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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프리카 마니아 방송국 PD가 책까지 낸 사연<아프리카, 좋으니까> 저자 송태진
전진영 기자 | 승인 2019.05.13 09:41

아프리카는 아직 우리에게 멀게 느껴지는 곳이다. 광활하게 펼쳐진 초원 위를 뛰어다니는 야생 동물 무리와 붉은 빛 전통 의상을 입은 까맣고 마른 사람들이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케냐 TV방송국의 제작팀장으로 일하는 송태진 씨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아프리카를 말한다. 최근 <아프리카, 좋으니까>를 출간하면서 글과 영상, 강연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그는 어떤 아프리카를 알리려는 것일까?

송태진
아프리카 교양서 〈아프리카, 좋으니까〉의 저자. 2008년 부룬디로 1년간 해외봉사를 다녀온 그는 아프리카를 행복으로 가득 채울 꿈을 품은 맹랑한 공상가다. 2015년부터 아프리카 케냐GBS TV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다.아프리카에서 직접 느낀 경험을 그만의 따뜻한 필치로 본지에 소개하고 있다. 쏭태의 생생한 아프리카 이야기 블로그 blog.naver.com/impork3

“제가 살고 있는 케냐는 성인 중 90퍼센트가 엠페사M-pesa라는 서비스를 이용해 휴대전화로 돈을 주고받고 있어요. 월급을 엠페사로 받고 자동차 속도위반 벌금을 낼 때나 구운 옥수수를 사먹을 때도 엠페사를 사용하죠. 그리고 주미아Jumia라는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해 원하는 제품의 가격을 비교 검색하고, 지번까지 상세한 주소가 아니어도 ‘OO가게 앞’이라고만 기입해도 물건을 제대로 받을 수 있어요.”
아프리카에서 인터넷 쇼핑이 가능하다니! 게다가 시골에 사는 원주민들도 모바일로 돈을 보내고 받고 한단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분쟁과 기아가 점차 해결되고 산업이 나아지면서 3억 명이 넘는 중산층이 생겨나 아프리카의 소비 시장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인크레더블 아프리카를 소개하는 송태진 씨가 처음으로 아프리카를 알게 된 것은 24살 대학시절이었다. 아프리카 땅을 처음 밟은 순간부터 그는 상상하지 못한 아프리카를 만났다.
“제가 간 아프리카 국가는 부룬디였어요. TV에서 늘 보아온 참혹한 풍경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제가 만난 건 슬픔과 좌절에 빠진 불쌍한 사람들이 아니라 오히려 사랑과 정이 넘치는 따뜻한 사람들이었죠. 이웃에게 무관심하고, 인간관계에 이익을 계산하는 한국과는 달랐어요. 그런 부룬디에 가족같은 매력을 느꼈죠.”

그가 아프리카와 인연을 맺은 건 대학시절 다녀온 해외봉사 덕분이었다. 부룬디에서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는 사진이다.

그는 주로 컴퓨터 교육을 도맡았다. 처음 컴퓨터를 사용해보는 학생들은 마우스 클릭만으로 신기해하고, 드래그 앤 드롭 하나에 온몸을 비틀었다고 한다. 조금 무서운 이야기지만, 어느 날 반군이 수도 부줌부라를 습격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총성과 폭음이 울리고, 정부군과 반군이 시가지를 뛰어다니는 긴박한 전투 상황 속 과연 누가 공부를 하러올까 싶었지만, 짐작과 달리 많은 사람들이 평소처럼 교실에 모였다. 수업을 받기 위해 사선을 넘어온 이들을 보며 아프리카 사람들의 배움을 향한 열망이 얼마나 큰지 느꼈다.
“이 정도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앞으로 충분히 성장하겠다는 잠재력을 발견한 거죠. 그
리고 내가 베푸는 작은 봉사활동이 아프리카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아프리카를 위해 살고 싶다는 꿈
해외봉사를 마친 후 그는 자신에게 따뜻함을 선물해준 아프리카를 위해 살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영상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잘 만들어진 영상이야말로 세상에 아프리카를 널릴 알릴 수 있는 강력한 도구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꿈을 설정한 송태진 씨는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고 이루어 나갔다. 대학교에서 고고문화인류학과에 재학 중이던 그는 영상산업공학을 복수전공하며 바쁜 학창시절을 보냈다.
“대학생 NGO단체의 학생 영상 팀에서 활동하며 대학 시절을 바쁘게 보냈어요. 학생이었지만 촬영을 위해 서부 아프리카 가나, 토고, 베냉, 코트디부아르를 탐방하기도 했고, 봉사활동을 다녀온 부룬디에도 두 차례 더 방문했습니다. 대학교 3학년 때는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6개월간 아프리카 케냐의 TV방송국에서 해외 인턴으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영상 관련 업체에서 일하던 그에게 드디어 연락이 왔다. 해외 인턴으로 일했던 케냐의 TV방송국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안이 온 것이다.

킬리만자로 산 중턱에서 사는 마사이 족을 취재하고 있다.

