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봉사단원들의 부모님 전상서 [1편] 페루 이은진

부모님께, 큰딸 은진이예요. 한국은 벚꽃이 만개한 봄이던데, 곧 더워지겠네요. 페루는 지금 여름을 지나가고 있어요. 새벽과 밤에는 한국 가을날씨처럼 쌀쌀하고요.
저는 이곳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볼을 맞대고 인사하는 남미식 인사법이나 고수가 잔뜩 들어간 밥은 적응하기 조금 힘들었지만 익숙해졌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함께하는 게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도 배우고 있고요. 처음엔 같이 온 봉사단원들과 어떻게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서로 속 마음을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가까워졌어요. ‘내가 이렇게 얘기를 잘하는 사람이었나?’ 생각할 정도로 저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됐죠. 저는 사람을 사귀는 게 제일 부담스러웠어요. 그런데 요즘 새 친구를 만들어 가는 맛을 즐기는 중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끼니를 자주 걸러서 어머니가 걱정을 많이 하셨잖아요. 여기서는 하루에 최소 네 끼를 먹어요. 제가 이렇게 식탐이 많은 사람이었나요? 페루에 와서 딱 두 번 아팠는데, 모두 너무 많이 먹고 체해서 아팠답니다. 살이 점점 더 찌는 게 걱정이에요.

페루에서 한국을 알리고, 고민거리가 있는 학생들과 이야기도 하고, 곳곳을 방문해 사람들을 만나면서 바쁘게 지내고 있는데, 꿈만 같아요. 가장 밝은 모습으로 부모님 앞에 다시 설게요. 아버지, 어머니도 건강하세요.^^


이은진
미국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온 지인의 권유로 봉사단에 지원했다. 페루에서 적응해가며 새롭게 발견하는 자신의 모습을 부모님께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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