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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평생 '주희 엄마'로 살아온 엄마께해외봉사단원들의 부모님 전상서 [2편] 필리핀 김주희
송지은 기자 | 승인 2019.05.07 11:51

일평생 ‘주희 엄마’로 살아온 엄마께

봉사활동을 무슨 1년씩이나 가냐고 하는 엄마와 실랑이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필리핀에 온 지 두 달이 되었어. 연락을 자주 못해서 미안하지만, 가끔 사진 보내고 영상통화 할 때 엄마 얼굴 보면 괜히 눈물이 나고 가슴이 뭉클해져서 일부러 연락을 피하기도 했어.
이곳에서 엄마 없이 생활하다 보니 느껴지는 게 많아. ‘나는 스무 살인데도 엄마 없으면 뭐든지 서툴고 못하는 게 많은 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동안 엄마를 너무 많이 의지하고 좋아한 거지.
얼마 전에 필리핀 봉사단원들과 현지인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젠산 영어말하기대회’를 개최했어. 우리가 직접 참여하는 대회였는데, 주제가 ‘가족’이어서 엄마를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지. 나는 우리 가족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말해본 적이 없어. 그래서 원고를 쓰는데 가족 소개를 해야 할지, 재미있는 일화를 적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그런데 필리핀에 와서 엄마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던 생각이 나서 엄마 얘기를 해보기로 했어.

엄마는 내가 해외봉사활동을 하는 걸 반대했었잖아. 하지만 내가 이곳에 올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도 엄마야. ‘엄마는 왜 항상 나에게 주기만 할까? 딸이라서 그냥 도와주는 걸까?’ 야단도 치지만 결국 다 주는 엄마 마음이 궁금해졌어. 아빠는 10년 전에 사업 하러 외국으로 떠나시고, 엄마 혼자 남겨진 우리 삼남매를 포기하지 않고 키웠잖아. 힘들었던 지난 이야기를 지금 웃으면서 말하지만, 엄마가 우리를 키우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해보았어. 나는 그때 가정형편이 어려워진 걸 알면서도 엄마에게 불평만했지. 엄마 어깨에 무거운 짐을 얹어 놓는 존재였던 거 같아 이번에 반성하는 시간도 가졌어.

엄마는 이름이 있는데도 지금까지 ‘주희 엄마’로 살아왔어. ‘자기 인생이 없다는 건 슬픈 일이 아닐까?’ 생각을 해보곤 해. 나는 늘 고기 한 점이라도 더 먹으려고 하는 이기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엄마를 떠올리면 부끄러워지고…. 엄마에게 받은 사랑, 엄마가 우리에게 보여준 마음을 나도 누군가에게 주고 싶다는 바람을 가진 적이 있는데, ‘내 젊음을 팔아 그들의 마음을 사고 싶다’라는 해외봉사단 모토를 봤을 때 그게 내 마음에 훅 들어오더라고. 이렇게 엄마를 생각하다보니 영어말하기대회 원고를 어렵지 않게 쓸 수 있었고, 엄마를 향한 내 마음도 표현할 수 있었어.
그리고 여기서는 뭐든지 혼자 하지 않아. 원고를 봐주시는 분들도 많았고, 필리핀 친구들이 발표 연습하는 것도 도와주어서 재미있고 행복하게 준비할 수 있었어.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이건 자랑이지만, 4등 했어! 나중에 엄마한테 영상을 보여줄 생각을 하면서 발표하다 보니 진심을 담아 발표할 수 있었고, 그게 점수를 얻은 것 같아.

엄마, 나는 이곳에서 사랑을 많이 받으며 아주 잘 지내고 있어. 1년 뒤에는 더 기특하고 자랑스러운 딸이 되어 엄마를 만나고 싶어. 돌아가서는 엄마에게 받은 사랑을 보답할 수 있는 주희가 된다고 약속할게! 누구보다 엄마를 정말 많이 사랑해!

김주희
사진에서 왼쪽. 필리핀 봉사활동 중에 영어말하기대회에 참가해 어머니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느낀 점을 편지에 적었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사랑의 힘으로 필리핀 봉사에 도전했다.

송지은 기자  songj86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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