긴장되고 숨 가쁜 순간들
2015년, 31세가 된 그는 아프리카에서의 새 삶을 시작했다.사바나 야생 초원, 세계 최대 빈민촌, 국제기구 회의장, 대통령 궁까지 카메라를 들고 케냐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그가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아프리카를 직접 만났다. 초원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마사이 전사를 만나기도 하고 가난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빈민가의 여성, 그리고 이른 아침부터 출근하여 성실하게 일하는 도시 근로자들까지 그가 만난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만큼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케냐에는 미혼모나 편부모 가족이 많아요. 그리고 가족을 잃은 소년소녀가장도 많아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어려움이 있고 슬픔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제 카메라에 담기는 그들의 얼굴엔 전혀 티가 나지 않는 거예요. 힘든 상황에 빠져서 낙담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고, 웃으면서 하루하루를 이겨나가고 있었어요. 아프리카의 생명력이란 바로 이것이라는 것을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었어요.”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가 식민지배를 당한 역사가 깊은데 그들은 그 시간동안 고난을 이겨내는 정신을 길러왔고 웬만한 어려움에는 강하고 의연하게 넘어갈 줄아는 모습들이 존경스러웠다고 한다. 게다가 장애인을 존중하는 모습도 놀라웠다고. 줄을 설 때나 길을 다닐 때 누구나 장애인을 먼저 생각하고 양보해줬으며 이상하다고 왕따 시키는 경우도 없었다.
인턴 교육을 담당했던 그는 처음에 직원들이 자유롭게 찍어오는 영상에 당황했지만 차츰 현지 시청자들이 무엇을 좋아할지 관찰하면서 그들의 아프리카식 취향과 전문적인 기술들을 잘 융합해나갔다. 직원들이 아직 잘 이해는 못하더라도 그의 조언에 귀 기울여 주고 온 마음을 다해 좋은 컨텐츠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것을 보면서 고마울 때가 많았다.
“제가 가장 긴장했던 순간은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을 취재했을 때였습니다. 한국의 귀빈이 대통령을 만나는 장면이었는데 대통령 궁에서 진행된 40분간의 만남을 최대한 생생하게 담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고민했죠. 대통령 앞에서 움직여야 하는 어려운 임무였기 때문에 행여 실수할까봐 긴장하며 숨 가쁘게 촬영했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촬영과 편집이 잘되어 케냐 전역에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죠.”

케냐 대통령궁에서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을 취재했다.
발전한 대도시 케냐 수도 나이로비
고등학교에서 부모와 자녀 소통 예능 프로그램 ‘링크업Link Up’ 촬영

다양한 위치의 사람들을 만나 취재했고, 케냐 뿐 아니라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우간다 등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도 다닐 수 있었다. 뉴스전문채널 YTN의 해외리포터가 되어 아프리카 현지 소식을 알리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그가 촬영한 뉴스는 유튜브에 YTN 송태진이라고 검색하면 언제든 볼 수 있다.

아프리카 전문 크리에이터
그가 직접 경험하고 느낀 아프리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고 놀라운 곳이었다. 순간순간의 감동들을 자신의 블로그에 영상과 사진, 글로 기록하여 한국에 소개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뻔한 이야기 대신 아프리카의 최신 소식을 재미있게 알리고 싶었어요. 지난여름에 한국의 무더위가 굉장히 심해서 대구는 대프리카라고 할 정도였잖아요. 아프리카가 마냥 덥고 메마른 곳이라고 인식되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어요. 아프리카는 알고보면 한국보다 훨씬 시원하고 때론 눈까지 내리는 곳도 있다고 한국 인터넷 언론과 잡지 등 여러 매체에 기고했죠. 당시 제 글이 검색 최상단에 보였는데 신선한 내용이라는 반응을 얻었죠. 이후 대구보다 시원한 아프리카에 대한 기사가 여러 개 나오더라고요. 아프리카 이미지 전환에 한 몫 셈이죠.”
‘독자들이 한 문장만 읽어봐도 아프리카에 호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글을 쓰고 싶다’는 그의 열정은 꾸준한 투고로 이어졌고. 본지 <투머로우>에서도 세계를 향해 역동적으로 도약하는 아프리카를 소개해왔다. 그리고 올해 초, 그동안 아프리카 생활하며 아프리카를 향한 열정과 애정 어린 고민까지 했던 그 모든 것들을 담아서 〈아프리카, 좋으니까〉라는 책을 출간했다.
“아프리카를 위해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진 때부터 준비해온 책이었어요. 왜곡된 모습이 아닌, 진짜 아프리카를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어요. 그리고 되도록 쉽게, 제 아버지가 읽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한국에 잠시 귀국한 그는 책의 저자로서 학교, 관공서 등 다양한 장소에서 열리는 강연과 행사 참석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강연에서 만난 청중들이 아프리카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있어 놀랄 때가 많다고 한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기아, 질병, 전쟁' 같은 어두운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는 것. 그는 세계화 시대를 맞은 오늘 날에는 잘못된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다른 문화를 포용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아프리카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열정을 갖고 달리고 있다.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을 돕는 프로그램 ‘케어 앤 딜라이트 Care and Delight’ 촬영

“아프리카는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가장 큰 대륙으로 그만큼 변화가 빠르고 내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폭도 가장 큰 곳입니다. 한국인이 가면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많은 곳입니다. 아프리카를 구호의 대상으로만 볼 게 아니라 동반자로 바라보면 굉장히 매력적인 곳이죠. 최근 정부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 한 번 그 꿈의 세계로 뛰어들어 봐요!”
아프리카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그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계속해서 글을 쓰고 유튜브를 활용한 영상콘텐츠 제작도 함께하려고 한다. 5월 9일에는 경복궁역 역사책방에서 열리는 북콘서트에서도 그를 만날 수 있다.
“아프리카, 좋으니까 얼른 오세요!”

전진영 기자  gugong815@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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