대부분 문자로 되어 있었다면, 이제는 영상이 정보의 중심이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신문구독률이나 독서량은 감소하는 반면, TV나 유튜브 등 영상에 대한 의존도는 증가하고 있다. 물론 문자와 영상은 저마다 장점이 있다. 문자는 읽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함으로써 창의력과 사고력을 증진시키지만, 영상은 빠르고 직접적인 정보 전달이 가능하다. 그러나 TV나 유튜브 등은 시청률을 위해 선정적이거나 흥미 위주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복잡한 내용도 단순화시켜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시청자는 이를 여과 없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다 보니 사물이나 사건을 바라보면서도 깊이 생각하거나 음미하는 능력을 기르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경희대의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한국인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보다 과학적 사고’라고 말한 바 있다. 과학적 사고는 관찰·분석·검증을 통해 세상의 작동원리를 익힐 수 있게 하고, 사회 및 경제의 전반적인 상황을 더 정확히 이해하도록 돕는다. 본질을 파악하는 역량인 과학적 사고능력이 약해진다면 미래에 결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검색보다 사색’이란 말처럼 21세기에는 사물·사건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원인을 규명하는 자세가 꼭 필요하다.

아는 만큼 보이고, 생각하는 만큼 깨닫는다

볼 견見, 볼 시視, 볼 관觀, 살필 찰察, 볼 진診… 이 한자들은 모두 ‘보다see’라는 뜻을 갖고 있지만 그 의미와 정도는 다르다. 이 한자들의 뜻을 새기며 앞에서 말한 ‘입체적인 시각’이란 어떤 것인지 되새겨보자. ‘볼 견見’은 생각 없이 지나치며 사물을 보는 것을 가리킨다. 길을 걷다 지나가는 홍보 현수막이나 광고판을 보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걸어가다가 그 자리에 멈춰서서 계속 본다면 이는 ‘볼 시視’가 된다.

하지만 집중해서 본다고 해도 눈으로만 보는 것은 외관만 살피는 것이기에 그 실상을 파악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사물을 제대로 보려면 목적을 갖고 들여다보는 ‘볼 관觀’의 자세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요구되는 것이 사물의 하나부터 열까지 꿰뚫어보는 ‘살필 찰察’이다. 본질을 파악해야 올바른 판단을 내릴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때는 환자를 진찰診察하는 의사처럼 ‘볼 진診’의 자세가 필요하다. 다음 사례를 살펴보자.

환자: 선생님, 제가 요즘 몸이 아파서 왔습니다.
의사: 어디가 편찮으신가요?
환자: 열이 나고 기침을 자주 합니다.

의사가 ‘열이 나고 기침을 자주 한다’는 한마디만으로 정확한 병명을 알 수 있을까? 그래서 의사는 체온을 측정하고 청진기를 갖다댄다. 필요하다면 엑스레이나 CT촬영, 각종 첨단장비를 동원해 환자의 몸상태를 살핀다. 폐렴을 단순 감기로 오진하고 처방해서는 안될 일 아닌가. 겉으로 보이는 현상을 넘어 ‘숨은 원인을 꿰뚫어보는診’ 일은 때로는 이처럼 사람의 생명이 오갈 만큼 중요하다.

겉만 핥는 아마추어 vs. 속까지 꿰는 프로

프로와 아마추어는 얼핏 똑같이 일하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격이 다르다. 문제가 생기면 아마추어는 그 근본원인을 찾기보다 땜질식 대안 제시에만 급급하다. 반면 프로는 문제에 영향을 주는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내 제거한다. 일을 하더라도 아마추어는 한두 번 경험한 것만 믿고 기존방식을 답습하거나, 상사가 지시하는 대로만 수동적으로 처리할 때가 많다. 프로는 기획부터 사후관리까지 수없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업무 처리방식을 개선함으로써 어떤 상황에서도 일관된 결과를 내고자 노력한다.

오진에 따라 처방된 약은 환자를 더 위험하게 하듯, 우리 주변의 정보를 아무런 여과나 비판 없이 그대로 믿고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 작은 일 하나를 하더라도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임하면, 더 나은 해결책을 찾고자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단편적이고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근원적이고 입체적인 관점에서 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는 것은 그래서다. 여러분도 영상으로 된 정보에만 심취하기보다 책이나 신문 등 문자로 된 정보까지 골고루 섭취함으로써 상상력과 사고력을 길러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길 바란다. 남이 보지 못하는 숨은 이면을 볼 눈을 갖춘, 진정한 프로가 되어보자.

박천웅
국내 1위의 취업지원 및 채용대행 기업 스탭스(주) 대표이사. 한국장학재단 100인 멘토로 선정되어 대상을 수상했으며, (사)한국진로취업 서비스협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대기업 근무 및 기업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생들에게 학업과 취업에 대해 실질적인 조언을 하는 멘토이기도 하다.

박천웅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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